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문답의 긴 경 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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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문답의 긴 경 ⑺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5.0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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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경전으로의 초대 <379>

《맛지마 니까야 : M43》

12. [마하꼿티따] “도반이시여, 얼마나 많은 존재[有]가 있습니까?”
[사리뿟따] “도반이시여, 세 가지 존재, 즉 욕계 존재와 색계 존재와 무색계 존재가 있습니다.”

13. [마하꼿티따] “도반이시여, 어떻게 미래에 다시 태어남이 있습니까?”
[사리뿟따] “도반이시여, 중생들이 무명에 덮이고 갈애에 속박되어 여기저기서 즐기기 때문에 이와 같이 미래에 다시 태어남이 있습니다.”

14. [마하꼿티따] “도반이시여, 어떻게 미래에 다시 태어남이 없습니까?”
[사리뿟따] “도반이시여, 무명이 빛바래고 명지(明知)가 생기고 갈애가 소멸하기 때문에 이와 같이 미래에 다시 태어남이 없습니다.”

 

【해설】

존재란 중생을 말합니다. 중생들이 태어나서 그 곳에서 삶을 영위하는 그런 영역이나 세상을 불교에서는 욕계, 색계, 무색계의 삼계로 정의합니다.

아난다 존자가 세존께 물었습니다.“세존이시여,‘존재(bhava) ’라고 말합니다. 세존이시여, 도대체 어떻게 존재가 있게 됩니까?”

“아난다여, 존재로 태어나려면 욕계, 색계, 무색계의 각 과보를 가져오는 업(業)이 있어야 한다. … 이처럼 업은 들판이고 알음알이[識]는 씨앗이고 갈애는 수분이다. 중생들은 무명의 장애로 덮이고 갈애의 족쇄에 계박되어 저열한 욕계에 알음알이를 확립하거나 중간의 색계에 알음알이를 확립하거나 수승한 무색계에 알음알이를 확립한다. 이와 같이 내생에 다시 존재[再有] 하게 된다. 아난다여, 이런 것이 존재이다.”

이 몸뚱이, 즉 몸과 마음은 조건 지어진 것입니다. 조건 지어졌다는 것은 무엇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주어진 상황이 변하면 그에 따라 변화한다는 뜻입니다. 몸과 마음이 서로 엉켜 붙도록 윤회의 자양분을 공급하는 것이 무명과 갈애이고, 그로 인해 말과 뜻과 행동으로 선업 또는 불선업을 짓게 되어 그 과보에 따라 삼계 중의 어느 한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우리 인간이 사는 세상은 욕계, 즉 감각적 욕망의 세계입니다. 범천이 머무는 색계, 무색계보다는 수명이 짧고 복락이 적기 때문에 세존께서는 저열한 세상이라 말씀하셨습니다. 

남방의 아미담마에 의하면 삼계는 엄연히 실재하며 객관적인 사실로서 존재합니다. 하지만 삼계는 항상 마음에 의해서 이해되는 세상입니다. 마음이 없으면 바깥세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바깥세상은 마음, 즉 알음알이에 의해서 이해되는 세계입니다. 이처럼 마음과 바깥세상은 상호 의존적이고 분리할 수 없이 얽혀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중생이 악처, 욕계의 선처 세상, 색계 또는 무색계에 태어나느냐 하는 것은 그가 전생에 그 세상에 태어나기에 적합한 업, 즉 마음의 의도적인 힘을 산출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다른 세계에 사는 생명들은 오직 자신의 세계의 마음밖에 가질 수가 없지만, 인간의 마음은 모든 존재들의 마음 중에서 가장 강력하거나 잔인하여 가장 큰 불선심을 가질 수도 있고, 반면에 가장 선하거나 출세간의 마음을 일으켜 해탈, 열반으로 나아갈 수 있을 정도로 광대무변합니다. 어느 세상으로 가느냐는 바로, 지금의 마음작용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미래에 태어난다는 것은, 12연기 가운데 괴로움의 발생 원인인 무명→행→애→취→유의 전개를 말하고, 다시 태어남이 없다는 것은 12연기의 환멸문을 말합니다. 

느낌을 조건으로 갈애가 생겨나는데, 윤회는 이 갈애에 의해 추동되고, 무명(無明)에 의해 자양되므로 이러한 업의 회전과 과보의 회전을 부수려면 무명이 명지(明知)로 대체되어야 합니다. 
갈애가 머물고 늘어나는 곳이 육체[色]와 정신[受․想․行․識], 즉 오온(五蘊)입니다. 세존께서 윤회, 다시 태어남의 출발점으로 무명(無明) 혹은 존재에 대한 갈애[有愛]를 설하셨습니다. 

세존께서는 느낌에서 ‘무상-고-무아’의 법을 보시고 108번뇌를 멸진시켜 열반을 성취하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은 자리는 느낌에서 갈애로 넘어가지 않는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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