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훌라를 가르친 경 (8)
상태바
라훌라를 가르친 경 (8)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3.17 11: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기경전으로의 초대

《니까야 : M62》

22. “라훌라야, 부정하다고 인식하는[不淨想] 수행을 닦아라. 라훌라야, 네가 부정하다고 인식하는 수행을 닦으면 어떤 탐욕이라도 다 제거될 것이다.”

【해설】

초기경전의 여러 곳에 이 몸뚱이는 32가지 부정한 물질로 가득 차 있는 양쪽에 아가리가 있는 자루와 같다고 비유해서 표현되고 있습니다. 즉 머리털 등 32가지 몸 부위는 여러 가지 곡식이 섞여서 자루 안에 들어 있는 것과 같다는 뜻입니다.

몸은 뼈와 힘줄로 엮어있고 내피와 살로 덧붙여지고 피부로 덮여져 있을 때 그것은 형상(rūpa)는 명칭을 얻습니다. 지혜의 손으로 분리하면 몸 안에는 땅의 요소인 내장과 위, 간장의 덩어리, 방광, 심장, 폐장, 신장, 비장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또한 물의 요소인 땀, 지방, 피, 관절 액, 담즙이 있고, 아홉 구멍에서는 눈꼽, 귀지, 콧물, 침과 가래, 오줌과 똥 등 더러운 것들이 나옵니다.

죽여서 몸이 쓰러졌을 때에는 부어서 검푸르게 되고, 무덤에 버려져 친척도 그것을 돌보지 않습니다.

세존께서는 “욕망이 있음으로 더러운 몸이 아름답게 보이니, 이것이 욕망이고 아름다운 것이 저것이다.”라는 사자후를 토하셨습니다.

『염신경(M119』에서 세존께서는 몸에 대한 부정관(不淨觀) 명상을 반복해서 실천하고 닦고 거듭거듭 행하고 수레로 삼고 토대로 삼고 확립하고 강화하고 노력할 때 열 가지 이익이 기대된다고 설하셨습니다.

“① 싫어함과 좋아함을 극복한다, ② 두려움과 공포를 극복한다, ③ 마음에 들지 않고 생명을 위협하는 갖가지 느낌들을 감내한다, ④ 네 가지 선(삼매)을 힘들이지 않고 얻는다, ⑤ 신족통(神足通), ⑥ 천이통(天耳通), ⑦ 타심통(他心通), ⑧숙명통(宿命通), ⑨ 천안통(天眼通), ⑩ 누진통(漏盡通) 등을 증득하는 열 가지 이익이 기대된다.”

필자도 아침 동틀 무렵 ‘몸에 대한 부정관 명상’을 거듭거듭 반복합니다. 이 명상을 통해 몸의 무상함을 알고 또 물질은 반드시 변하고 부서지고 분해되어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을 체험합니다. 무상을 보고 알아야 무아(無我)가 보입니다.

세존의 직계제자 중, 빤타까 형제가 있었습니다. 형인 마하빤타까는 출가하여 아라한이 되자 동생 쭐라빤타까를 출가시키면서 다음 게송을 주었습니다. “마치 향기로운 꼬까나다의 연꽃이 아침에 향내를 풍기면서 피듯이 멀리 빛을 드리우신 부처님을 보라. 마치 허공에 빛나는 태양과 같구나.”

그런데 쭐라빤타까는 넉 달이 다 가도록 이 게송을 외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형인 마하빤타까가 ‘너는 이 교단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하면서 절 밖으로 쫓아버렸습니다.

때마침 아침 공양을 드시려고 승원 밖으로 나서는 세존께서 울고 있는 쭐라빤타까를 찾아가서 그 이유를 물으셨습니다. 그는 세존께 그 동안에 있었던 일을 말씀드렸습니다.

세존께서 외우지 못한다고 해서 교단에 있을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니니 슬퍼하지 말라고 하시고는 신통으로 아주 깨끗한 천 조각을 만드시고 “비구여, 이것을 문지르면서 ‘먼지 닦기, 먼지 닦기’라고 반복해서 외워야 한다.”라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런 다음에 그를 위해 광명의 게송을 읊으셨습니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때일 뿐 먼지를 때라 하지 않네.

때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동의어

현자는 이러한 때를 버리고

때 없는 자의 교단에 머문다.”

 

쭐라빤타까는 가르침대로 천을 닦았습니다. 닦을수록 천은 더러워졌습니다. 그때 그 비구는 ‘천은 깨끗하다. 여기에는 허물이 없다. 허물은 이 몸에 있다.’라고 부정의 인식[不淨想]을 얻고 오온(五蘊)에 지혜를 돌려 위빠사나를 증장시켜 도와 과를 성취하였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 유현 김승석 엮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