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보리분법 - 깨달음으로 이끄는 수행의 로드맵- [들어가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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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보리분법 - 깨달음으로 이끄는 수행의 로드맵- [들어가는 글]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3.05.0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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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5월 초부터 대략 20여 회에 걸쳐 격 주간으로 진용스님께서 (사)21세기불교포럼에서 월 1회 정기적으로 ‘37보리분법’이라는 주제로 법문하신 내용을 연재하려고 합니다.

37보리분법(보디빡키야, bodhipakkhiya)은 ➀ 4념처(네 가지 알아차림의 확립, satipaṭṭhāna), ➁ 4정근(네 가지 바른 정진, sammappadhāna), ➂ 4여의족(네 가지 성취수단, iddhi-pāda), ➃ 5근(다섯 가지 기능, indriya), ➄ 5력(다섯 가지 힘, bala), ➅ 7각지(일곱 가지 깨달음의 요소,  bojjhaṅga), ➆ 8정도(여덟 가지 성스러운 도, maggaṅga)를 말합니다.

이 37가지 법들은 깨달음(bodhi)이라고 이름을 얻은 성스러운 도(道, ariya-magga /예류도부터 아라한도까지)를 증득하게끔 도와준다는 뜻에서  『청정도론』 은 ‘깨달음의 편(菩提分)에 있는 법’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덧붙이면 보리(菩提, bodhi)라는 것은 사성제를 깨닫거나 도를 얻은 성자의 지혜나 바른 견해(定見)를 뜻합니다. 
아비담마나 주석서의 문헌들에서는 37보리분법들은 깨달음을 얻은 성자들이 구족하는 출세간적인 것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  『상윳따 니까야』(S45∼51)에 있는 37보리분법에 대한 가르침은 아직 깨달음을 성취하지 못하여 실참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실현하려는 학인 수행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 법들은 깨달음을 실현하도록 도와주는 법들이라고 말합니다.   

   『디가 니까야』    (D22)의  「대념처 경(Mahāsati paṭṭhāna-sutta)에는 ‘네 가지 알아차림의 확립(4념처)이 성스러운 도에 도달하게 하고, 닙바나(열반)를 실현하게 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맛지마 니까야』 (M118)의  「들숨·날숨에 대한 알아차림 경」에는 사념처 확립을 닦고 거듭거듭 행하면 일곱 가지 깨달음의 구성요소[七覺支]를 성취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진용스님은 교학과 수행을 통해 성자(聖者, ariya)의 과위를 얻은 거룩한 분으로 스님의 법문 중 3분의 2 정도가 칠각지 수행에 관한 것입니다. 
스님은 지혜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칠각지를 완전하게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되지만 이 때 첫 번째의 염각지(念覺支, sati-bojjhaṅga)를 올바르고 충분히 실천하고 있으면 나머지 여섯 각지는 자연스럽게 일어난다고 말씀하십니다.
즉 ‘염각지’ 하나만을 완성시키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따라와서 지혜가 완성한다고 하는 시스템이라 말합니다. 이 말씀은 깨달음의 씨앗을 싹틔우고 성숙시키며 조화롭게 완성하게 하는 법들은 봇장가(bojjhaṅga)인데, 그 중에서도 37보리분법 중 첫째 염각지의 사띠(sati, 正念)’을 정확하게 실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십니다.
스님의 이와 같은 가르침은  『상윳따 니까야』 (S46:3)의  「계(戒) 경」 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이 경의 골자를 초기불전연구원에서 이렇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21가지 혹은 44가지로 정리되는 마음챙김(알아차림)의 대상 가운데 하나에 마음챙김을 하고(➀염각지, 念覺支), 이를 바탕으로 특정한 심리현상들이 해탈 열반에 도움이 되는 선법인지 그렇지 않은 불선법인지 간택하고(➁택법각지, 擇法覺支), 그래서 선법은 증장시키고 불선법은 없애기 위해서 노력한다(➂정진각지, 精進覺支). 이렇게 정진을 해나가면 크나큰 희열이 생기고(➃희각지, 喜覺支), 이를 바탕으로 마음은 고요함을 체득하게 되고(➄경안각지, 輕安覺支), 마음은 본삼매에 들게 되며(➅정각지, 定覺支), 그래서 제4선에서 성취되는 평온에 머물거나 모든 유위법들에 대해서 흔들리지 않은 평온을 얻게 된다(➆사각지, 捨覺支).”라고. 
초기경전의 주석서에 의하면, 칠각지를 닦고 완성하면 일곱 가지 과보와 공덕이 뒤따른다고 말합니다. 열 가지 족쇄에 대한 해탈의 정도에 따라 수행자는 예류자[수다원], 일래자[사다함], 불환자[아나함], 아라한 등의 성자가 되어 부처의 가문에 들어가게 된다고 말합니다. 
진용스님은 법문을 마무리하면서 “해탈로 향해 7각지를 실천하는 사람, 즉 다섯 장애(五蓋)를 없애고, 사띠(sati)를 실천하며, 분별 능력을 몸에 익혀 계율에 의한 어려운 훈련 등의 프로세스를 거쳐 다양한 감정의 벽을 넘어 온 사람에게는 최종적인 ➆사각지(우뻭카)가 나타난다. 이 수행자에게는 완벽한 해탈의 지혜가 몸에 붙어 있다. 이것이 최고 레벨의 지혜이다. 이것으로 수행이 완성되어 자동적으로 깨달음의 세계가 나타난다.”고 천명하십니다.

진용스님은 1983년 해인사에서 도성 스님을 은사로 ‘진용’이라는 법명을 받고 사미계를 수지하였습니다. 그러나 큰스님들의 법문을 듣고 경전을 읽어도 가슴 속 깊은 곳에 의문과 답답함이 옹이처럼 단단해지기만 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남방불교가 부처님의 원음에 가깝다는 얘기를 듣고 초기불교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고자 빠알리 어를 공부하고, 1987년 가을 빠알리(팔리) 불교대학의 본원이 위치한 스리랑카로 구법 여행을 떠납니다.
하지만 스리랑카는 내전 중인데다 대학마저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듣고 태국 춤부리 지방의 위웩 아솜 사원으로 발길을 옮겨야 했습니다. 태국에서 6개월을 보낸 후 진용 스님은 두 번째 스승의 인연을 맺게 됩니다. 
왓 람쁭 수행처의 주지 아짠 통 스님을 가까이에서 모시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이때부터 진용 스님은 새벽 4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사원의 수행 프로그램을 따르는 것은 물론, 취침 시간인 10시 이후에도 취침시간을 2시간 정도로 줄어서 빠알리 어와 태국어 공부에 매진하였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치열한 노력 끝에 스님은 3개월 만에 태국 어와 빠알리 어를 통해 누구와도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진용스님에겐 태국에서의 정진 중 가장 힘든 일은 수마를 극복하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외국어와 수마의 장벽을 무너뜨린 스님은 비구계본을 합송하는 포살법회에 참가했고 마하출라롱컨대학에 입학해 본격적인 승가수업을 받았고, 이후 2년 간 선정삼매에 진력한 후에야 삼매에 들고자 하는 욕망을 비로소 내려놓을 수 있었고 원하는 시간에 삼매에 들고 나오는 조절이 가능해졌다고 합니다.
태국에서 수행한 지 10년이 되던 해인 1997년 진용 스님은 원로의원 10명, 행정직 10명 등 20명의 스님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태국 교단에서 최고의 위치에 해당되는 삼장법사(三藏法師)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태국의 스님 약 40만 명 중 현존하는 삼장법사는 20명에 불과하고, 특히 외국인으로서 삼장법사의 자격을 얻은 스님은 진용 스님이 처음이라고 하니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평생 수행과 교화의 삶을 살아온 아짠통 은사 스님의 유훈을 가슴에 새기며 진용 스님은 2005년 2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선원을 개원하여 깨달음의 대중화에 진력하고 있습니다.
진용스님은 사부대중들에게 법문 시마다 늘 이렇게 강조하십니다. 
“어떤 경지에 이르는데 집착하거나 많이 알려고 하기 보다는 단 한 번의 호흡과 단 한 구절의 경전 말씀이라도 정확하고 깊게 이해하려 하십시오. 그것이 바로 부처님이 되는 길입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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