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없음 경 (AN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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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없음 경 (AN4:63)
  • /유현 김승석 엮음
  • 승인 2015.11.2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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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그때 급고독 장자가 세존께 다가갔다. 가서는 세존께 절을 올린 뒤 한 곁에 앉았다. 한 곁에 앉은 급고독 장자에게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2. “장자여, 재가자는 가끔씩 혹은 기회가 주어지면 감각적 욕망을 즐기는바, 그 재가자가 얻어야 할 네 가지 행복이 있다. 무엇이 넷인가? 소유하는 행복, 재물을 누리는 행복, 빚 없는 행복, 비난받을 일이 없는 행복이다.”

3. “장자여, 여기 선남자에게 열정적인 노력으로 얻었고 팔의 힘으로 모았고, 땀으로 획득했으며 법답고 법에 따라서 얻은 재물이 있다. 그는 ‘내게는 열정적인 노력으로 얻었고 팔의 힘으로 모았고 땀으로 획득했으며 법답고 법에 따라서 얻은 재물이 있다.’라고 행복을 얻고 기쁨을 얻는다. 장자여, 이를 일러 소유하는 행복이라 한다.”

4. “장자여, 여기 선남자는 열정적인 노력으로 얻었고 팔의 힘으로 모았고, 땀으로 획득했으며 법답고 법에 따라서 얻은 재물로 재물을 누리고 공덕을 짓는다. 그는 ‘나는 열정적인 노력으로 얻었고 팔의 힘으로 모았고 땀으로 획득했으며 법답고 법에 따라서 얻은 재물로 재물을 누리고 공덕을 짓는다.’라고 행복을 얻고 기쁨을 얻는다. 장자여, 이를 일러 재물을 누리는 행복이라 한다.”

5. “장자여, 여기 선남자는 적건 많건 어떠한 빚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는 ‘나는 적건 많건

어떠한 빚도 가지고 있지 않다.‘라고 행복을 얻고 기쁨을 얻는다. 장자여, 이를 일러 빚 없는 행복이라 한다.“

6. “장자여, 여기 선남자는 비난받을 일이 없는 몸의 업[身業]을 갖추고, 비난받을 일이 없는 말의 업[口業]을 갖추고, 비난받을 일이 없는 마음의 업[意業]을 구족하였다. 그는 ‘나는 비난받을 일이 없는 신(身)·구(口)·의(意) 세 가지 선업(善業)을 갖추었다.’라고 행복을 얻고 기쁨을 얻는다. 장자여, 이를 일러 비난받을 일이 없는 행복이라 한다.”

7.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 뒤 다시 게송을 이와 같이 설하셨다.

“빚 없는 즐거움을 얻고 난 뒤에 소유하는 행복을 기억할지라.

인간은 재물의 행복을 누리면서 통찰지[반야]로써 직관한다.

슬기로운 자는 직관하면서 네 가지 행복을 모두 안다.

그러나 앞의 셋은 비난받을 일이 없는 행복의 1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해설】



* 일체 중생이 해탈, 열반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특히 재가의 불자들에겐 세속생활을 하여야 하는 처지라서 도심(道心)을 지켜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 그래서 세존께서는 재가자가 세속생활을 영위하면서도 올바른 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여법하게 사는 길을 본경에서 가르쳐 주셨습니다. 초기경전에는 재가불자들이 본받아야 할 모범적인 청신사, 청신녀들, 예를 들면 아나타삔디까(급고독장자), 위사카(녹자모), 나꿀라의 양친 같은 분들이 많습니다.

* 부처님께서는 세속인의 행복조건으로, 재가자의 네 가지 즐거움, 즉 ① 정재(淨財)를 지니는 즐거움, ② 부(富)를 누리는 즐거움, ③ 빚이 없이 사는 즐거움, ④ 비난받을 일이 없는 즐거움을 말씀하고 계신데, 이 경의 가르침은 현대인들에게 삶의 나침반 역할을 한다.

* 첫 번째 소유의 대상인 재물도 사기와 절도 등의 부정한 방법으로 얻으면 안 되고, 정당한 방법으로 피와 땀을 흘려서 얻은 정재(淨財)라야 합니다. 이에 더하여 아무리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하더라도 자기의 재산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진정한 의미에서 부를 지니는 즐거움을 누리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 이와 같이 자신의 노력으로 바르게 얻은 재물로 보편적인 문화생활을 향유하되 감각적 쾌락을 추구하기 위해 마치 꿀단지에 빠진 개미 꼴이 되지 말아야 하고, 소외계층에게 자신의 부를 나누어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 두 번째의 즐거움이라 설하셨습니다.

* 경제적인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향해 진정한 의미에서 어떤 빚도 지지 않는 사람이 누리는 행복이 세 번째의 즐거움이라고 설하셨습니다. 그런데 올해 국감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현재 가계부채는 1,100조에 달하며,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도 163%로 전 세계 최고치에 달하고 있습니다. 부채의 적정 규모에 대한 전문가의 입장은, 기업에게는 일반적으로 자본 대비 부채비율이 200% 정도면 양호하고, 개인에게는 주택담보 대출을 제외하고, 각종 할부금이나 신용카드 결제액 등을 포함한 일반 부채의 비율은 수입 또는 소득 대비 20% 내외가 적당하다고 말합니다.

* 비난받을 일 없이 삶을 살아가는 행복이야말로 세속인이 누릴 수 있는 최상의 만족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계를 지킴으로써 신(身)·구(口)·의(意) 세 가지 악업(惡業)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 게다가 부끄러워할 줄 알고, 잘못을 두려워하는, 즉 참괴(慙愧)]의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생사윤회의 자양분을 공급하지 않는 것이 되므로 보리심을 발한 재가불자는 비록 한 발은 풍진 속에 두지만 다른 한 발을 저 피안으로 내딛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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