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철 『표해록』 해부 - 노인성 이야기
상태바
장한철 『표해록』 해부 - 노인성 이야기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12.08 03: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형산과 한라산은 모두 남쪽 땅끝에 있어서
남극성을 볼 수가 있다
지남철로 보면 남극성이 정방의 하늘에 있다

1770년 12월 27일 맑음

저녁을 먹고 하늘을 보았다. 남쪽 하늘 한가운데를 보니 큰 별이 있었다. 신령스러운 빛줄기가 바다에 내리쬐고 있었다. 상서로운 빛이 하늘을 가득 채웠다.


장한철은 노인성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그대들은 이 별을 알겠소, 모르겠소? 이것이 바로 남극 ‘노인성’이오.”
주) 노인성은 남극 부근의 하늘에 있는 별로 2월 무렵에 남쪽 지평선 가까이에 잠시 보인다. 용골자리의 알파성으로 대단히 밝게 빛난다. 고대 중국에서는 사람의 수명을 맡아본다고 하여 이를 보면 오래 산다고 믿었다.

“중국의 형산(중출한 오대산 중 남쪽에 있는 산)과 조선의 한라산을 올라야 비로소 노인성을 볼 수 있다고 했네. 어찌 바다 위에서 그 별을 볼 수 있겠는가?”


김서일은 장한철과 노인성에 대한 의견을 달리하고 있었다.
이에 장한철은,
“그대의 의심병은 아주 심하네. 형산도 중국의 남쪽에 있고, 한라산도 조선의 남쪽에 있네. 형산과 한라산에서 이 별을 보게 되는 까닭은, 이 산들이 남쪽 끝에 있기 때문이네.”
“산이 천하에서 유독 높기 때문만은 아니라네. 만약 제일 높은 곳에 올라 이 별을 보는 것이라면, ‘곤륜산’이나 태백산(백두산의 예전 이름)보다 높은 것이 없네. 그렇지만 그런 높은 산에 올라서 노인성을 보았다는 얘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네.”
주) 곤륜산은 전설에 나오는 신성한 산으로 중국의 서쪽에 있으며 황하강의 발원지이다. 하늘에 이르는 높은 산, 또는 아름다운 옥이 나는 산으로, 서왕모가 살며 불로장생의 물이 흐르는 곳이다.

장한철의 노인성에 대한 지혜는 최근에도 인용되고 있다.
대개 하늘은 북쪽 끝이 높고 남쪽 끝이 아래로 치우쳐 내려간다. 땅은 서북쪽이 높고 동남쪽이 낮네. 곤륜산이 서북쪽 높은 땅 위에 있으므로, 비록 형산이 높다고 하더라도 곤륜산의 땅보다 아래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곤륜산에 올라 ‘남극성’을 보려 해도, 남쪽 하늘 끝이 땅 아래로 들어가 버려서 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형산과 한라산은 모두 남쪽 땅끝에 있어서 남극성을 볼 수가 있다. 지남철로 보면 남극성이 정방의 하늘에 있다. 이는 한라산에서 보이는 방향과 동일하다. 
주)  남극성은 천구의 남극에 존재하는 항성이다.  ‘북극성’ 과 마찬가지로 지구의 세차(2만 6천 년을 주기로 순환됨) 때문에 남극성이라고 불리는데, 이 별은 계속 바뀌게 된다. 예전에 항해하는 데 기준점으로 삼았던 별이다. 
주)  북극성은 작은곰자리라 불리는데, 천구 북극에서 불과 1°  떨어져 있으며, 천구 북극을 중심으로 작은 반지름으로 일주운동을 하고 있다. 회전반경이 매우 작아서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비교적 밝은 별로 옛날부터 방위의 기준이 되어 항해자나 나그네의 친근한 벗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노인성을 연구하는 무병장수 노인성, 별 해설사 동아리가 형성되어 삼매봉 남성정에서 남극노인성 별 보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참고했으면 한다.
또한, 노인성을 가슴에 품은 천문대-서귀포천문학과학문화관이 서귀포시 하원동 탐라대학교 내에 위치해 예로부터 오직 한라산에 올라서야 볼 수 있었다는 노인성(용골자리 으뜸별 카노푸스 Canopus)을 볼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시민 공간에서 아름다운 서귀포시 앞바다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게 최초의 천문우주 관련 과학관으로 지난 2006년 6월 15일에 개관하였다.

/장영주 문학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