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식을 찾아서 - 혜국스님 법문 - “한 철을 해도 정성을 다해서 공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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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식을 찾아서 - 혜국스님 법문 - “한 철을 해도 정성을 다해서 공부해야 합니다”
  • 정리·김은희 기자, 사진·임관표 기자
  • 승인 2022.12.2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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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국 큰스님(석종사 금봉선원장)
혜국 큰스님(석종사 금봉선원장)

지난 12월 8일 남국선원에서 혜국 큰스님이 스님들과 불자들을 위해 결제법문을 했습니다. 스님은 부처님께서 마지막으로 당부하신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는 말을 전하시면서 마음 닦는 수행에 정성을 다해서 임하길 간절히 바랐습니다. 그 법문 내용을 지난호에 이어서 이번 호까지 실었습니다. /편집자 주 

(지난호에 이어)
지금 일부 국가에선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데 나와 너를 내려놓고 어떻게 하면 잘 살 거냐, 조상들이 만들어낸 이 나라를 어떻게 하면 잘 살게 할 것인가 이걸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서 부처님 법이 참으로 좋구나, 내가 옳으면 상대방이 옳을 수도 있다, 이 세상은 나 혼자만 옳다고 할 수 없다,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는 연기법을 깨달으면 왜 없다고 했는지 살활동시가 된단 말입니다. 그 제자가 자기 스승인 염관선사를 찾아가 대매 스님을 만난 이야기를 하니 스승은 다시 대매스님에게 ‘마조스님이 마음도 아니요 부처도 아니요 물건도 아니란다’고 해봐라 하니 제자는 다시 갔단 말입니다. 옛날 조사 스님들은 그만큼 도를 소중히 생각했습니다. 
도가 있어서 내가 사는구나, 그런데 지금은 허공이 있어서 나무가 자라나고 허공이 있어서 집을 지을 수 있고 허공이 있어서 앉아있을 수 있고 허공이 있어서 누워있을 수 있고, 허공 덕에 살면서 허공 고마운 줄을 몰라. 허공에 지혜가 깃든 게 마음인데 마음 하나가 전부다 인데 빌려 쓰고 놓아두고 갈 돈 명예 집 이런 것들에만 신경을 쓴단 말입니다.
이제 스님들은 내 소중한 인생, 어려운 길 들어서서 만일 이 도에다 인생을 바쳐서, 내가 이 도에다 원 없이 인생을 바쳐서, 이 도에다 원 없이 정성을 다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한철을 해도 정성을 다해서 공부해야 합니다. 
지금은 도를 봤다는 사람이 그렇게 보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처음 절에 들왔을 때 성철 큰스님이나 이런 분들이 선방만 만들면 도인이 몇 명씩 쏟아질 것으로 봤습니다. 나중에 노장님들이 하시는 말씀이 졸면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성철 스님이나 구산 방장 스님 같은 분들은 새벽만 되면 바깥에서 낭창낭창한 물푸레나무로 회초리를 만들어서 꾸벅꾸벅 졸면 사정없이 때렸습니다. 지금은 조는 사람 깨워주는 것도 고마워할 줄 모릅니다. 
그 제자가 대매스님을 찾아가서 스승이 한 이야기를 전하니 대매 스님은 ‘스승이야 뭐라 했든 나는 마음이 부처여.’ 노장이야 뭐라했든 무슨 상관이냐고 그랬단 말입니다. 화두는 바로 낙처에 있습니다. 그래서 염관스님이 그 이야기를 듣고 푹 익은 홍시는 저절로 떨어지게 마련이라면서 ‘푹 익었구만 푹익었어.’라고 감탄을 했다고 합니다.  
이 공부는 푹 익혀야 됩니다. 제가 절집에 들어온 지 63년이 됩니다. 새벽 예불 모시고 나서 앉아있으면 그 즐거움이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간화선 아니면 그런 세계를 어떻게 알겠습니까. 부처님 당시 제일의 공경, 공경을 설한 경에 보면 ‘죄를 지은 작자는 없다.’, ‘업은 있지만 업을 지은 사람은 없다.’ 이걸 잘 들으면 ‘부처님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됩니다.  
대매 스님처럼 푹 익도록, 내가 십 년도 좋고 이십 년도 좋고 늙어 죽을 때까지 애쓴다, 다음 생도 이 길밖에 없다. 완벽하게 갖춰진 중도, 연기, 본래 있지도 아니하고 없지도 아니한 이 세계는 내 생각이란 구름만 거두어버리면 태양 광명은 저절로 비추듯이 금생에 애쓰는 자체가 이보다 더 귀한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선방하나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몇몇 사람들 선방하는 걸 보면 선방이 얼마나 좋으면 저렇게 힘들게 할까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선원장 스님이 한 사람이라도 더 모여 살려고 하는 이게 정말 고마운 줄 알아야 합니다. 따뜻한 이 좋은 도량에 스님들이 와서 살아주는 게, 모실 수 있는 우리들에게도 대단한 복인 줄 알아야 합니다. 남국선원이란 큰 못을 파놨으면 연꽃향기가 일어나고 금붕어가 뛰어노는 것은 각자의 몫입니다. 나와 남과 법과 공양은 둘이 아니다, 이러한 법을 가지고 남국선원이 오래오래 수행도량으로 지속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다시한번 결론을 내리자면 화두란 말에 떨어지면 안된다, 나하고 바깥에 조주가 따로 있다가 생각하면 얼른 내 안으로 스승과 나는 둘이 아니다, 법당 벽만 허물어 버리면 하나가 되듯이 이러한 법을 보여준 스승이 내 안에서 지금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뭣꼬, 누가 ‘이’ 했지, 이 할 줄 아는 그 자리는 따로 있는 내가 아니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온 우주가 살아 움직이는 시간이니 조금만 하다보면 망상이 올라와, 물이 가라 앉으니 찌꺼기가 보여, 내 안에 있는 망상이 당연히 떠오르는 게 정상이구나 이건 손님 중에 손님이니, 망상 대처하는 방법이 싹 무시해두고 화두만이 주인이다, ‘이뭣꼬’ 무시해두고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으면 달은 본래 있던 달이더라, 물속에 있는 달은 달이 아니더라, 이러한 법을 깊이 익혀서 스님네 이번 철에도 애를 써보십시오. 

원컨대는 동안거에 정진하고자 안거에 모인 대중들이여
번뇌망상은 지나가는 손님이라
일체 마음 주지 말고 화두만 참구하여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스승들이 남겨주신 화두 참선법을 
깨달아서 부처님 크나큰 은혜 
반드시 갚고자 하옵니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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