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복한 하룻밤 경 (MN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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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복한 하룻밤 경 (MN 131)
  • /유현 김승석 엮음
  • 승인 2016.01.2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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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사왓티에서 제따 숲의 아나타삔디까 원림(급고독원)에 머무셨다.

2. 거기서 세존께서는“비구들이여”라고 비구들을 부르셨다.“세존이시여”라고 비구들은 세존께 응답했다.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3.“비구들이여, 나는 그대들에게 지복한 하룻밤에 대한 요약과 분석을 그대들에게 설하겠다. 잘 듣고 마음에 잘 잡도리하라. 세존이시여, 그렇게 하겠습니다.”

4. 세존께서는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과거를 돌아보지 말고 미래를 바라지 마라. 과거는 떠나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다.

현재 일어나는 현상들[法]을 바로 거기서 통찰한다.

정복당할 수 없고 흔들림이 없는 그것을 지혜 있는 자 증장시킬지라.

오늘 정진하라. 내일 죽을지 누가 알겠는가?

죽음의 무리와 더불어 타협할 수 없느니라.

이렇게 노력하여 밤낮으로 성성(惺惺)하게 머물면 지복한 하룻밤을 보내는 고요한 성자라 하리.”





【해설】

·오감이 바깥 경계(대상)에 부딪치면 느낌과 생각[受想]이 반드시 일어납니다. 마음에는 어떤 때는 좋은 생각이나 즐거운 느낌이 일어나고, 또 어떤 때는 나쁜 생각이나 괴로운 느낌이 일어납니다. 과거의 일을 되새기면 괴로운 느낌이 일어나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고, 미래의 일을 떠올리면 기대와 불안감으로 마음은 촐랑거립니다. 이와 같이 생각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제멋대로 여기저기 방황하고, 이런 끊임없는 생각은 우리 자신을 혼란에 빠뜨리고 삶을 존재하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중생들은 세상 사물이 실재하며 지속되는 것으로 여기고 그것들을 즐깁니다. 즐김과 갈망이 결합되어 여기서, 저기서 만족을 찾아 방황하는데 그래서 그것들에 대한 갈애를 만들어 냅니다. 갈애로 인해 중생들은 쉼 없이 생각합니다. 잠잘 때 꿈꾸는 것도 이러합니다.

·살이 찌지 않도록 먹는 것을 제한하는 일을 다이어트[diet]라 말합니다.‘생각 다이어트’도 이와 같이 마음이 과거로 되돌아가거나, 미래로 떠돌아가는 것은 멈추고 현재에 집중하는 것을 말합니다. 선정수행이란 이를 두고 한 말입니다.

·본경은‘생각 다이어트’에 대한 세존의 가르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존께서는‘나’를 오온(五蘊)으로 보시고, 실제로 마음작용으로서의 생각〔想〕 또는 의도〔行〕는 그 대상과 연관되어 일어나고 사라지는 매 찰나의 흐름일 뿐‘과거-현재-미래’라는 실상은 얻을 수가 없는 것이기에 이미 지나간 오온으로서의 과거를 되새기는 것은 갈애와 사견(邪見)에 뿌리를 둔 것이라고 강조하신 것입니다.

·앞으로 일어날 오온으로서의 미래를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것은 얻으려 하고 또 어떤 것은 피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갈애(渴愛)는 성스러운 두 번째 진리인 고통의 원인이라고 세존께서 고구정녕하게 말씀하신 것입니다.

·본경에서 세존의 가르침은‘지금, 여기’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마음상태[법]는 오온 가운데 인식이거나 의도들에 속할 뿐이어서 무상한 것이고 실체가 없음을 통찰하라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시시각각의 현재 일어나는 마음작용을 바로 일어나는 곳에서 지혜〔반야〕로써 통찰하여 그것이 ‘무상하고, 괴롭고, 실체가 없는 것’으로 관찰할 때, 즉 위빠사나 수행을 할 때 죽음의 무리인 염라대왕과 만나지 않고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표현되는 번뇌 등이 정복할 수 없고, 또 번뇌 등에 의한 흔들림이 없는 해탈, 열반을 실현할 수 있다고 가르치셨습니다.

·부처님께서“생각해서도 안 되고, 말해서도 안 되고, 행동해서도 안 된다”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 때 번뇌에 끌려 다니지 말고 지혜롭게 마음에 잡도리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정신활동 가운데 하나인 생각을 알아차리는 것은 지혜롭게 마음에 잡도리하는 것이 됩니다. 재가자도 일상에서 집중명상을 통해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마음에 일어난 생각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알아차리면서(sati) 형색을 보되 형색에 물들지 않는 자, 소리를 듣되 소리에 물들지 않는 자는 표상을 취하지 않기 때문에 무상삼매(無相三昧)에 들어 머뭅니다. 일어나고 있는 생각을 그대로 알아차리고, 그 생각들에 대해 집착하거나 거부하거나 무시하지도 말고, 그것들을 자신과 동일시하지 않을 때 수행자는 비로소“지금 여기”에서 생각의 노예로부터 해탈되었다는 기쁨을 경험하고 행복감을 느끼면서 마음은 삼매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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