“숲속은 곱게 물든 단풍잎으로 무주상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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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은 곱게 물든 단풍잎으로 무주상보시”
  • 글·김익수 대기자, 사진·임관표 기자
  • 승인 2022.11.30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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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곳적 자연 그대로 간직한 하천도 보고
선조들 어떻게 살았나 사유의 시간도 가져

소산오름 자락의 풍경은 삼라만상 그대로였다. 코앞에 겨울이 다가선 오름자락을 걸으면서 이글이글거리며 타오르던 한여름에 부채가 되어 시원한 바람을 일으켜 주었던 작은 풀잎마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숨죽이고 있는 길섶에 느림의 미학이 전개되고 있었다. 큰 나무에서 내려앉은 단풍잎은 무주상보시를 하고 있고, 오색 옷을 갈아입고 미물들에게 따뜻한 이불이 되어주고 있는 단풍잎들을 보면서 참가자들의 마음마다 즐거운 표정들이었다.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합니다. 병상에 누워있었을 때는 아픔과 고통을 곁에서 함께 나누며 간호해주었던 딸이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이렇게 회복되고 나니, 하루하루가 참 소중하고 이 순간이 행복함을 가슴 깊이 느끼고 있습니다. 오늘 성지순례길에서 느림의 미학을 만날 수 있어서 더욱 기쁜 마음이듭니다.” 군포교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대길행 보살은 참가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태곳적 제주의 원시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한 하천 등성인 그 길을 따라 걸으며, 때 묻지 않은 청정제주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고지길과 내창이 있는 가운데, ‘신령바위와 노루물’ 등 기암괴석이 즐비하게 숨은 비경을 자랑하는 순례길이다.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한 삼나무에서 뿜어내는 피톤치트, 빼곡히 들어선 조릿대 사이로 발길 흔적을 따라 다리와 다리를 스치면서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걷는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듯이 사람들의 삶 또한 그러한 것인데, 소산오름을 지나 관음사를 향해 걷는 수행길을 걷노라면 척박한 땅을 일구며 강타했던 바람에 대한 지혜를 읽어볼 수가 있다. 또한 고난의 삶을 통해서 어떻게 참나를 만날 수 있었던가를 생각하는 시간을 만나보게 되면서, 관음사 아미산 일대가 4·3의 총체성을 보여주는 유적지로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제주연구원의 보고서를 만나볼 수가 있었다. 
4.5킬로미터를 1시간 30분쯤 걷노라니 관음사가 눈앞에 다가서면서 미륵대불이 성지순례 걷기 목표지점에 이르렀다. 참가자들을 탑돌이를 하고 나서는 관음사 공양간이 정성스럽게 마련한 사찰음식이 준비된 장소로 발길을 옮겼다.
공양을 마치고 나서 성지순례길 참가자들은 다시 미륵대불로 자리를 옮겨 부처님 같은 참된 성품을 만나는 길, 마음의 혼돈을 내려놓으며, 성지순례길 걷기 대회를 통해 모두에게 행복한 삶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며, 사홍서원을 끝으로 제주불교신문이 마련한 절로 가는 길 성지순례길은 여법하게 회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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