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문답의 긴 경 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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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문답의 긴 경 ⑽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5.2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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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경전으로의 초대 <382>

《맛지마 니까야 : M43》

18. [마하꼿티따]“도반이시여, 얼마나 많은 법들이 이 몸을 떠날 때 이 몸은 마치 무정물(無情物)인 통나무처럼 내던져지고 내팽개쳐져서 누워있게 됩니까?”
[사리뿟따]“도반이시여, 수명과 온기와 알음알이의 세 가지 법들이 이 몸을 떠날 때 이 몸은 마치 무정물인 통나무처럼 내던져지고 내팽개쳐져서 누워있게 됩니다.”

 

【해설】

계절의 여왕, 5월입니다. 꽃들은 활짝 피고 나무들의 이파리는 초록 기름칠을 한 듯 반짝 반짝 빛납니다. 그냥 이대로 있었으면 하는데… 

10월이 되면 갈색 잎을 떨어뜨리고 나목(裸木)이 됩니다. 그리고 봄이 오면 다시 새순이 돋아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인생에도 오고 감이 있고 탄생과 죽음이 있고 연령에 따라 시절의 변천이 있습니다. 

시절인연이 다하면 이 몸뚱이는 죽게 마련입니다. 평생 내내 단 한 번도 앓아누운 적이 없다 해도 우리는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이 죽었다는 것은 지수화풍(地水火風)이라는 사대(四大)의 작용이 바뀐 것을 말합니다. 죽음은 부드럽다가 단단해지고, 피가 흐르다가 정지한 것이고, 따뜻하다가 차가워진 것이고 움직이다가 움직이지 않는 것일 뿐입니다. 

기름등불이 타고 있을 때 불꽃에 의지하여 빛이 드러나고 빛을 의지하여 불꽃이 드러나듯이 온기와 수명을 조건으로 몸은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본경에서 ‘수명’이라 함은 물질의 생명기능을, ‘온기’라 함은 업에서 생긴 불의 요소를, ‘알음알이’는 마음(citta)를 뜻합니다. 

죽음은 몸의 변화일 뿐이고, 마음은 이미 다른 몸으로 재생되어 다시 태어남을 거듭합니다. 이때의 마음을 아비담마에서는 ‘재생연결식’이라 합니다.

재생-윤회의 실재는 몸과 마음이 변한다는 것. 불교에서는 이를 무상(無常)이라 합니다. 불교의 세계관에서는 일체 존재는 태어나는 모습에 따라 태생(胎生), 난생(卵生), 습생(濕生), 화생(火生) 가운데 하나로 태어난다고 합니다. 또 거주하는 곳에 따라 삼계(三界)라 하여 아래로는 아비지옥에서부터 위로는 비상비비상처천에 이르기까지 31가지 거주처가 있다고 합니다. 

불교에서는 생명이 존재하는 31개의 세상에는 그 조건에 어울리는 다양한 형태와 등급의 알음알이[識]-마음이 있다고 말합니다. 예컨대 만일 인간이 생전에 선정수행을 해서 삼매를 체험하면 그 과위에 따라 색계 범천에 태어난다고 합니다. 

인간의 마음은 모든 존재들의 마음 중에서 가장 강력하거나 잔인하여 살생하는 등의 해로운 마음을 가질 수도 있고, 반면에 가장 선하고, 출세간의 마음을 일으켜 해탈, 열반할 수도 있습니다.  

아라한과를 증득하여 열반에 들지 아니하는 한, 윤회의 여섯 갈래의 길〔六道〕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천상계, 인간, 아수라, 축생, 아귀, 지옥을 육도라고 말합니다. 

죽어 생을 마친 자와 상수멸(想受滅 = 느낌과 인식의 소멸)을 증득한 비구, 즉 아라한의 차이점에 대하여 사리뿟따 존자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도반이여, 죽어 생을 마친 자는 몸의 작용들[身行]이 소멸하여 가라앉고, 말의 작용[口行]이 소멸하여 가라앉고, 마음의 작용[心行]이 소멸하여 가라앉고, 수명이 다하고, 온기가 식어버리고, 감각기능들이 완전히 파괴됩니다. 그러나 상수멸을 증득한 비구는 몸의 작용들이 소멸하여 가라앉고, 말의 작용이 소멸하여 가라앉고, 마음의 작용이 소멸하여 가라앉으나, 수명은 다하지 않고, 온기가 식지 않고, 감각기능은 아주 분명합니다.”

아라한에게는 재생연결식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행위는 있지만 선업이든 악업이든 업을 짓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범부 중생의 윤회는 끊임없는 생사의 반복입니다. 업에 의해 결집, 강화된‘인(因)⇒과(果)⇒인(因)’의 고리 때문에 지금 생명체의 마지막 조건 지어진 에너지의 총량[業識]은 죽음의 찰나에 인과적으로 자기에게 발육, 성장하기에 가장 조건이 맞는 자궁-모태로 끌려 들어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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