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도둑 경 (SN 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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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도둑 경 (SN 9:13)
  • /유현 김승석 엮음
  • 승인 2015.12.1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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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어떤 비구가 꼬살라에서 어떤 밀림에 머물렀다.

2. 그 무렵 그 비구는 걸식하여 공양을 마치고 걸식에서 돌아와서 연못으로 들어가서 연꽃의 냄새를 맡았다. 그러자 그 비구를 연민하고 그의 이익을 원하는 밀림에 사는 신(神)이 그 비구에게 절박감을 일으키기 위해서 그에게 다가갔다. 가서는 그 비구에게 게송으로 말했다.

3. [천신]

“그대에게 주지도 않은 물에 핀 연꽃 향기를 맡는 것은 존자여, 일종의 도둑질과 같으니 그대는 향기의 도둑입니다.”

4. [비구]

“나는 갖지도 않고 꺾지도 않고 다만 물에 핀 연꽃의 향기만 맡았을 뿐이네.

그런데 무슨 이유 때문에 그대는 나를 향기의 도둑이라 말합니까?

줄기를 파내는 자들과 꽃들을 꺾는 자들도 있거늘 이러한 거친 행위를 하는 자에 대해서는 왜 말하지 않습니까?”

5. [천신]

“보모의 젖은 앞치마처럼 사람이 잡다하고

흉포하다면 그에게는 아무 말도 필요 없지만

그대에게는 말을 해야 합니다.

흠이 없는 사람은 항상 청정함을 추구해야 하나니 단지 머리털만한 죄악도 구름만큼 크게 여겨집니다.

비구여, 선처로 가는 길은 그대 스스로가 알아야 합니다.”

6. 그러자 그 비구는 천신의 자극을 받아서 절박감이 생겼다.





【해설】

·우리 형법에서 절도라 함은 타인의 재물을 훔치는 행위를 말합니다. 따라서 상식적으로 재물의 개념에 들어갈 수 없고, 또 점유의 이전행위라 볼 수 없는 냄새 맡은 행위는 절도로 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함에도 본경에 등장하는 어떤 천신의 눈에는 숲속에 머물며 수행하는 어떤 비구가 연꽃의 향기를 대상으로 어제도 냄새를 맡고 오늘도 냄새를 맡고 내일도 냄새를 맡으면 그에겐 향기에 대한 갈애가 늘어나고 쌓여서 해탈, 열반으로 나아감에 장애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 천신은 연민을 일으켜 게송으로 그 비구를 경책한 것으로 주석서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조건 지어진 모든 존재의 생명 과정은 천상계, 인간계 또는 하위의 악도를 포함한 서른 한 곳의 주처(住處)에서 그들이 지은 업의 과보에 따라 전개됩니다. 그곳에 머무는 모든 유정(有情)은 예외 없이 덧없음[無常], 불만족[苦], 실재적이고 지속적인 자아와 같은 존재가 없음[無我]의 세 가지 보편적 성질은 띠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모든 생명의 고통스러운 윤회는 갈애에서 비롯됩니다. 갈애란 가장 저열한 동물적 탐닉으로부터 가장 품위 있는 정신적 즐거움에 이르기까지의 감각적 쾌락에 대한 갈증입니다. 갈애는 수분과 같은 역할을 하여 생명체를 키우는 역할을 한다고 세존께서 비유해서 말씀하셨습니다. 갈애는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에너지라고 할 수 있는 정신적 에너지를 생성하는 원천입니다. 그런데 이 갈애의 힘은 ‘실재’의 본질이 무엇인지 모르는 무명과 결합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육신과 같이 형체가 있는 것을 색법(色法)이라 하고 생각이나 느낌, 인식과 같이 비(非)물질적인 것을 명법(名法)이라 구분하는데, 이 둘을 합친 것이 바로 오온(五蘊)입니다. 이 몸뚱이가 서로 엉켜 붙도록 윤회의 자양분을 공급하는 것이 무명과 갈애이고, 그로 인해 말과 생각과 행동으로 선업 또는 불선업을 짓게 되어 그 과보의 굴레에 따라 삼계 중의 어느 한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이 연기의 가르침입니다.

·온갖 복락을 누리는 천신을 포함한 어떤 중생이든 그가 원하는 상태로 영원히 머무를 수는 없습니다. 불자의 최상 목표는 모든 형태의 조건 지어진 존재로부터 해방되는 것입니다. 무상을 알고 보면 붙잡기를 하지 않고 놓아버리게 됩니다. 이것이 갈애의 멸진입니다. 갈애가 남김없이 빛바래어 소멸하는 경지가 곧 열반입니다. 팔정도의 수행을 완성한 비구는 생멸의 집을 짓지 않고 완전한 열반에 들어갑니다. 불교는 존재에 대한 갈애를 멸하고 남김없이 뿌리째 뽑아내는 것, 그것을 위한 시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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