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하 스님이 전하는 ‘낭의 소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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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하 스님이 전하는 ‘낭의 소리’ <1>
  • /고관사 제하 스님
  • 승인 2009.01.1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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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aaa나무 자라듯 수행으로 깨달음 이뤄야aaaaa


“맷돌이나 숫돌이 닳는 것은 보이지 않지만 어느 땐가 다 닳아 없어진다. 나무를 심으면 자라는 것이 보이지 않지만 어느새 자라 큰 나무가 된다. 하루하루 꾸준히 수행에 정진하다 보면 어느 샌가 그 수행은 깊어져 마침내 저 불멸의 곳에 이르게 된다.”―선림보훈



   
 
  구좌읍 동복리 팽나무  
 
나무를 만난다. 제주섬 마을 어귀마다 어김없이 자리 잡고 있는 폭낭(팽나무의 제주 사투리).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고개 숙이고 허리가 꺾인 낭도, 우람하게 잘 생긴 낭도, 잘 발라진 시멘트에 갇혀 답답해하는 낭도, 흐른 그 세월이 가름이 안 되는 낭도 있더라.

올레길 돌아 마을 어귀에 있는 폭낭. 어느 한때 누군가 심었을 어린 나무. 그 어린 나무는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온갖 시련을 겪고 무성하게 자랐다.

제주의 바람을, 볕을, 달빛을 먹고 그렇게 자랐다.

바람으로 부러진 가지에 새순을 틔우고 홍수로 뽑힌 뿌리를 다시 땅에 박으며 그렇게 해를 보내고 달을 맞으며 키가 크고 둥치를 키운 나무. 누구도 어린 나무가 자라는 것을 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어느새 쑤욱 자라버린 어린 나무는 오늘 큰 그늘을 드리우고 말없이 말씀을 보내는 폭낭으로 우뚝 서있다.

절 오백 당 오백의 제주섬에는 폭낭 오백이 있다. 오백의 폭낭을 만나러 길을 나선다.

바닷가 마을로, 중산간 안개에 쌓인 마을로, 높이 솟은 아파트촌으로 제주섬 곳곳에 서있는 폭낭을 찾아 길을 나선다.

그이가 들려 줄 말씀을 찾아 길을 나선다. 오늘 알아듣지 못하면 내일은 알 수 있을 것이다. 내일 알아듣지 못하면 모레는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찌 단박에 알기를 꿈꾸랴.

설은 것을 익게 하고 익은 것을 설게 하는 것이 수행이라 했다.

그렇게 하루가 또 다른 하루가 세월을 이루듯이 어린나무가 자라듯이 나의 지혜도 자랄 것이다.

하루하루 꾸준한 수행으로 수행이 깊어져 저 불멸의 곳에 이르러 깨달음을 이루듯. 보리수 아래서 깨달으신 이, 부처님의 모습으로 우뚝 서있는 폭낭을 만나러 길을 나선다.



이번 호부터 격주로 나무속에 얽힌 경전이야기를 들려주는 제하 스님의 ‘낭의 소리’를 싣습니다.

제하 스님은 경북 청도 운문사 강원을 졸업한 후 인도 푸나와 델리대학교에서 8년 동안 산스크리트어를 전공하고 현재 조천읍 조천리 고관사에서 수행하며 제주불교문화대학과 국청사불교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는데 저서로는 ‘싯다르타 왕자 이야기’를 번역 출판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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