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경 (SN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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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경 (SN 12:20)
  • /유현 김승석 엮음
  • 승인 2015.11.2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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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비구들이여, 태어남을 조건으로 늙음과 죽음이 있다. … 무명을 조건으로 의도적 행위들이 있다. … 존재는 무상하고 형성되었고 조건에 의해서 생겨난 것이고 부서지기 마련인 법이며 사라지기 마련인 법이다. 이것은 여래들께서 출현하신 후거나 출현하시기 이전에도 세상의 진리이다.”

2. “비구들이여, 성스러운 제자는 이러한 연기와 연기된 법들을 있는 그대로 바른 통찰지로 분명하게 보기 때문에 ① ‘나는 정말 과거에 존재했는가? 아니면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는가? 나는 과거에 무엇이었을까? 나는 과거에 어떠했을까? 나는 과거에 무엇이 되었다가 무엇이 되었을까?‘라고 하면서 과거로 치달려 가는 그런 경우는 있지 않다.’ ② ‘나는 정말 미래에도 존재할까? 아니면 미래에도 존재하지 않을까? 나는 미래에 무엇이 되어 있을까? 나는 미래에 어떠할까? 나는 미래에 무엇이 되었다가 무엇이 될까?‘라고 하면서 미래로 치달려 가는 그런 경우는 있지 않다.”

3. “비구들이여, 성스러운 제자는 이러한 연기와 연기된 법들을 있는 그대로 바른 통찰지로 분명하게 보기 때문에 그는 지금 현재의 상태에 대해서도 안으로는 의심이 없다. 나는 존재하는가? 아니면 존재하지 않는가? 나는 무엇인가? 나는 어떠한가? 이 중생은 어디서 왔는가? 그리고 어디로 가게 될 것인가?‘라고 하면서 현재로 치달려 가는 그런 경우는 있지 않다.“



【해설】



• 석가모니 부처님을 비롯한 과거 일곱 부처님들 모두 연기법을 발견하시고 무상정등각을 성취하셨습니다. 「인연 상윳따 니까야」(S12)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연기(緣起)라 함은 조건들이 서로 의지하여[緣] 함께 일어난다[起]는 뜻이고, 연기된[緣而生] 법이라 함은 이 조건 따라 생긴 법을 말합니다. 부처님은 없는 법을 새로 만드신 분이 아니라, 여래가 이 세상에 출현하시기 전이나 그 후에도 연기법은 태양처럼 세상의 진리로 빛나고 있음을 통찰지로 보시고 이를 알리고 가르치신 것입니다.

* 연기는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사성제)의 두 축(軸)인 괴로움의 발생구조(고성제)와 소멸구조(멸성제)를 말씀하는 방편이자 무아(無我)를 드러내는 강력한 수단이자 도구입니다. 조건적 발생의 법칙인 연기의 가르침은, 윤회 과정에서 개인의 정체성을 유지시켜 주는 참나(眞我)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나’라고 하는 자아가 옮겨오고 또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는 가르침이십니다. 그래서 “연기를 보는 자 진리(담마)를 보고 진리를 보는 자 부처를 본다.”라는 불멸의 금언(金言)이 생겨난 것입니다.

* 우리 불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나는 누구인가’ 또는 ‘세상은 무엇인가’를 고뇌하고 생각하여 헤아려 보았을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나라는 개념적 존재를 ‘오온(五蘊)’으로 해체해서 보고, ‘나’라는 존재는 몸[色], 느낌[受], 인식[想], 심리현상[行], 알음알이[識]의 다섯 가지 무더기[蘊]가 실타래처럼 얽혀있을 뿐이라고 설하셨습니다. 예컨대 부품들이 모였을 때 수레라는 명칭이 있듯이 정신과 육체(물질)의 무더기[蘊]들이 있을 때 중생이라는 일상적인 말이 있듯이, “나는 인간이다, 사람이다, 남자다, 여자다.”라는 명칭이나 이름은 인습적 표현으로 개념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 현재의 몸[色]과 정신[受ㆍ想ㆍ行ㆍ識], 즉 오온(五蘊)은 어떤 절대자나 신(神)에 의해서가 아니라, 조건에 의해 일어났다가 사라진다는 것이 세존께서 가르친 연기법입니다. 죽으면 오온이 흩어지고, 생명이 있는 존재로 태어나면 오온이 뭉쳐지는데, 이것을 오취온(五取蘊)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 그래서 옛 스승들께서는 “실로 정신(마음)과 물질(몸)이 여기 있을 뿐이고 그들은 쌍둥이처럼 서로서로 의지하며 어느 하나가 무너지면 둘 다 무너진다.”고 설파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서로 조건 지워졌기 때문이라고.

* 본경에서 세존께서는, 성스러운 제자들은 이 정신과 물질에 대한 조건을 파악함으로써 과거-현재-미래에 대한 의심을 극복하여, 과거에 내가 어디서 무엇으로 살다가 이생으로 온 것이고, 또 몸이 무너져 죽은 뒤에 마음이 몸만 바꾸어서 미래에도 영원히 태어난다는 생각과 견해를 버렸다고 새내기 비구들에게 교계하셨습니다.

* 어느 전생에서 현생의 무엇으로 태어났다고 생각하면 이것은 자아상속이기 때문에 그릇된 견해이고, 단지 과거의 원인이 현재의 결과를 만든 것으로 알고 보는 것이 바른 견해입니다.

* 비구가 연기의 순관(順觀)과 역관(逆觀)으로 정신과 물질의 조건을 파악하고 또 업의 회전과 과보의 회전으로부터 정신과 물질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현재에도 이러하듯 미래에도 업의 회전과 과보의 회전을 통해서 조건으로부터 생길 것이라고 지혜로 관찰할 때, 그에게는 모든 존재와 모태와 태어날 곳과 거주와 거처에서 오직 원인과 결과의 연결로 일어나는 정신과 물질[名色]만이 드러나고, 세간에서 흔히 통용되는 “업을 짓는 자, 과보를 경험하는 자”라는 행위자의 개념에서 해탈하여 성자의 경지에 들어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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