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훌라를 가르친 경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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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훌라를 가르친 경 (3)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3.1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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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경전으로의 초대

《니까야 : M62》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사왓티에서 제따 숲의 아나타삔디까의 원림(급고독원)에 머무셨다.

2. 그때 세존께서는 아침에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발우와 가사를 수하시고 사왓티로 탁발을 가셨다. 라훌라 존자도 아침에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발우와 가사를 수하고 세존을 뒤따라갔다.

3. 그러자 세존께서는 뒤를 돌아보시면서 라훌라 존자를 불러 말씀하셨다. “라훌라야, 물질이라고 하는 것은 그 어떤 것이든, 그것이 과거의 것이든 미래의 것이든 현재의 것이든, 안의 것이든 밖의 것이든, 거칠든 섬세하든, 저열하든 수승하든, 멀리 있건 가까이 있건, 그 모든 물질에 대해 ‘이것은 내 것이 아니다. 이것은 내가 아니다. 이것은 나의 자아가 아니다.’라고 이와 같이 이것을 있는 그대로 바른 통찰지로 보아야 한다.”

4. “오직 물질만 그러합니까? 세존이시여! 오직 물질만 그러합니까? 선서시여!”

5. “라훌라여, 물질도 그러하고, 느낌도 그러하고, 인식도 그러하고, 심리현상들도 그러하고, 알음알이도 그러하다.”

【해설】

주석서에 의하면, 본경은 세존께서 라훌라 존자가 18세의 사미 시절에 설하신 경이라고 합니다. 라훌라 사미가 아침에 탁발을 가기 위해 세존을 뒤따라가면서 발바닥부터 머리털까지 세존을 살펴보았다고 합니다.

그는 세존의 모습이 우아한 것을 보고는 ‘세존께서는 멋지시다. 서른두 가지 대인 상을 가진 몸은 매우 아름답다. 서른두 가지 바라밀을 두루 완성하신 뒤에 생긴 몸은 이렇게 아름다운 광명을 구족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자기의 몸도 살펴보고는 ‘나도 멋지다. 만약 세존께서 전륜성왕이 되었다면 내게 왕의 자리를 물려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었다면 이 잠부섬은 아주 아름다웠을 것이다.’라고 자기 자신에 관하여 세속적인 열정과 욕망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세존께서는 앞서 가시면서 ‘라훌라가 지금 어디에 마음을 두고 있는가?’라고 깨끗한 거울에 비친 얼굴처럼 라훌라의 마음을 보셨습니다. 라훌라가 자기 몸과 관련하여 세속적인 열망과 욕망을 일으켜 길[道]이 아닌 곳에 들어가고, 육도윤회의 잘못된 길에 이르고, 영역이 아닌 곳에 거닐고 있음을 아셨습니다.

마치 길을 잃은 자가 가지 말아야 할 방향으로 가는 것처럼, 그렇게 되면 오염원이 증장하여 시작을 알 수 없는 윤회에 떨어질 것이 분명하므로 라훌라를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셨습니다.

세존께서는 ‘나’라는 존재는 몸[色], 느낌[受], 인식[想], 심리현상[行], 알음알이[識]의 다섯 가지 무더기[오온(五蘊)]가 실타래처럼 얽혀있을 뿐이고, 이 다섯 가지 법들은 연기에 의해 생멸하고 있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태라서 거기에는 견고하고 지속하는 실재다운 성질을 띤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諸法無我]고 설하셨습니다.

세존께서 라훌라 존자에게 이 다섯 가지 법수들의 고유한 특성[自相]인 ‘무상함’을 꿰뚫어 봄으로써 오온의 무아(無我), 즉 비어있음[空]을 깨닫도록 가르침으로써 유신견(有身見, 불변하는 자신이 존재한다는 견해)을 극복케 하셨다고 주석서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오온[색·수·상·행·식]에 대해서 ‘이것은 내 것이 아니고, 내가 아니고, 나의 자아가 아니다.’라고 통찰하는 수행법이 상좌부불교에서 말하는 위빠사나 명상입니다.

근본 불교의 입장에서 보면 매 찰나 전개되는 오온의 생멸 자체가 윤회입니다. 불교를 잘못 이해하는 자들은 무아이면서 윤회를 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보아 부처님은 윤회를 설하지 않으셨다고 말하는 외도들의 주장이 있습니다. 무아-연기와 윤회는 아무 모순 없이 함께 설명할 수 있습니다. 서로서로 조건 지어져 생멸, 변천하는 일체법의 연기적 흐름, 즉 오온의 흐름을 윤회라 말합니다. 힌두교에서 말하는 영생불멸의 영혼-자아가 새 몸을 받는다는 재(再) 육화(肉化)와 전혀 다른 것입니다.

/ 유현 김승석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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