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리산방의 엽서 - 지단관월(指端觀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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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리산방의 엽서 - 지단관월(指端觀月)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3.02.0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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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사람은 달을 가리켜 보이면,
손가락만 보고 달은 보지 못하니
이와 같이 이름에 매달리는 자는
나의 진실을 보지 못한다”

일 년 중 가장 먼저 처음 맞는 만월이 되는 날 
새해 계획을 설계하고 그해의 운세도 점쳐보는 
천지인(天地人) 삼자가 합일하여 일을 이루기에 
모든 부족들이 하늘의 뜻에 따라서 화합하는 날 
​풍요의 상징으로서 자리매김하게 된 각별한 의미 
집안곳곳에다 등불 켜놓은 채 밤을 새웠다고 하는 
풍농 기원한다는 뜻에서 유래된 오랜 역법의 잔존 
부럼 깨물고 귀밝이술 마시며 오곡밥 약식 먹은 뒤에 
농악대 지신밟기 줄다리기 달맞이 달집태우기 등으로 
풍년들기 무사태평 성취를 축원하는 고유의 전래풍습 
한 해 동안 좋은 일만 일어나기를 기원하던 세시풍속

#1 손병흥 시인이 노래한 <정월 대보름맞이> 시입니다. 여기에는 정월대보름의 세시풍속의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보름달에 대하여 서양인들은 전통적으로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으나, 그 반면 농업문명을 일궈온 동양인들은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가지고 달력과 24절기를 만들어 한해의 풍흉을 예측하면서 긍정적으로 인식하여 왔습니다.

#2 보름달은 우리 민족의 풍요와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대상으로 수 천 년 동안 농경문화의 표상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민족은 다함께 정월대보름에 “귀 밝아라”, “눈 밝아라”라는 덕담을 주고받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안목眼目이 있는 자는 볼 것이요, 이근耳根이 있는 자는 들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정월 대보름날에서 귀밝이술 마시고, 달집태우기를 한다고 참 소리와 허튼 소리를 식별하고, 봄[見]이 청정해지지 않을 것입니다. 

#3 부처님께서는   「소따누가따 경」 (A4:191)에서 “수행자가 경, 게송, 감흥어, 여시어, 본생담, 문답[方等] 등의 법을 귀로 들은 뒤 외워서 친숙하게 하고 마음으로 숙고하고 견해로 완전히 꿰뚫는다. 그는 마음챙김(sati)을 놓아버리고 죽어서 어떤 신들의 무리로 태어난다. … 거기서 신통을 가졌고 마음의 자유자재를 얻은 비구가 와서 신들의 회중에서 법과 율을 설하면 그는 전생의 인간 세상에서 수행했던 법과 율이 되살아나서 느리게 도와 과를 성취하게 된다.”라고 설법하셨습니다. 
저는 이 경을 문聞·사思·수修하면서 비록 금생에 도와 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사악도 중 하나에는 태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하며 위빠사나 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4 이해인 시인은 “둥근 달을 보니 / 내 마음도 둥글어지고 / 마음이 둥글어지니 나의 삶도 금방 둥글어지네.”라고 노래하였습니다. 
참 좋은 말, 좋은 시입니다. ​보름이 되면 보름달 하나가 천 개의 강물 위에 천 개의 달빛을 비추듯이 우리 불자들의 마음에 ‘볼 때는 봄만이 있고, 들을 때는 들음만이 있다면’ 그 자애의 심월(心月)은 천 개의 강물 위에 떠 있게 될 것입니다. 
재가자들은 최소한 한 달 중 보름달이 뜨는 음력 15일에 보시와 공양을 하고 계를 구족하고 포살(우포사다, uposatha)을 실천함으로써 만월의 공덕을 회향하여야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상윳따 니까야』  「알라와까 경」 (S10:12)에서 재가자의 도 닦음으로 포살의 필요성을 강조하신 바 있습니다.  

#5 어릴 적 들었던 말 가운데 달에 살면서 절구질하는 토끼 이야기가 문득 생각납니다. 인도 첸나이 박물관에 보관된 석가세존의 전생 관련 부조에는 모닥불에 뛰어드는 토끼 형상이 있습니다. 
불을 피워 자신의 몸(토끼)을 불속에 던져 소신공양하는 붓다의 전생 설화가 불교의 동진(東進)에 따라 한반도까지 전래되면서 계수나무 밑에서 불사약을 찧고 있다는 달 토끼의 스토리가 탄생했다고 합니다.
옛 선조들은 토끼를 지혜와 복덕의 상징으로 꼽아 토끼 관련 판화를 대문에 붙이거나 몸에 지녔다고 합니다. 토끼를 재난을 극복하고 소원을 성취하게 해 주는 수호신으로 여긴 것입니다.

#6 ‘달의 비유’를 통한 법문은 대승경전의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단관월(指端觀月)은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본다.’라는 뜻으로  「원각경(圓覺經)」  ‘청정혜보살’장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선종(禪宗)에서는 모든 부처님이 중생을 깨우치는 다양한 방편도 이처럼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과 같다고 말합니다.
 「능가경(楞伽經)」 에 이런 게송도 있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달을 가리켜 보이면, 손가락만 보고 달은 보지 못하니(如愚見指月 觀指不觀月), 이와 같이 이름에 매달리는 자는 나의 진실을 보지 못한다.”
부처님의 말씀이나 경전을 통하여 진리를 깨닫는 것이 수행의 목적인데 어리석은 수행자들은 이름(개념)이나 문자에 집착하느라 정작 진리에 이르지 못함을 손가락과 달에 비유한 것입니다. 나아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과 같으니 ‘달을 봤으면 손가락을 잊어버리라(見月忘指)’라고 합니다. 

#7 관월(觀月)의 참뜻은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 즉 사성제를 통찰하라는 것입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주제별로 모은  『상윳따 니까야』 의 대미를 장엄하는  「진리 상윳따」 (S56:1)에는 131개의 경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삼매를 닦는 이유는 사성제를 꿰뚫기 위해서이며 출가자가 되는 이유도 사성제를 관통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정월 대보름을 맞이하며, ‘사색을 할 때도 말을 할 때도 사성제를 사색하고 사성제에 대해 말을 하겠다.’라고 서원을 세운다면 참 좋은 인연입니다.

/ 恒山 居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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