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종 선생과 함께 가는 중국불교유적 순례 (57) - 사천성 검각(劍閣) 각원사(覺苑寺) 석씨원류 벽화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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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종 선생과 함께 가는 중국불교유적 순례 (57) - 사천성 검각(劍閣) 각원사(覺苑寺) 석씨원류 벽화 (25)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12.2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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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원사 대웅전에는 북쪽에 작은 출입문이 나 있다. 이 출입문 서쪽 편의 안쪽 벽은 석씨원류 벽화가 그려진 14개의 벽 중 9번째 벽이다. 이 벽의 맨 윗단에는 모두 세 장면의 설화가 그려졌는데,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금강청식(金剛請食), 귀모심자(鬼母尋子)와 소아시토(小兒施土)가 표현되었다. 이 가운데 금강청식과 귀모심자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밀적금강이 부처님을 모셔 공양드리다(금강청식)
 

금강역사가 부처님으로부터 수기를 받은 후 부처님께 광야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오시어 칠일 동안 공양을 받으시고 중생들을 위하여 설법해주시기를 청한다. 부처님께서 중생들을 불쌍히 여겨 그 청을 받아들이자, 밀적금강은 부처님께서 오시는 길을 온갖 영락과 연꽃으로 장식하고, 마침내 부처님께서 권속들과 함께 오시자 부처님과 권속들에게 공양드리면 많은 복덕을 얻게 된다며 대중에게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부처님과 권속에게 공양드리라고 한다. 공양을 마친 후 부처님께서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 선여인은 마땅히 불법을 받들고 두터운 믿음으로 도의에 어긋나는 일은 범하지 마라. 재물을 쌓지 말고 보시하기를 좋아하라. 인자한 마음으로 살생하지 말고, 남이 주지 않는 것을 취하지 말며, 삿된 음행, 거짓말과 험담, 이간질, 질투, 노여움, 어리석음을 행하지 마라. 이렇게 10악을 범하지 않고 10선을 행하며, 다른 이에게 10선을 행하도록 권하고 사문을 보거든 공손하게 모셔라. 사문들을 보아라. 모두 계율을 받들고 부지런히 정진 수행하고, 불제자는 항상 공손하게 부처님을 모시고 있지 않느냐. 늘 이러한 선지식을 받들고 위험과 재액을 당한 사람들을 구하고 베풀면 큰 부를 이루게 된다. 보시하라. 탐욕한 아귀도 지계와 인욕으로 정진하면 지혜를 얻어 도를 이루지만 계율을 범하면 지옥에 떨어진다. 성내고 노여워하고 게으르면 도를 폐하고 삿된 생각에 빠져들어 죄를 짓게 된다. 어리석은 바보는 어두운 곳에 몸을 던진다. 선하고 악한 과보는 모두 몸과 입과 생각으로 말미암아 받게 되는 것이니라.”  

석씨원류 판화(사진 1)에는 발우를 든 밀적금강과 그를 따르는 권속들이 부처님을 향해 경배하고 부처님께서는 설법하는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이 이야기가 이루어진 곳이 기사굴산, 즉 영축산이니 주위 배경에 바위와 나무를 표현하였다. 각원사 벽화(사진 2)에도 산과 나무를 간결하게 묘사하였다.
이 내용은  『대보적경(大寶積經)』에 실렸는데, 보적경이라고도 불리는 이 경전은 이름 그대로 부처님의 보배로운 가르침을 담은 것이다. 8세기 초 당나라 때 보리유지(菩提流支)가 여러 경을 한데 모아 편집하였다. 총 120권에 49회 77품으로 구성되었는데, 이 내용은 제3회 밀적금강역사회에 실렸다. 경 전체의 내용은 보살이 닦아야 할 여러 가지 수행법을 통해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 자식을 잃고서야 부모의 마음을 알게 되어 
아이 잡아먹는 습관을 버린 귀모 이야기(귀모심자) 

귀신의 왕 반사가(般闍迦)의 아내는 오백 명의 아들을 낳았는데, 자식 모두가 힘이 센 용사였다. 이들의 어미는 그 중 가장 어리고 용모가 단정한 막내 빈가라(嬪伽羅)를 총애하였다. 빈가라의 어미, 즉 귀모는 흉악무도하여 평소 어린 아이를 잡아먹곤 해서 사람들이 걱정이 많았다. 결국 사람들은 부처님께 그 사정을 아뢰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그녀의 아들을 잡아다 발우 밑에 가둬 놓았다. 아들을 잃어버린 귀모는 칠일 동안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 아들을 찾았으나 찾지 못하고 근심에 빠진다. 그러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말하길, 부처님께서 모든 것을 아는 지혜를 가진 분이니 그분에게 여쭈어보라고 권했고, 귀모가 부처님께 찾아가 아이의 소재를 묻자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너는 오백 명의 아들 중에 오직 하나를 잃은 것에 불과한데, 왜 그렇게 걱정하며 찾아다니느냐? 세상 사람들은 자식이 하나뿐인 사람도 있고, 혹은 셋이나 다섯인 사람도 있으나 너는 그 아이들을 잡아먹지 않았느냐?” 
이에 귀모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이제 빈가라를 찾게 되면 다시는 세상 사람들의 아이를 잡아먹지 않겠습니다.”
이 말을 들은 부처님께서는 발우 아래에 있는 빈가라를 보게 하였다. 발우에 갇힌 빈가라를 본 그의 형들이 모두 힘을 합해 발우를 들어 올려 빈가라를 꺼내려 했으나 구할 수 없었다. 그러자 귀모가 다시 부처님께 자식을 구제해달라고 청하자, 부처님께서는 삼귀의와 오계를 받고 목숨이 마칠 때까지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면 아들을 돌려주겠다고 하였다. 귀모는 부처님의 말씀을 따라 삼귀의와 오계를 받았고, 부처님께서는 빈가라를 돌려주면서 귀모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부터 계율을 잘 지켜야 한다. 너는 전생에 가섭불 시대에 갈니왕(羯膩王)의 일곱째 딸이었는데, 계율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귀신의 몸으로 태어나는 과보를 받게 된 것이다.”

이 장면을 그린 벽화(사진 3)를 보면, 화면 중앙에 놓인 커다란 발우 안에 붉은 옷을 입은 귀모의 막내아들이 있고, 그 오른쪽에는 안타까워 우는 귀모와 발우를 끈으로 묶어서 들어 올리려고 안간힘을 쓰는 귀모의 다른 아들들이 표현되었다. 같은 내용이지만 석씨원류 판화(사진 4)는 줄을 끌어당기는 아들들의 장면에서 징을 치며 독려하는 모습까지 표현하여 벽화보다 더 역동적이다.
이 이야기는 10권으로 이루어지고, 그 안에 121편의 인연담, 비유담, 본생담 등이 실린 『잡보장경(雜寶藏經』에 수록되었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라는 역지사지의 상황을 귀모에게 제시하여 자기 자식이 소중하면 남의 자식 역시 소중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아이를 잡아먹는 귀모의 잘못을 꾸짖는 내용이다. 물론 계율을 지키지 않으면 과보를 받는다는 내용을 더 강조하고 있다. 자식을 적게 낳고, 남은 어찌 되든 말든 오직 자기 자식만 잘되면 된다는 이기주의가 만연한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내 자식만, 또는 나만 생각하여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는지, 나의 행동이 상대방을 곤란하게 만들지 않았는지 세심하게 생각해보자. 귀모와 같은 과보를 받지 않기 위해서 살생, 도둑질, 음행, 거짓말, 욕설, 이간질, 사기, 탐욕, 화냄, 그릇된 견해를 갖지 말자는 10선을 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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