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의 일꾼<수해현장 찾아간 한마음병원 의료봉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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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의 일꾼<수해현장 찾아간 한마음병원 의료봉사단>
  • 강승오 기자
  • 승인 2004.09.20 2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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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할퀸자리에 나눔의 온정 피운다



   
 
  집중호우로 수해를 입은 남제주군 표선면 세화1리에는 지난 15일 한마음병원 의료봉사단이 찾아와 주민들의 건강상태와 수인성 질환을 예방하는 의료봉사를 펼쳤다. /사진 이병철 기자  
 
복구 지역 찾아 ‘나이팅게일’ 손길 전해

“하늘 원망돼도 다시 일어설 힘 생겨

지난 10일∼12일 50여년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제주 동부지역.

한밤중 쏟아진 빗줄기로 일년동안 땀흘린 농작물이 쓸려가고, 집에 물이 찼으며, 도로가 쓸려 내려가는 등 뉴스에서나 볼 수 있던 광경이 제주지역에서도 발생했다.

비가 그치자 망연자실한 표정의 주민들은 새카맣게 칠해져 버린 내일에 대한 두려움과 애꿎은 하늘만 원망하며 복구는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집안에 고인 물을 퍼내기만 하고 있었다.

비가 그치고 날이 밝자 이곳 주민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기 위한 봉사의 손길이 곳곳에서 도착하면서 깊은 시름에 잠긴 이웃의 주름도 서서히 펴지기 시작했다.

수해가 발생하면 그 무엇보다 가장 우려되는 것들 중 하나가 수인(水因)성 질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집중호우로 침수피해를 입은 지역은 하수구가 넘쳐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생활오수나 축산폐수 등에 노출돼 발생하는 질환으로 서둘러 예방하지 않으면 이질, 장티프스, 티푸스균, 파라티푸스균, 콜레라 등의 수인성 전염성 질환(소화기계 질환) 등과 각종 기생충 질환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5일 오전 10시 남제주군 표선면 세화1리 복지회관. 아침 일찍 동네주민들이 회관주변에 몰려 있다. 회관앞에는 앰뷸런스와 엑스레이 검진장비를 실은 버스가 세워져 있고, 회관 안은 하얀 가운을 입은 여러 사람들이 책상을 옮기고 칸막이를 치는 등 부산을 떨고 있다.

하얀 가운을 입은 이들은 제주시 한마음병원 의료봉사단.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침수피해지역의 주민을 위해 봉사활동을 나섰다.

한마음 병원 의료봉사단은 지난해 태풍 ‘매미’로 피해를 입은 명도암지역을 찾는 등 꾸준히 의료봉사 활동을 펼쳐왔다.

내과·외과·안과·정형외과·흉부외과·소아과까지 전문의들과 간호사 등 봉사단 인력은 30여명. 진료가 시작되자마자 지역 주민들이 간호사의 안내를 받아 전문의의 상담을 받았다.

“어디가 편찮으세요?” “나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비만 왔다하면 관절이 쑤셔서 살 수가 없어. 이번에 비가 크게 오는 바람에 놀라기도 하고 집안 살피느라 무리 했나봐 머리도 깨지는 것 같애.”

   
 
  수해지역 주민들에게 투약설명을 하고 있는 한마음병원 의료봉사단.  
 
한명의 주민이 보통 두세과목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봉사단원들은 누구하나 찡그림 없이 병원에서 환자를 받듯 웃는 낯으로 주민을 맞는다.

10시부터 시작된 진료가 한시간 동안 50여명의 주민이 복지회관을 찾았다. 진료를 받고 회관을 나서는 주민을 간호사가 쫓아간다. “어머니, 병원 멀다고 안가지 마시고 제날짜에 꼭 진료 받으세요. 건강하시구요”라는 인사와 함께 캔음료수를 건넨다.

점심시간이 돼서도 알음알음 소문을 듣고 이웃 마을에서 찾아 온 주민들을 맞이하느라 봉사단들은 쉴 틈이 없었다. 자신들의 피곤함보다 주민들의 고통이 컸기에 그들을 챙겨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기에 힘든 줄 모르고 한 명의 주민이라도 더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날 진료를 받은 오정여(71·세화1리)씨는 “평소에 밭일을 하느라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는게 만만치 않았는데 이렇게 직접와서 진료도 해줘서 뭐라 말할 수 없이 고맙다”며 “이번 폭우로 피해를 입었는데 이들을 보고 다시 힘을 얻게 됐다”고 거듭 봉사단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오후 5시가 돼 복지회관의 문이 닫히고 모든 봉사활동이 끝났다. 하지만 이들에게 이날은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했다. 더 큰 비 피해를 입은 마을이 많고, 그곳에는 또다시 수인성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날 이들을 이끌고 봉사활동에 나선 김승철 진료부장은 “침수지역 주민들이 건강이 매우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수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은 수인성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물은 반드시 끓여 마시고, 음식물은 꼭 익혀 먹는 것과 항상 손·발의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장비를 챙기는 이들. “아침까지만 해도 하늘에서 곧 비가 내릴 듯 했는데 이분들이 도착하니 맑게 갰다”는 한 주민의 말처럼 봉사단의 얼굴에도 어려움에 빠진 이웃을 도울 수 있었다는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이 얼굴 가득히 서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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