뗏목의 비유 경 (MN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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뗏목의 비유 경 (MN 22)
  • /제주불교
  • 승인 2016.02.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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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사왓티에서 제따 숲의 아나타삔디까 원림(급고독원)에 머무셨다.

2.“비구들이여, 그대들에게 뗏목에 비유하여 법을 설하리니, 그것은 건너기 위함이지 움켜쥐기 위함이 아니다. 그것을 들어라. 듣고 마음에 잘 새겨라. 나는 설할 것이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라고 비구들은 세존께 응답했다.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3.“비구들이여, 예를 들면 사람이 길을 가다가 큰 강을 보았다 하자. 이 언덕[此岸]은 위험하고 두렵지만 저 언덕[彼岸]은 안온하고 두려움이 없다. 그러나 저 언덕으로 건너기 위한 배도 다리도 없다. 그는 생각한다. ‘참으로 나는 풀과 잔가지와 큰 가지와 풀잎을 함께 모아서 뗏목을 엮어서 그 뗏목에 의지하여 손과 발로 노력하여 안전하게 저 언덕으로 건너가리라.’

4.“비구들이여, 여기 저 언덕에 도달한 그 사람에게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이 뗏목은 나에게 많은 것을 해주었다. 이 뗏목에 의지하여 손과 발로 노력하여 안전하게 저 언덕에 건너왔다. 참으로 나는 이 뗏목을 땅에 내려놓거나 물에 띄워놓고 내가 갈 곳으로 가리라.’

5.“비구들이여, 이렇게 하는 자가 참으로 그 뗏목에 대해서 할 바를 다 하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그대들에게 뗏목에 비유하여 법을 설했나니, 그것은 건너기 위함이지 움켜쥐기 위함이 아니다.”

6.“비구들이여, 뗏목에 비유하여 그대들에게 설한 법을 이해하는 자들은 법들도 버려야 하거는 하물며 법이 아닌 것들[非法]이야 말해서 무엇하리.”





【해설】

·본경의 원제목은‘뱀의 비유 경’이나 소제목은 ‘뗏목의 비유’라서 그 골자만 말씀드리려고 필자가 임의대로 경의 제목을 고쳤습니다. 독자들의 양해를 바랍니다.

·「독사 경」(SN35:238)에도 ‘뗏목의 비유’가 나타나고 있는데, 그 경에서 세존의 설법은 이러합니다.“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두려움이 있는 이 언덕”이란‘자기 존재가 있음[有身]’을 뜻합니다. 즉 조건 지어진, 형성된 오온(五蘊), 요약하면 정신·물질[名色]을 말합니다.“안전하고 두려움이 없는 저 언덕”이란 열반을 뜻합니다.

·“뗏목”이란 여덟 가지 구성요소를 가진 성스러운 도[八正道]를 뜻하고,“손과 발로 노력한다.”는 것은‘불굴의 정진’을 말합니다.“큰 강을 건너 저 언덕에 도달하여 맨땅에 서 있는 사람”이란‘아라한’을 두고 한 말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의 소의경전인 「금강경」 제6품(正信希有分)에도 “법문이란 뗏목과 같은 것이라고 깊게 아는 자들은 법들도 반드시 버려야 하거는 하물며 법이 아닌 것임에랴”라고 나타나고 있는데, 금강경의‘법문’과 본경의‘법’은 개념이 좀 다릅니다.

·주석서에 따르면, 본경에서‘뗏목’에 비유해서 설하신‘법’이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펼치면‘팔정도’이나 압축하면 사마타와 위빠사나[止觀]수행으로서의 법을 말합니다. 중국 선종에서 말하는 정혜(定慧)쌍수와 같은 개념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건너가기 위해서는 사마타와 위빠사나[止觀]수행이 필요충분조건임을 강조하셨습니다. 이 둘 모두에 대한 열정과 욕망을 가져야만 윤회의 거센 흐름을 거슬려 피안에 도달할 수 있는데, 아라한이 된 자는 그 둘 모두에 대한 열정과 욕망을 이제는 움켜줄 필요가 없다는 점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러함에도, 한국불교에서는 ‘뗏목의 비유’를 잘못 해석하여 ‘교학으로서의 법’은 쓰레기 같은 것이라고 보아 마음 깨쳐 성불한다거나 마음이 곧 부처[心卽是佛], 마음 외에 부처란 없다[心外無佛]라거나 일체는 마음이 만들어낸 것[一切唯心造]이라는 표현을 즐겨 쓰거나, 참나[眞我]를 찾는 것이 깨달음이라는 법문을 펼치면서 마음을 절대화하는 스님들이 계십니다. 팔정도가 열반으로 가는 하나의 길이고, 유일한 길이라는 것은 불변의 진리입니다. 그 진리를 무시하거나 버리는 자들은 결코 열반을 성취할 수 없습니다.

·세존께서는 고요하고 수승한 사마타와 위빠사나의 수행법들에 대해서도 아라한과를 얻으면 그 욕망과 탐욕을 버리라고 교계하시면서, 하물며 천하고 비열하고 사악하고 성행위에 빠지게 하는 비법에 대해서는 완전하고 철저하게 버려야 한다고 강조하신 것입니다.

·주석서에서는 세존의 본경 가르침은 법(dhamma) 자체를 버리라는 것이 아니라 법에 대한 열정과 욕망을 버리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본경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은 도덕적 허무주의를 조장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또 깨달은 사람, 도인들은 선과 악을 초월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무애도인의 막행막식(莫行莫食)을 미화하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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