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식자 경(SN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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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식자 경(SN7:20)
  • /유현 김승석 엮음
  • 승인 2016.01.0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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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아난다 존자는 사왓티에서 제따 숲의 아나타삔디까 원림(급고독원)에 머물렀다.

2. 그때 걸식하는 바라문이 세존께 다가갔다. 가서는 세존과 함께 환담을 나누면서 세존께 이렇게 여쭈었다. “고따마 존자여, 저도 걸식자이고 당신도 걸식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무엇이 차이점입니까?”

3. [세존] “남한테 걸식을 한다고 해서

그것으로 비구가 되는 것이 아니니

악취 나는 저 해로운 범을 받들어 행하는 한

그는 결코 비구라 불릴 수가 없도다.

공덕과 죄악을 몰아내고

청정범행 한결 같이 행하고 닦으며

지혜롭게 세상에서 유행하는 그런 사문

그를 일러 참으로 비구라 부르도다.“

4. 이렇게 말씀하시자 걸식자 바라문은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경이롭습니다, 고따마 존자시여. 경이롭습니다, 고따마 존자시여. 마치 넘어진 자를 일으켜 세우시듯, 덮여 있는 것을 걷어내 보이시듯, 방향을 잃어버린 자에게 길을 가리켜 주시듯, 눈 있는 자 형색을 보라고 어둠 속에서 등불을 비춰 주시듯, 세존께서는 여러 가지 방편으로 법을 설해 주셨습니다. 고따마 존자께서는 저를 재가신도로 받아주소서. 오늘부터 목숨이 붙어 있는 그날까지 귀의하옵니다.”



《해설》



* 석가모니 부처님의 출가 전 이름은 “고따마 싯닷타”입니다. 그런 연유로 바라문들이 세존을 뵐 때 “고따마 존자”라는 존칭을 사용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바라문은 출가를 한 후 걸식을 통해서 연명을 하지만 구족계를 받은 자가 아니므로 ‘비구’는 아닙니다. 바라문은 우리가 카스트제도라 부르는 인도의 와르나 제도 가운데서 가장 높은 계층이며 인도에서 가장 신성시하는 문헌인 4베다와 전통 제사를 발전시키고 이를 관장하는 성직자 계층입니다. 초기경전의 여러 곳에서 많은 바라문들이 세존을 뵙고 설법을 듣고 불교교단에 출가하기도 하고 재가 신도가 된 사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출가란 말 그대로 집을 떠나는 행위입니다. 집으로 표현되는 세상의 모든 의무나 권리나 욕망이나 희망을 모두 접는다는 뜻입니다. 재가의 삶이란 막혀있고 때가 낀 길이지만 출가의 삶은 열린 허공과 같습니다. 세존께서는 『사문과 경』(DN2)에서 출가사문의 삶과 결실을 이렇게 법문하셨습니다.

① 비구는 계목의 단속으로 단속하고, 바른 행실과 행동의 영역을 갖추고 작은 허물에 대해서도 두려움을 보며, 걸식한 필수품으로 만족하며[少欲 知足], 알아차림으로 감각대문을 단속하여 표상을 취하지 않고, 숲 속이나 외딴 처소를 의지하여[閑居] 참선 수행하는 자이다. ② 비구는 명상주제를 대면하여 알아차림(sati)을 확립한 뒤 다섯 가지 장애[五蓋]를 제거하여 마음을 청정하게 한다. 즉 “비구는 몸과 마음[五取蘊]에 대한 욕심을 제거하여 욕심으로부터 마음을 청정하게 한다. 악의의 오점을 제거하여 악의가 없는 마음으로, 나아가 모든 생명의 이익을 위하여 연민하여 악의의 오점으로부터 마음을 청정하게 한다. 게으름과 나태함을 제거하여 광명상(光明想)을 가져 알아차리고 바르게 이해하면서[正念 正知] 마음을 청정하게 한다. 들뜸과 후회를 제거하여 안으로 고요히 가라앉은 마음으로 들뜸과 후회로부터 마음을 청정하게 한다. 의심을 제거하여 의심을 건너서 유익한 법[善法]들에 아무런 의문이 없어서 의심으로부터 마음을 청정하게 한다고, 세존께서 말씀하셨는데 이는 비구와 비구니의 필수조건입니다.

* 비구가 그 자신에게서 이들 다섯 가지 장애가 제거되지 못한 것을 관찰할 때 그 스스로 빚진 사람, 환자, 옥에 갇힌 사람, 노예, 사막을 걷는 여행자로 여겨야 하고, 그 반면에 그 자신에게서 이들 다섯 가지 장애가 제거되었음을 관찰할 때, 비구는 스스로를 빚에서 벗어난 사람, 병이 쾌유한 사람, 감옥의 굴레에서 풀려난 사람, 자유인, 그리고 안전한 곳에 다다른 사람으로 여겨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 비구가 이와 같이 마음이 삼매에 들고, 제4선에 이르렀을 때 위빠사나의 지혜로 마음을 향하게 하고 기울게 하여 ‘나의 이 몸은 물질로 된 것이고, 네 가지 근본물질[四大]로 이루어진 것이며, 부모에서 생겨났고, 밥과 죽으로 집적되었으며, 무상하고 파괴되고 분쇄되고 해체되고 분해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나의 알음알이[識]은 여기에 의지하고 여기에 묶여 있다.’라고 꿰뚫어 알 때, 그 수행의 과보인 열반을 성취한다고 세존께서 가르치셨습니다.

* 오늘날 한국불교에서 세존의 이 가르침대로 수행하는, 출가사문의 사표(師表)로 추앙받을 수 있는 선지식이 얼마나 있는지? 자문자답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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