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를 가라앉힘 경 (MN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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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를 가라앉힘 경 (MN 20)
  • /유현 김승석 엮음
  • 승인 2015.11.0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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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사왓티에서 제따 숲의 아나타삔디까 원림(급고독원)에 머무셨다. 거기서 세존께서는 “비구들이여.”라고 비구들을 부르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비구들이여, 보다 높은 마음[增上心, adhicitta]을 닦으려면 다섯 가지 표상(nimitta)을 때때로 마음에 잡도리해야 한다. 무엇이 다섯인가?”

3. “비구들이여, 비구가 어떤 표상을 의존하고 어떤 표상을 마음에 잡도리할 때 탐욕과도 관련되고 성냄과도 관련되고 어리석음과도 관련된, 나쁘고 해로운 사유(생각)들이 일어나면 <첫째로> 그 표상과는 다른 유익함과 관련된 표상을 마음에 잡도리해야 한다. <둘째로> 이렇게 해서도 나쁘고 해로운 사유들이 일어나면 그 사유들의 위험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예를 들면 장식을 좋아하는 어리고 젊은 여자에게 뱀의 사체나 인간의 시체를 목에 걸어주면 전율을 느끼고 혐오스러워하고 넌더리를 내는 것과 같다. <셋째로> 이렇게 해서도 나쁘고 해로운 사유들이 일어나면 그 사유들을 알아차리지(sati) 말고 마음에 잡도리하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면 눈을 가진 사람이 시야에 들어온 형색을 보지 않으려고 하면 눈을 감거나 다른 것을 쳐다보는 것과 같다. <넷째로> 이렇게 해서도 나쁘고 해로운 사유들이 일어나면 그 사유들의 원인을 가라앉히겠다고 마음에 잡도리해야 한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급히 가다가 왜 내가 급히 가지? ‘나는 천천히 가야지.’하면서 천천히 가듯 그 원인을 질문함으로써 그 나쁘고 해로운 사유의 흐름을 가라앉혀 자세를 고치는 것과 같다. <다섯째로> 이렇게 해서도 나쁘고 해로운 사유들이 일어나면 이를 악물고 혀를 입천장에 굳게 대고 (유익한) 마음으로 (해로운) 마음을 제지하고 압박하고 짓밟아버려야 한다.”

4. “비구들이여, 그가 ① 나쁘고 해로운 사유를 일으키는 표상과 다른, 유익함과 관련된 표상을 마음에 잡도리하고, ② 나쁘고 해로운 사유의 위험을 반조하고, ③ 나쁘고 해로운 사유를 알아차리지 말고 마음에 잡도리하지 않고, ④ 나쁘고 해로운 사유의 원인을 가라앉히겠다고 마음에 잡도리하고, ⑤ 착하고 건전한 마음으로 악하고 불건전한 마음을 제압할 때

탐욕과도 관련되고 성냄과도 관련되고 어리석음과도 관련된, 나쁘고 해로운 사유들이 제거되고 사라진다. 그런 것들이 제거되기 때문에 마음이 안으로 안정되고 고요해지고 전일해저 삼매에 든다.”



【해설】



• 아비담마에서는 해탈, 열반에 도움이 되는 법과 도움이 되지 않는 법을 구분지어, 마음에 일어나는 느낌과 생각이 유익한 것인지[善], 해로운 것인지[不善]의 여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팔정도에서 바른 정진[正精進]과 연결되어 해탈, 열반에 도움이 되는 법을 증장시키려고 노력하고 그 반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 법을 없애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 바른 정진이라 함은 마음이 일하는 것, 즉 수행입니다. 정신활동 가운데 하나인 생각을 알아차리는 것은 지혜롭게 마음에 잡도리하는 것이 됩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마음에 일어난 생각을 찾아냅니다. 생각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제멋대로 여기저기 방황하고, 이런 끊임없는 생각은 우리 자신을 혼란에 빠뜨리고 삶을 존재하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생각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사회적 유산일 뿐입니다.

* 오감이 바깥 경계(대상)에 부딪치면 느낌과 생각[受想]이 반드시 일어납니다. 마음에는 어떤 때는 좋은 생각이나 즐거운 느낌이 일어나고, 또 어떤 때는 나쁜 생각이나 괴로운 느낌이 일어납니다. 무엇인가를 좋아한다는 생각은 그것을 원한다는 뜻이며, 무엇인가를 싫어한다는 생각은 그것을 거부한다는 뜻입니다. 탐욕과 싫어함은 어리석음에 뿌리를 둔 번뇌이며, 그 어리석음 또한 번뇌입니다. 그래서 세존께서는 수행자가 어떤 표상(인상)을 의존하고 어떤 표상을 마음에 잡도리할 때 탐욕과도 관련되고 성냄과도 관련되고 어리석음과도 관련된, 나쁘고 해로운 사유들이 일어났을 때 이를 치유하고, 이에 더하여 궁극적으로 아라한과를 증득하게 하는 명상법을 본경에서 설하셨습니다.

* 부정적이고 해로운 생각을 긍정적이고 유익한 생각으로, 비합리적인 생각을 합리적인 생각으로, 현실적이지 못한 생각을 현실적인 생각으로 조정하고 관리하겠다는 것은 탐심(貪心)의 발로입니다. 이런 수행은 오히려 마음에 불안과 동요를 일으키기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 생각을 그대로 알아차리고, 새기려는 이른바 “생각 알아차리기” 수행을 해야 합니다.

* 그 생각들에 대해 집착하거나 거부하거나 무시하지도 말고, 그것들을 자신과 동일시하지 않을 때 수행자는 비로소 “지금 여기”에서 생각의 노예로부터 해탈되었다는 기쁨을 경험하고 행복감을 느끼면서 마음은 고요해져 삼매를 들어갑니다.

* 중생을 향해 탐욕과 관련된 생각이 일어나면 몸에 대한 부정관 명상을, 또 성냄과 관련된 생각이 일어나면 자애 명상을 하라는 것이 본경의 첫 번째 가르침인데, 이는 ‘생각 알아차리기’ 수행과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 동반자적 관계에 있음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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