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불교가 만난 사람 - 한국 화단의 중견작가 강미선 화가 - “나의 작업은 수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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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불교가 만난 사람 - 한국 화단의 중견작가 강미선 화가 - “나의 작업은 수행입니다”
  • 김익수 대기자
  • 승인 2022.12.08 0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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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비엔날레 도립미술관 시민갤러리 공간에서
2023년 2월12일까지 ‘지혜의 숲2-금강경’ 전시
종이 바탕을 만들고 그 위에 글씨를 써 각각의
담담함을 지닌 5,176개의 글자를 이루게 돼

 

강미선 화가
강미선 화가

한지 조각에 한 자 한 자 쓰고 그린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핵심정리한 금강경이다. 필사에서 흘러나오는 향기의 정신세계는 맑고도 아름답다. 다섯 손가락 모두가 한 몸이 되어 수묵의 길을 걸어간다. 제주불교신문이 만난 사람 오늘은 제주비엔날레 도립미술관 시민갤러리 공간에서 지난 11월 16일부터 오는 2023년 2월 12일까지 ‘지혜의 숲2-금강경’ 작품 전시를 하고 있는 한국 화단의 중견작가인 강미선 화가를 만났다.

▶작가님 갤러리에서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인터넷상으로는 작가님의 전시회 소식을 접해봤습니다만, 전시관 현장에서 만나 뵙는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먼저 제주도립미술관 시민갤러리 공간에서 불교 금강경 필사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데, 전시를 하게 된 동기는 어떻습니다.
▷예. 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을 주제로 한 제주 비엔날레에 ‘지혜의 숲2-금강경’ 작품으로 참여하게 된 한국화 작가 강미선입니다. 한국 고유 종이 한지와 수묵을 화두로 계속 작업해온 저에게 이번 제주비엔날레에 참여하게 되어 감사합니다. 이번 주제가 저에게는 특히 지금 이 시대에 인간이 자연에 대한 미안함과 겸허함과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제가 쓰는 재료 또한 자연이 주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작년 서울 금호미술관 전관 초대개인전 “쓰고 그리다” 때에 전국에서 많은 분들이 관람하여 주셔서 감사했고 작가로서 보람과 책임을 느꼈습니다. 그 이후 2022년 서귀포 소암기념관 초대 개인전 “담담서화”를 전시하였고 제가 좋아하는 제주도에서 이번 전시도 하게 되어 기쁩니다.

▶불교 금강경 작품에 대한 내용을 소개해주신다면?
▷예. 금강경은 부처님과 수보리와의 가르침을 엮은 경전으로 본 이름은 금강반야바라밀경이죠. 반야는 ‘깨달음에 이르는 지혜’이고 바라밀은 ‘열반에 이르다’이고 ‘속세의 모든 번뇌를 끊고 깨달음에 이르는 지혜로 열반에 이르다’라고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불자가 된 후 가장 먼저 접한 경전이면서, 특히 제가 힘든 시기에 금강경 독송으로 시간을 이겨냈습니다.

▶불교와의 인연이라면?
▷예. 98년부터 ‘우리문화사랑’이라는 사찰 답사모임에 참여하였고 사찰음식을 잠시 배워보기도 했습니다. 그 시기에는 절을 그리고 탑을 그리며, 절의 풍경소리와 범종 소리가 좋았지만 종교로서 저를 이끌지는 못하였다고 생각됩니다. 2008년에 지금 관음사 회주 스님이신 혜민 스님의 팔공산 묘향사에 부군인 문봉선 화백이 후불탱화를 그려 인연이 되었고 그 이후 저희 부부의 작업 세계를 지켜보셨습니다. 이번 전시에도 관람해주시고 격려의 말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작업에도 작업실에서 재료를 구하러 다닐 때 조계사를 들려 기도했고 특히 8년 전 정각사 (정목 스님)에서 금강경 독송을 처음 하였습니다. 또 불연으로 많은 분들이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몸도 마음도 피폐해지고 여러모로 깊은 상처를 입고 힘든 슬럼프에 만난 것이 바로 금강경입니다. 불교와의 인연을 생각해보면 그냥 돌고 돌아 제자리로 온 것 같습니다.

▶작품은 얼마 동안 어떻게 써 오셨는지?
▷예. 글씨는 누구의 서체도 흉내 내지 않고, 멋도 부리지 않았습니다. 어떠한 형식에도 얽매이지 않았으며,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정성스럽게 한지를 두드리고 붙여서 종이 바탕을 만들고, 그 위에 글씨를 썼습니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듯 글씨를 지우기도 하고 옻칠, 감물 등으로 덧입히기도 하며 각 글자마다 배경을 만들었죠.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각각의 담담함을 지닌 5,176개의 글자를 이루게 됩니다.
각기 다른 느낌의 한지 가로세로 10센티의 한지 조각을 배접하여 시민갤러리 공간을 가득 채워 완성하였고 총 가로 36m와 높이 3m 20cm 정도를 10,390개의 한지 조각을 붙여졌습니다.
작은 한지를 2, 3장을 풀로 붙이고 두드려서 그 배접된 상태의 한지가 가장 강하고 가장 먹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를 만들고, 그 위에 수묵으로 작업을 하였습니다.
먼저 금강경 독송 기도 한 번 하고 만들어진 종이 위에다가 하루에 30자, 50자 더 잘 될 때는 조금 더 하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쓰는 작업의 5개월 동안 항상 느낌과 같은 호흡으로 쓰려고 노력했고 전력을 다했습니다. 금강경을 다 32분으로 나눠져 있는데 1분부터 시작해서 쓰고 1분이 끝나면 백 한지로 구분하였고 다른 번잡스러운 일을 피하고 오로지 작업에만 집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금강경 작품이 추구하는 세계는?
제 의도는 지금과 같은 풍요롭지만 혼란스럽고 빠르지만 많이 상처받고 아프고 결국 자연으로부터 겸손해지라는 경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럴수록 마음을 비우고 마음자리를 겸허하게 해야 한다는 그리고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시기를…….
먼저 전시장에 들어오면 세상에서 힘들고 복잡함을 내려놓고 방석에 앉아 편하게 묵상, 기도를 하며 망상과 번뇌를 다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고 가다듬고 자비의 빛을 받으며 다시 힘을 얻고 전시장을 나갈 수 있도록 구성하였습니다.
글씨 하나하나를 보지 말고 전체를 볼 때 마음을 가다듬고 내려놓기를 바라며, 잠시라도 숨을 고르며 고요의 상태로 머물다가 뒤돌아서서 각각 조금씩 색이 다른 한지를 만날 때 눈이 뜨여지고 자비의 빛을 마주하기(光明)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했습니다. 고요한 음악과 직접 만든 방석이 그 공간을 도와준다고 생각됩니다. 불자들에게는 법당이고 때로는 보시는 분들에게도 따뜻함을 주고 새 힘을 얻는 공간이기를 바라며, 저 역시 지치고 힘들고 방황할 때 금강경으로 이겼듯이 말입니다. 

▶추구하는 작업세계는?
학교 졸업 이래로 30여 년을 수묵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나의 작업은 일반적인 그리기의 과정으로 전개되지 않고 수제 한지에 나만의 공정(工程)으로 또 하나의 작업을 만듭니다. 공장(工匠)이 기술적으로 만든 한지를 다시 태어나게 하는 작업으로서 평면을 표면으로 바꾸는 작업입니다. 평면을 표면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다는 것은 단순한 기능적인 쓰임새로서의 평면이 아닌 나만의 독특한 표면으로 만듭니다. 
여러 겹을 발라 올린 한지의 표면은 일반적인 종이로서의 수용성의 기능에 머물지 않고 그 자체가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태어나고 미세한 융기로 덮이는 종이 위에 이루어질 어떤 행위를 수용할 준비를 갖추게 합니다.
그리고 수묵으로 담묵에서 농묵으로 화면을 만들어갑니다. 무수한 붓질과 시간이 듭니다. “쓰고 그리고, 그리고 쓴다.”, “ 水墨은 修行이다.” 곧 나의 작업은 修行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계획은?
나의 삶이 연계되어 작업에 표출될 수 있도록 마음공부를 부지런히 해가며 수묵화 작업을 하겠습니다. 앞으로 지혜로운 불자로 부처님께 복을 쌓는 작품을 하고 싶습니다. 특히 이번 제주비엔날레와 도립미술관에게도 감사드리며 제주에서 앞으로도 전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전력을 다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이번 55명의 작가들이 작업한 제주비엔날레를 꼭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익수대기자

강미선 작가 프로필
1986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
2007    중국남경예술학원 박사 졸업
2019    중국하북미술학원 전공초빙교수
2019    동방시각예술연구소 대표
    초대 개인전 (34회)
2022    淡淡書畫  소암기념관, 제주 외  
    단체전 (다수)
2020    붓다의 향기, 동덕아트갤러리, 서울 외
2022    국제수묵전 위해미술관, 위해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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