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옹왕사②

불교상식-우리역사속에서 만난 선지식

2018-05-03     제주불교신문

불문에 귀의하는 한 젊은이와 노신사가 나눈 문답에서는 상식을 초월한 선기가 번뜩인다. 
요연 선사가 물었다. 
“그대는 왜 머리를 깎았는가?”
“이 미혹의 세계에서 벗어나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해섭니다. 제게 바른 길을 제시해주십시오.”
이 말에 요연은 엉뚱한 질문으로 대신한다. 
“그대 지금 여기에 왔는데 그것은 무슨 물건인가?”
“말하고 들을 줄 아는 것이 온 것입니다. 보려고 해도 실체를 볼 수가 없고 찾으려고 해도 어떤 물건인지 찾을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닦아 나아가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나옹의 대답이 이 지경에 이르자 요연은 그의 공부가 성숙했음을 간파하고 그에게 더 훌륭한 스승을 찾도록 권유한다. 
“그 점에 있어서는 나도 그대와 마찬가지로 아직 모르고 있네. 여기서 떠나 보다 나은 스승을 찾아가서 정진토록 하라.”
나옹은 이에 요연 선사를 하직하고 물러나 약 4~5년 동안 유랑의 길에 올라 명산대찰을 두루 편력하다가 충혜왕 5년(1344년) 경기도 양주군에 있는 회암사에 다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