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량석 - 마가스님 백일 명상 - “법은 세상이 움직이는 이치, 진리를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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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량석 - 마가스님 백일 명상 - “법은 세상이 움직이는 이치, 진리를 말합니다”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12.2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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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성제와 팔정도가 생활 속에서
매일 매일 기도와 함께 행해질 때
기도의 진정한 목적이 성취됩니다
마가 스님
마가 스님

우리는 부처님이 모든 것을 들어주실 것처럼 기도합니다. 기도 내용도 다양합니다. ‘돈을 많이 벌게 해주십시오.’, ‘시험에 합격하게 해주십시오.’, ‘병을 낫게 해주세요.’, ‘남편이 가정에 충실하게 해주십시오.’ 등 그러면 부처님이 내 지갑에 돈을 두둑이 넣어주시고, 시험 합격증을 주시고, 씻은 듯이 병을 낫게 해주시고, 나에게 헌신하는 남편으로 바꿔주실까요? 흔히 하는 말로 복권에 당첨되고 싶다면 먼저 복권부터 사야 합니다.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 이들에게 부처님은 아무것도 이뤄주지 않습니다. 
부처님은 바로 법털 ‘다르마(Dharma)’ 그 자체입니다. 법은 세상이 움직이는 이치, 진리를 말합니다. 고타마 싯다르타가 깨달은 법의 이치는 연기(緣起)입니다.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으면 이것이 있다는 것입니다. 씨앗을 심어야 싹이 트고 겨울이 지나야 봄이 오고 부모가 있기에 내가 있는 것입니다. 그냥 저절로 나고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모든 것이 서로를 의지하며 생멸합니다.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을 바꾸고 싶고 원하는 것을 이루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변화되어야 할 사람은 나 자신입니다. 상황과 환경을 탓하고 자기의 그릇보다 넘치는 것을 바라고 구하는 기도가 아닌, 자기 자신과 처한 상황을 지혜롭게 바꾸어 가는 기도를 해야합니다. 
기도는 자기 자신을 위한 기도에서 시작하지만, 점차 내 주변으로 기도의 대상과 범위를 넓혀가야 합니다. 먼저 자신의 말과 생각, 행동을 바르게 하는 기도를 합니다. 자신이 변화되어야 비로소 나를 둘러싼 환경과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지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나 자신 내면의 빛을 밝히는 것이 바로 기도입니다. 내가 밝아지면 자연스럽게 주변으로 그 빛이 퍼져나가고 나와 너가 하나임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석가모니 부처님이 아난다의 청을 듣고 설하신 마지막 가르침이 전해옵니다. 부처님이 병에 걸리셨을 때 아난이 청한 설법에 부처님은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자등명(自燈明) 법등명(法燈明). 저마다 자신을 등불로 삼아야 한다. 또 바른 가르침을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 이밖에 다른 것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 내 마음의 중심을 잡고, 오직 나 자신과 부처님 법에 의지해서 기도하고 수행해야 함을 뜻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도는 나에게 향하는 다짐이자, 근본적으로 내 마음의 힘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기도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도는 매일매일 꾸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도는 마음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정돈하는 것과 같습니다. 기존의 습관과 고집대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던 모습을 알아차리고 참회하며 바른 마음가짐을 세우는 것이 기도입니다. 집 안 청소를 매일 하지 않으면 먼지와 쓰레기가 쌓여 어지럽혀지듯 기도는 매일매일 자신을 돌보는 행으로써 실천해야 합니다. 
“마음은 용감하게, 생각은 신중히, 행동은 깨끗하고 조심스럽게 하고, 스스로 자제하여 법에 따라서 살며, 부지런히 정진하는 사람은 영원히 깨어 있는 사람이다.”  《법구경》 에 전해지는 부처님 말씀입니다. 우리는 법에 의지하여 수행하는 수행자입니다. 그래서 늘 자신을 살피며 자기 생각, 말, 행동을 바르게 하는 수행이 필요하지요. 불자로서 지켜야 할 오계와 삼귀의 그리고 부처님 법을 실천하는 사성제와 팔정도가 생활 속에서 매일 매일 기도와 함께 행해질 때 기도의 진정한 목적이 성취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무엇을 이루어 달라는 소원 기도는 자칫 더 큰 집착을 불러오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기도하는 내내 나의 소원에만 빠져 있으면 기도는 더 나아가지 않습니다. 소원 성취에 대한 집착은 조바심을 내게 하고, 내 뜻대로 되지 않으면 남을 탓하는 원망의 마음만 더욱 커지게 됩니다. 원망의 마음이 찜찜하게 남아 있는 기도는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습니다. 
기도는 모든 것을 내려놓는 마음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앞으로 나에게 어떤 일이 다가오더라도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내려놓음이 기도의 시작입니다. 
기도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자신의 기질과 생활 태도에 적합한 것을 찾아서 꾸준하게 실천하는 것이 좋습니다. 염불 기도, 사경 기도, 절기도, 참선기도, 명상 등의 기도법이 있지요.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해 기도하는지 서원을 세우는 것입니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바는 물론 기도를 통해 변화되고 바뀌기를 바라는 서원을 함께 적습니다. 또 기도를 어떻게 회향할 것인가에 대한 다짐을 함께 적어야 합니다. 기도를 통하여 작은 공덕이라도 나누겠다는 회향의 마음은 어떤 기도를 하더라도 누구나 지녀야 하는 중요한 태도입니다. 
이렇게 서원문을 완성한 다음에는 내가 선택한 기도법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소원에 집착하지 말고 사경, 염불 독송, 108배 등 내가 선택한 기도 수행법에 오롯이 마음을 다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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