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일운동 주역은 불교인”
상태바
“제주항일운동 주역은 불교인”
  • 강승오 기자
  • 승인 2005.03.04 12: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정사 항쟁 박주석 절에서 수학…‘박처사’ 증언나와

제주의병항쟁 김석윤 지사도 위봉사 출가승려



광복 60주년과 86주년 3·1절을 기념하면서 제주지역의 대표적인 항일항쟁인 1909년 제주의병항쟁과 1918년 무오법정사 항일항쟁의 주동 세력 중 핵심인물들인 스님과 불교도들에 대한 위상이 재정립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제주의병항쟁의 주역으로 알려지고 있는 김석윤 지사가 1894년 전북 완주에 있는 위봉사로 출가한 스님이었다는 것과 함께 무오법정사 항일항쟁의 주역으로 그동안 선도교도로 알려지고 있는 박주석이 사찰에서 수학했다는 증언에 따른 것이다.

1877년 제주출생인 김석윤이 출가 사문이었다는 것(본보 408호 2004년 9월 10일 참조)은 이미 그의 동생 김석익의 ‘망형석성도인행록(亡兄石惺道人行錄)’에서 당시 관음사 대표 오한일·오이화 스님의 추도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추도문에는 석윤스님을 ‘선사(禪師)’로 호칭하고 있고 당시 제주불교계가 스님을 추모하는 분위기가 잘 나타나 있다. 그러나 반승반속의 수행자가 많았던 일제시대 당시의 불교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스님으로서의 김석윤에 대한 연구가 그동안 제주학계에서 미진했다는 평이다.

뿐만아니라 방동화·강창규 스님 등에 대해서도 북제주군 조천에 자리한 항일독립기념관에는 ‘무직’ 또는 ‘농업인’ 등으로 기재되고 있어 본보 지적(361호, 2003년 9월 26일자) 후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편, 법정사 항쟁에서 선도교도로 알려진 박주석의 외손자로 현재 경기도 시흥에 거주하고 있는 이태수(69)씨는 최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외할아버지인 박주석 지사는 선도교와는 전혀 상관없다”며 “외할아버지는 14세때 사명대사와 연관이 깊은 금강산의 한 사찰로 스님을 따라 들어간 후 불법과 병법을 배웠다는 것을 어머니로부터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금강산 사찰에서 수학후 의병항쟁에 뛰어들어 활동하면서 ‘박처사(처사 : 불교를 신봉하는 남자신도)’라고 불렸다는 증언을 당시 할아버지가 활동하던 경북 안동과 경남 진주 등에서 확보했다”며 “이후 호남의병장으로 활동했던 문태수(본명 태현·泰鉉) 장군이 외할아버지로부터 ‘태수(泰洙)’라는 법명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법정사 항일항쟁과 관련해서도 “1950년대 후반까지 중문과 한림읍 금악리에서 할아버지를 기억하는 어르신들로부터 일관되게 ‘박처사’로 기억하는 관련된 증언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씨의 발언이 사실로 확인되면 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법정사 항일항쟁의 주역에 대한 논의가 스님과 불교도를 중심으로, 지역 주민이 합세해 일어난 것으로 밝혀지게 돼 정체성 논란이 사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도내에서 항일항쟁을 주도한 불교도들에 대한 저평가와 왜곡된 사실전달에 대해 하루빨리 재정립하는 연구가 학계를 중심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