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래 십력(十力) 경 (SN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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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래 십력(十力) 경 (SN12:21)
  • /제주불교
  • 승인 2015.11.2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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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비구들이여, 열 가지 힘[十力]을 구족하고 네 가지 담대함[四無畏]을 구족하여 여래는 대웅(大雄)의 위치를 얻었고 회중에서 다음과 같은 사자후를 토하고 신성한 바퀴[梵輪]를 굴린다.

2-① “이것이 물질[色]이다. 이것이 물질이 일어남이다. 이것이 물질의 사라짐이다.”

② “이것이 느낌[受]이다. 이것이 느낌의 일어남이다. 이것이 느낌의 사라짐이다.”

③ “이것이 인식[想]이다. 이것이 인식의 일어남이다. 이것이 인식의 사라짐이다.”

④ “이것이 심리현상들[行]이다. 이것이 심리현상의 일어남이다. 이것이 심리현상의 사라짐이다.”

⑤ “이것이 알음알이[識]이다. 이것이 알음알이의 일어남이다. 이것이 알음알이의 사라짐이다.”

3-① “이것이 있을 때 저것이 있다. 이것이 일어날 때 저것이 일어난다. 이것이 없을 때 저것이 없다. 이것이 소멸할 때 저것이 소멸한다.”

② “즉, 무명을 조건으로 의도적 행위들이, 의도적 행위들을 조건으로 알음알이가, … 이와 같이 전체 괴로움의 무더기[苦蘊]이 발생한다.”

③ “그러나 무명이 남김없이 빛바래어 소멸하기 때문에 의도적 행위들이 소멸하고, 의도적 행위들이 소멸하기 때문에 알음알이가 소멸하고, … 이와 같이 전체 괴로움의 무더기가 소멸한다.”



【해설】



* 본경에서 말하는 여래의 열 가지 힘은 지혜의 힘을 뜻합니다. 주석서에 의하면 ① 원인을 원인이라고, 원인이 아닌 것을 원인이 아닌 것이라고 그대로 꿰뚫어 아는 지혜, ② 과거-미래-현재에 행하는 업의 과보를 조건에 따라 원인에 따라 그대로 아는 지혜, ③ 모든 태어날 곳으로 인도하는 길을 있는 그대로 아는 지혜, ④ 여러 요소와 다양한 요소를 가진 세상(5蘊-12處-18界)을 있는 그대로 아는 지혜, ⑤ 중생들의 다양한 성향을 있는 그대로 하는 지혜, ⑥ 다른 중생들과 다른 인간들의 기능[根]의 수승한 상태와 저열한 상태를 있는 그대로 꿰뚫어 아는 지혜, ⑦ 선(禪)과 해탈과 삼매와 증득[等至]의 오염원과 깨끗함과 출현을 있는 그대로 하는 지혜, ⑧ 중생들의 한량없는 전생의 가자지 모습들을 그 특색과 더불어 상세하게 기억하는 지혜[宿命通], ⑨ 중생들이 지은바 업에 따라 가는 곳[六趣]을 꿰뚫어 아는 지혜[天眼通], ⑩ 모든 번뇌가 다하여 아무 번뇌가 없는 마음의 해탈[心解脫]과 통찰지를 통한 해탈[慧解脫]를 바로 지금․여기에서 스스로 최상의 지혜로 알고 실현하고 구족하여 머무는 지혜[漏盡通]을 여래의 십력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자후의 긴 경(M12)』에서 여래 십력을 설하신 부처님의 원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그런데 조계선풍에서 주창하는 “지혜”의 수사(修辭)적 표현인 견성(見性) 또는 돈오(頓悟)가 본경에 나타난 열 가지 지혜의 힘과 일치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 세존께서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나라는 개념적 존재를 ‘오온(五蘊)’으로 해체해서 보고, ‘나’라는 존재는 몸[色], 느낌[受], 인식[想], 심리현상[行], 알음알이[識]의 다섯 가지 무더기[蘊, Khandha]가 실타래처럼 얽혀있을 뿐이라고 설하셨습니다.

* 범부중생들은 ‘이 오온(五蘊)이 나이고, 나의 자아이고, 나의 것이다’라고 착각하고 집착하고 있습니다. 무명(無明)과 갈애가 그 취착의 뿌리입니다. 세존께서는 영생불멸의 영혼이 있어서 몸만 바꿔서 태어나고 죽고, 또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 오온(五蘊)이 연기에 의해 생멸하고 있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태라서 거기에는 견고하고 지속하는 실재다운 성질을 띤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데[諸法無我], 어리석은 범부들은 이를 알고 보지 못해 생사의 괴로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사자후를 토하신 것입니다.

* 세존께서 본경에서 오온의 일어남과 사라짐을 설하신 다음에 연기의 정형구<3-①>를 설하신 까닭은 오온의 생멸과 연기의 가르침과 연결하기 위해서입니다. 무상관 명상을 수행한다는 것은 오온(몸과 마음)의 연기적 생멸을 알고 본다는 것이 되고, 또 “나”라는 존재를 오온으로 해체하고 이에 더하여 12연기로 해체하여 보면 생사윤회의 고(苦)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염오가 일어나 도와 과를 성취할 수 있다고 주석서에서 부연 설명하고 있습니다.

* 연기의 정형구<3-①>는, 상호의존적 연기(“이것이 있을 때 저것이 있다.”)와 조건 발생적 연기(“이것이 일어날 때 저것이 일어난다.”)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승불교에서는 상호의존적 연기만을 ‘법계연기’라고 강조하여 있습니다. 즉 세존의 연기 가르침 가운데 절반만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 무명은 괴로움의 무더기[苦蘊]를 생기게 하는 12연기의 첫 번째 조건입니다. 그 어리석음은 모든 것의 근본 원인이 되기 때문에 여섯 감관을 통해 다양한 불선(不善)의 심리현상(行)을 만듭니다. 우리는 이 오온이 무상하고 변화무쌍하며 조건적이라는 것을 깨달아 거기서 떨어져 나올 수 있을 때 무명이 명지로 바꿔 대자유인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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