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와 함께하는 ‘노자’ 산책 (17) - “강한 것은 죽음의 무리,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의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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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와 함께하는 ‘노자’ 산책 (17) - “강한 것은 죽음의 무리,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의 무리”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12.2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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堅强(견강)한 것은 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고
경직되어 죽음을 재촉하고
유약한 것은 변화에
적극적으로 적응하여
삶을 지향하게 된다

노자가 보기에 자연의 운행은 부드럽고 유약하며 은미하다. 자연계는 무한한 변화 가운데 있기 때문에 하나의 모습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그런데 특정한 문화 체계를 전통으로 확립하여 거기에 모든 백성들을 통일시키는 통치 방식은 강하고 뻣뻣하게 운용될 수밖에 없다. 
생명체의 가장 큰 특징의 하나는 변화에 대해 유연하게 적응한다는 것이다. 모든 환경은 변한다. 변화하는 환경이 나의 고정된 틀에 맞출 수는 없다. 우리 자신이 변화에 맞추어 살아가야 한다. 만약 변화에 더 이상 적응하지 못한다면 요절하고 만다. 堅强(견강)한 것은 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고 경직되어 죽음을 재촉하게 된다. 반면 유약한 것은 변화에 적극적으로 적응하여 삶을 지향하게 된다. 
장자 「천하」편에서도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만물의 근원인 무(無)를 정밀하다 하고 형체있는 것을 조잡하다고 하며, 부의 축적을 만족하게 여기지 않으면서 청렴 무욕하여 홀로 담담하게 신명한 본성에 편히 머문다. 옛날의 도술에는 이런 경향이 있었다. 관윤과 노담은 이 가르침을 듣고 기뻐하며 언제나 무유(無有)인 허무를 내세우고 만물과 하나 되는 절대적인 도를 첫째로 삼았다. 연약하고 겸손한 태도를 나타내고 스스로를 공허하게 하여 만물을 손상하지 않음을 마음의 실질로 삼았다.” 
이처럼 강한 것은 유위의 방식이고, 부드러운 것은 무위의 방식이다. 강한 것은 인위적 문화 체계이고, 부드러운 것은 자연의 운행 방식이다. 가장 민첩하고 부드러운 잔뿌리는 땅의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물을 빨아올린다. 그러나 가장 오래된 이파리는 그늘에 묻혀 있다. 우리의 몸도 어린 시절에는 유연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점점 뻣뻣해진다. 세계에 대해 많이 알면 알수록 관용적이게 되고, 아는 것이 적을수록 신념이 강해진다. 그러므로 군대도 의로움으로 이기는 것이지 강하다고 이기는 것이 아니다. 강하나 의롭지 않으면 패하게 된다. 전쟁은 부득이하게 해야지 강하다고 약자를 억압하는 것이 아님을 노자는 설파한다. 
강하고 큰 것은 밑에 놓이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위에 놓이게 된다는 것을 왕필은 나무를 비유로 들어 설명한다. 왕필은 강하고 큰 것을 나무의 뿌리 쪽의 모습으로 보았고, 부드럽고 약한 것을 나무 끝 가지의 모습이라 주를 달았다. 즉 나무뿌리나 둥치처럼 강하고 큰 것은 밑자리에 있을 수밖에 없고, 줄기나 잎사귀는 윗자리에 있을 수밖에 없는 것과 같다고 본 것이다. 이는 노자가 여러 번 강조했듯이 부드럽고 약한 것이 천성적으로 스스로를 낮추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위에 오르게 되고, 강하고 큰 것이 스스로를 자랑하므로 결과적으로 아래에 처하게 된다는 말이다. 이처럼 단단하고 뻣뻣한 것은 죽음의 원리요, 부드럽고 약한 것은 생명의 원리로 유약한 것이 견강한 것을 이긴다는 것을 전쟁과 나무에도 적용시키고 있다. 
모든 우주 만물은 삶과 죽음을 동시에 지닌다. 견강이 유약을 완전히 지배하게 되면 죽음으로 가지만 유약을 잘 지켜내게 그만큼 죽음이 유예된다. 노자가 유약을 강조하는 것은 자연의 운행과 발맞추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함을 의미한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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