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善生) 경 (DN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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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善生) 경 (DN31)
  • /유현 김승석 엮음
  • 승인 2015.12.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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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싱갈라여, 다음 네 가지는 친구인 척하지만 친구가 아니라고 알아야 한다. ① 스스로 빈손으로 왔으면서도 무엇인가 가져왔다고 전적으로 우기는 자는 친구인 척하지만 친구가 아니라고 알아야 한다. ② 말만 최고로 하는 자는 친구인 척하지만 친구가 아니라고 알아야 한다. ③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자는 친구인 척하지만 친구가 아니라고 알아야 한다. ④ 나쁜 짓에 동무가 되는 자는 친구인 척하지만 친구가 아니라고 알아야 한다.

선서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 뒤 다시 게송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가져오지 않았으면서도 분명히 가져왔다고 하는 친구, 말만 최고로 하는 친구,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친구, 나쁜 짓을 할 때의 친구. 이들 넷은 친구가 아니라고 잘 알고서 현자는 두렵기만 한 이러한 길을 멀리 피해야 한다.”

2.“싱갈라여, 다음 네 가지는 친구로되 가슴을 나누는 친구라고 알아야 한다. ① 도움을 주는 친구는 가슴을 나누는 친구라고 알아야 한다. ② 즐거우나 괴로우나 한결같은 친구는 가슴을 나누는 친구라고 알아야 한다. ③ 바른 것을 조언해 주는 친구는 친구라고 가슴을 나누는 친구라고 알아야 한다. ④ 연민하는 친구는 가슴을 나누는 친구라고 알아야 한다.

선서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 뒤 다시 게송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도움을 주는 친구, 즐거우나 괴로우나 한결같은 친구, 바른 것을 조언해 주는 친구, 연민하는 친구, 이들 넷이 친구라고 잘 알아서 현자는 전적으로 그들을 섬겨야 하나니

마치 어머니가 친자식에게 하듯이.



【해설】

·본경의 빠알리어 제목은 ‘싱갈로와다 숫따’인데, 중국에서는 선생(善生) 경으로 옮겨져서 장아함의 16번째 경으로 전해져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육방예경으로 알려져 있는데, 본경은 그 경 가운데 “나쁜 친구와의 사귐에서 오는 위험”을 경책한 것으로 원문의 일부를 발췌한 것임을 미리 밝혀 둡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주로 출가사문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본경은 재가불자가 가정 및 사회생활을 영위함에 있어서 지켜야 할 불교적 윤리가 무엇인지를 밝혀, 재가자가 세속생활을 영위하면서도 올바른 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선(善)하게 사는(生) 길을 가르쳐주셨습니다.

·논어(論語) 이씨(李氏)편에 보면, “도움이 되는 벗이 셋, 해로운 벗이 셋 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정직한 벗, 믿음직한 벗, 박학한 벗”은 도움이 되는 친구이며, “편벽한 벗, 굽실거리기 잘하는 벗, 빈말 잘하는 벗”은 해로운 벗이라고 했습니다. [益者三友 損者三友 友直 右諒 右多聞 益矣 右便 右善柔 右便 損矣]

·기독교의 성서(聖書)에도 “슬기로운 사람과 어울리면 슬기로워지고 어리석은 자와 짝하면 해를 입는다.”,“성실한 친구는 안전한 피난처요, 그런 친구를 가진 것은 보화를 지닌 것과 같다.”라는 금언(金言)이 있습니다.

·친구 없이 사는 것은 사막에 거처하는 것과 같고, 벗 없는 인생은 험난하고 위험하나, 때로는 친구가 나쁜 병을 옮기는 전염병이 될 수도 있습니다. 본경에서 말하는 나쁜 친구의 행태 네 가지 가운데,“① 스스로 빈손으로 왔으면서도 무엇인가 가져왔다고 전적으로 우기는 자”라 함은, 적게 주고 많은 것을 원하며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벗이거나,‘수레가 필요하다고 하면 바퀴가 고장 났소, 차축이 부수어졌소.’라는 등으로 도와줄 수 없다고 변명하는 벗을 의미합니다.“② 말만 최고로 하는 자”라 함은, 과거에 이렇게 하려 했다는 번지르르한 말에 의지하고, 미래에 이렇게 할 것이라는 번지르르한 말에 의지하고 아무 의미 없는 말로 호의를 얻으려고 하는 벗을 의미합니다.

·“③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자”라 함은, 형편이 좋을 때 또는 돈 많고 번영하고 있는 사람에게 아첨하는 자는 의미하는데, 이런 친구는 참된 친구가 아니고 기회적인 친구라 할 수 있습니다. 차라리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친구보다 잔소리 많은 친구가 낫습니다.“④ 나쁜 짓에 동무가 되는 자”라 함은, 노름꾼, 방탕한 자, 술꾼, 사기꾼, 협잡꾼, 싸움꾼들이 친구와 동료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닮은 사람들끼리 무리를 이룰 때 전염병과 같이 오염될 수밖에 없습니다.

·본경에서 말하는 가슴을 나누는 친구, 좋은 친구라 함은, 친구 사이에 비밀을 털어놓더라도 비밀을 지켜 주고 재난에 처했을 때 떠나지 않고 목숨까지도 그를 위해서 버리는 친구, 사악함으로부터 멀리하고, 오히려 선(善)에 들어가게 하고, 배우지 못한 것을 배우게 하고, 천상의 길을 가르쳐주는 친구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옛 성현들께서는 순경(順境)에는 벗을 찾기는 쉬우나 역경(逆境)에서는 극히 어렵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금석지교(金石之交), 물경지교(勿頸之交)라는 금구(禁句)가 그립고 새롭게 다가오는 것은 바로 오늘의 세태가 각박하기 때문입니다.

·우정은 끊임없이 손질하면서 지켜야 합니다. 오래 된 친구를 새 친구로 바꾸는 것은 열매를 팔아 꽃을 사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현대인들은 이용가치를 기준으로 친구를 사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피상적인 우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생선을 묶었던 새끼줄을 집었던 손에서는 생선 냄새가 나고, 향주머니를 집었던 손에서는 향내가 납니다. 나쁜 친구와 어울리면 언젠가는 그렇게 나쁜 사람이 되고 좋은 친구와 어울리면 친구의 감화를 받아 지혜로운 사람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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