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댓불 - 그리운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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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댓불 - 그리운 어머니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3.05.3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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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이다. 오월이 되면 가슴에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일렁인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아직도 오월이 되면 살아생전 어머니를 뵈러 갈 때처럼 마음이 설렌다. 세월이 거듭할수록 마음속에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직도 살아생전 어머니가 주신 사랑이 마음속에서 출렁임이겠지요.
언젠가는 어머니가 그리워 고향 집에 갔는데 마당 안에 들어서지도 못하고 돌아왔다. 설레는 마음으로 달려갔건만 아무도 없는 빈집으로 들어설 자신이 없어서 먹먹한 마음으로 올렛길 돌담들만 어루만지고 돌아서야만 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고향 집을 다녀와야 할 것만 같아서 살아생전 어머니를 뵈러 가는 마음으로 퇴근하고 무작정 달렸다. 어머니가 반갑게 맞이해 줄 것만 같은 고향 집으로.
마을로 들어서는 데 나를 환영이라도 하듯 귤꽃 향기가 오늘따라 더욱더 그윽하다. 언제나처럼 고향 집을 향하여 뚜벅뚜벅 걸어가서 대문을 열고 마당으로 들어섰다. 내가 찾아온다는 연락이라도 받았는지 귤꽃 향기가 달려와 내 몸과 마음을 품어주었다. 이런 마음이 어머니 품에 안긴 마음이 아닐까. 어머니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영영 돌아올 수 없는 머나먼 나라로 가셨지만,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어머니.
집을 향해 예를 갖추고 합장하여 삼배를 올렸다. 어머니가 마지막까지 기거하던 곳이고 아직도 어머니에 대한 온기가 곳곳에 서려 있기 때문이다. 내 어머니는 자식을 위한 일이라면 어떠한 고난도 함께하는 내 마음속의 부처님이시다. 고향 집에는 어머니가 생활하던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어머니가 아끼시던 화단의 분재들은 주인을 잃어버린 슬픔에 싸여 있었는데 오늘은 주인 없는 빈집을 지키며 어머니 대신 나를 맞이한다. 내가 온다는 기별을 받아서 어머니가 하늘나라에서 내려왔는지 과수원의 귤꽃들도 꽃송이마다 어머니의 부드러운 미소로 나를 반긴다. 
어머니가 한평생을 함께했던 고향 집 부근을 두루두루 살펴보았다. 지붕을 훌쩍 넘어서는 귤나무는 여전하다. 겨울밤 바람에 댓잎 서걱이던 대나무밭은 온데간데없이 추억만 가득하고 하얀 박꽃이 피어있던 성벽에는 송악 나무만 무성하다. 밀감나무에 무리 지어 피어있는 꽃송이가 오늘따라 왠지 서럽기만 하다. 밀감꽃 송이마다 어머니의 고운 얼굴이 보인다. 어머니의 환한 미소가 보인다. 어머니가 들려주시던 따뜻한 음성이 들리는듯하다. 밀감꽃을 보면서 “어머니! 어머니가 그리워 목메이게 불러봅니다.”라며 하염없이 불러보았다. 
어머니는 한평생 책을 읽어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고 화초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어려운 시절 삶의 난제들 앞에서도 자녀들을 위하여 늘 온화한 모습으로 늘 지켜봐 주시고 기다려주며 우리를 품어주었다. 어머니는 돌아올 수 없는 먼 나라로 가셨지만 지금도 어머니의 온화한 미소와 따뜻한 음성과 포근한 마음은 고스란히 가슴속에 남아있다. 삶이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어머니를 마음속에서 조용히 만나봅니다. 나의 삶이 흔들릴 때마다 염화시중(拈華示衆)의 미소로 내 마음을 곧게 세워주시고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 있을 때 바른길로 인도해주신다. 어머니가 살아생전 주신 삶의 지혜들은 내 삶을 밝혀주는 등불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려다 마을안길을 여기저기 둘러보았는데 예전과는 많이 변화된 모습들이다. 어린 시절 추억을 더듬으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어머니와 말벗하고 지냈던 내 친구의 어머님 댁을 방문하였다. “삼촌 잇수과” 라며 문을 두드리니 내 손을 덥석 잡으시며 어머니를 본 듯 기쁘다 하신다. 어머니와 함께했던 아름다운 추억을 소환하여 어제 일처럼 말씀하시는 삼촌의 눈빛은 빛이 난다. 다음에는 자장면이라도 정성껏 만들어 대접하고 싶다. 삼촌이 좋아하실까.
깊은 밤 화선지를 펴놓고 먹을 갈며 마음을 정갈하게 다듬어본다. 일상을 내려놓고 연꽃을 그리며 마음속의 부처님을 만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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