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의 아침-그때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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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의 아침-그때를 아십니까?
  • 승인 2008.12.1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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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지나면서 기억 속에 잊혀져 버리는 일들이 많이 있다.

좋은 일은 대체적으로 오랜 추억 속으로 남는 경우가 많지만 반대로 좋지 않은 일은 역사 속에 묻히고 또한 애써 잊어버리려 하는 것이 아마 사람의 심성일 듯 싶다.

제주도민에게 좋지 않은 사건으로 매년 12월 감귤 수확철이면 50대 이상에게 어렴풋이 기억되고 있는 사건이 바로 남영호 침몰사건이다.

38년 전 1970년 12월 15일 서귀포에서 부산으로 향하던 남영호가 침몰돼 승객과 선원 326명이 하루아침에 무참히 불의의 객이 되고만 엄청난 재난으로 기억되고 있다.

더욱이 이 사건은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로써 선박규정을 무시한 채 정원과 화물적재량을 초과하고 잘못된 적재방법으로 말미암아 안전규칙에 대한 소홀함이 얼마나 큰 재난을 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한 큰 교훈으로 남기도 했다.

이렇듯 제주의 큰 비극이었던 남영호 사건은 세월이 흐르면서 잊혀져가고 있으나 그나마 당시 조난수습대책위원회가 결성되면서 조난자 위령탑을 건립, 구천을 헤매는 영혼들을 위로하고 가족과 도민에게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주었다.

그러나 이 위령탑은 항만확장이란 이유로 지난 1982년 9월 현재의 서귀포시 상효동 돈내코 근처로 옮겨졌다.

필자의 느낌으로는 확장공사에 따른 것보다는 늘어나는 관광객들에게 자칫 위령의 의미보다 여객선 이용에 대한 불안감을 주어 관광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이전한 것 같다.

이는 현재 아무도 모르는 곳에 위령탑이 있으며 심지어는 입구조차 찾을 수 없거니와 골프장 개발로 골프공이 나뒹굴고 지난해 태풍 ‘나리’ 강습으로 부러진 나무와 녹슨 표지판과 거의 고사해버린 조경수들만이 이 위령탑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안타까운 것은 필자가 15년 전 이곳이 방치되고 있다는 취재보도(한라불교신문) 후에도 이를 관리하는 부서와 알고 있는 공무원조차 없다는 사실이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남영호 위령탑과 비교될 곳이 있다.

성산일출봉 잔디자락에 보면 우뚝 솟은 위령탑이 있다.

언젠가 일출봉 주변을 헬기로 관광하던 육지부 관광객 다섯 명이 추락해 숨졌는데 이들을 위한 탑이다. 역설적으로 생각해보면 지금 관광헬기가 뜨고 있다면 이 탑은 아마 옮겼을 게 아닌가 싶다.

어쩌다 불의의 사고로 숨진 이들이 무슨 차별의 대상은 아니지만 참혹한 고통 속에 생을 마감한 영혼들의 위령과 다시는 이러한 인재가 나지 않도록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이 바로 위령탑의 건립취지라는 것을 우리는 조금이라도 알고 나 있는지 심히 반성해 볼일이다.

기억난다. 제막식 당시 제주도지사는 이렇게 말했다.

“남영호 조난자 위령탑은 슬픔의 탑으로 남기지 말고 이를 극복하고 모두의 지성으로 바다를 다스려 힘차게 전진하는 역사의 탑으로 남겨야 할 것이다.”

의미 있는 말인 듯 싶다. 326명이 희생된 남영호 조난 사건 당시 오열하던 유가족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모두 개별적으로 제사는 모시고 있으나 이들이 아미타 부처님의 극락세계에 왕생할 수 있도록 수륙영산 천도재를 지내드리는 일도 우리 불자들의 몫이 아닌가 싶다.

살아있는 자들의 복지도 중요하지만 사후 유주·무주 영혼들을 위한 복지도 우리 복지법인 춘강이 추구하는 철학이다.

12월 15일 아무도 모르는 이곳을 찾아 위로의 다과와 법주를 올리고자 한다.

조인석<사회복지법인 춘강 어울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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