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일여(動靜一如)의 심법으로 쉬지 않고 달려온 보시의 인술 5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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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일여(動靜一如)의 심법으로 쉬지 않고 달려온 보시의 인술 50년!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9.11.2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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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불교가 만난 사람〈8〉 혜향문학회 김순택(법명 김정택) 회장

봉사의 삶이 의사의 천직, 임사체험 겪으며 진정한 삶 되돌아보게 돼

◆김순택 회장 약력제주도의사회 회장(2000-2003)원불교제주교구교의회 의장(1985~2018) 한국한센복지협회 제주도지부장(1997~2013) 제주도자원봉사협의회 회장(2003~2012)민주평화통일제주지역회의 부의장(2013~2017)◆논저제주도의사회 60년사(제주도의사회,2005)원불교제주교구 발자취(제주교구 2016)제주고 백년사(2011)제주사람 육지사람(문학나무 2008, 수상집) 제주도의 두부백선(대한의학협회1980, 논문)제주도의 의료(한라연감 통권5호.1999, 논문)◆상훈국민훈장 모란장(2017), 국민포장(1998), 대통령 표창(1993), 류준학술상(1989), 책의 해 장서가(1993), 스카우트무궁화금장(1999)덕산문화상(2001), 제주붇다봉사대상(2000)원불교상록대상(1998)

 

만나는 일. 책과의 만남, 하루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읽고 또 읽어내려 간다. 시간만 나면 책과 벗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그렇게 보약보다 좋은 책을 벗 삼고 있다. 게다가 의료봉사는 세살 버릇처럼 되어있는 일상이다. 
제주불교가 만난 사람, 오늘은 약력이나 논저(論著), 상훈(賞勳) 등을 소개드리려면, 한참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만큼 박식하고 지혜롭고 세상을 봉사로 살아오신 분이기에 그렇다. 
현재 제주도내 불교계 문학지인 혜향문학회 김순택 회장님을 수목원 산책길로 함께 가보기로 하자.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11월의 끝자락인데도 주말 오후 한라수목원은 기온이 차갑지 않습니다. 요즘 근황은 어떠신지요?
△예: 산책하기엔 좋은 날씨입니다. 2년 전 세종의원을 정리하고,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물론 의대를 졸업하고 나서 50년간 쉬지 않고 일했던 관계로 의사의 일상이 쉽사리 놓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한센병 환우들을 돌보느라 토요일 오전 진료를 하고 있으며, 요양원이나 경로당에서 진료요청이 들어오면, 마다 않고 찾아가 무료진료를 해드리고 있습니다. 지난 8월 말에는 일주일간 필리핀 오지에 진료봉사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현역에서 해오시던 것처럼 리듬을 잃지 않고 무료진료를 하고 있다고 하시는데, 건강에는 무리가 없으신지요?
△예: 음식을 섭취하는데, 지장이 없고 특별히 건강관리를 위해 심한 운동은 피하고 있지만, 삼년 전에 교통사고로 세 번의 수술을 받아서 그 후유증으로 오래 걷지는 못하지만, 예회에 빠지지 않고 잘 나가고 있으니, 이 하나 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낍니다. 기도와 청정한 마음으로 정진을 이어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의사가 되기 전 소싯적 생활모습을 잠깐 소개해 주셨으면 하는데요.
△예: 어릴 때 꿈은 할머니가 키워 주셨습니다. 4.3 피난 생활이 고교시절까지 이어졌으니까요. 부모님은 밭일을 배우는 게 좋겠다고 해서 농업학교로 진학하게 되었죠. 할머니와 함께 김을 멜 때면 여간 고역이 아니었습니다. 아침에 아득히 먼 사래 긴 밭을 일어서서 얼마나 남았나 보고 또 보고 일어서 한 숨을 쉬곤 했답니다. 그럴 때마다 할머니는 남은 일 걱정 말고 눈앞의 일이나 잘하라 하셨고, 해넘이 때는 큰 밭의 김을 다 멜 수가 있었습니다. 지금 추억을 소환시켜보니, 부담스러운 희망이나 꿈보다 제 앞의 일, 눈앞의 일이나 잘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아모르 파티(amor fati)라는 운명에 대한 사랑 말입니다. 맡겨진 일을 충실히 하다보면 이뤄진다는 것이죠. 
▲바쁘신 일상에서도 어떤 취미를 갖고 삶을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예: 몇 가지 취미가 있습니다만, 한문 공부와 붓글씨로 소일거리로 삼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영찬(影讚)’에 흥미가 생겨서 몰두를 하고 있습니다. 남의 화상을 그리고 그 분을 글로 칭찬하는 작업을 하죠. 다른 분의 장점을 공부하는 일도 나의 수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말씀도 좀 해주셨으면 합니다. 어떻습니까?
△예: 여러 봉사단체의 책임을 맡곤 하지만, 쉴 틈 없는 의사의 소명을 다하며, ‘동정일여(動靜一如)’의 심법을 쓰는 것인데요. 이 일을 할 때는 저 일을 쉬고, 저 일을 할 때는 이 일을 쉰다고 생각하면, 아무리 겹쳐진 일도 수월하게 넘길 수가 있습니다.
의사라는 직업상 인간의 죽음을 확인하고 사망진단서를 발부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그렇게 남의 죽음만 보다가 큰 사건으로 나의 죽음을 보았습니다. 3년 전 새벽 기도를 다녀오다 차에 치여 의식을 잃었을 때 임사(臨死)체험을 한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죽음을 ‘열반’이라고 하는데, 죽음은 두려움이 아니라, 환희요 광명이며, 부활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순택 회장과 인터뷰 중인 본지 김익수 대기자


▲의사의 직업에서 종교 얘기로 넘어갔습니다만, 불교에 대한 말씀을 들어보기로 하겠습니다.
△예: 사고가 났을때 나는 영혼이 육신을 빠져나가 새하얀 빛이 둥그렇게 비치는 터널로 아주 평화롭게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앗습니다. 그곳은 고통도 번민도 생각조차 없는 안락한 세계, 그 장엄하며, 눈부시고 맑고 밝은 빛은 대자유를 얻고 허공을 날며 일체에서 벗어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때 사람들이 달려오고 길바닥에 팽개쳐진 나를 하얀 포에 덮어 구급차에 옮겼습니다. 그래서 그런 장면을 가까운 공중에서 하염없이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때 죽을 때 떠나는 영혼이 다시 이 세상에 새 몸을 받아 태어나게 된다는 사실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질문하게 되었으며, 진실한 마음공부의 기회를 줬습니다. 우리는 모두 살아가면서 죽음을 잘 준비한다면 더욱 깊고 의미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통사고로 많은 고통을 겪으시면서 생과 사에 대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만, 이번에는 문학얘기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현재 제주도내 불자들과 신앙에 관계없이 구성된 혜향문학회를 이끌고 계시고, 다른 수필 문학회도 이끌어나가고 있는데요, 불교문학에 대해 한 말씀 주시기 바랍니다.
△예: 창작은 작가들에게 발표의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또한 독자들은 작품을 통해 불교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갖는 것이 당연한 것이구요. 문학을 통한 심성과 신앙심을 돈독하게 하고, 올바른 세계관과 가치관을 심어주고 있지 않습니까? 역사와 더불어 공존해 온 불교사상, 불교정신이 그 속에 훈습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현대 불교소설, 게송, 시, 선시, 수필 등 불교설화도 많다고 봅니다. 이런 것은 늘 문학인들에게 탐구대상이 되어서, 창립된 지 7년에 불과하지만, 불교문학발전에 기여하면서 혜향 13호까지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회장님은 원불교에 입교해서 많은 불심을 증장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얘기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예: 원불교에 입교한지도 40년이 넘습니다만, 부처님의 진리인 인과응보와 음양상승의 이치를 믿고 법신불 수행을 따르는 면에서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삶을 지탱하는 표준의 하나는 어떠한 고난도 달게 받고, 즐거움으로 이겨내라는 ‘낙고생활’입니다. 인생을 살아가며 숱한 고비가 있었으나, 궂은 일이 업보인줄 알고 달게 받았고, 좋은 일은 늘 과분하게 생각하며, 보은하려 애썼습니다. 내가 짓고 내가 받은 것을 알게 되면, 남을 탓하고 원망할 수가 없다는 것을 불심으로 터득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듣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습니다만, 오늘 다하지 못한 말씀은 다음 기회가 있을 때에 듣기로 하고, 끝으로 앞으로 남은 여생의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예: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의술과 영찬(影讚)작업을 통해서 재능을 사회에 기부하며, 남의 장점을 탐색하는 일에 주력하고자 합니다. 또한 교전을 생명으로 알고 연마하며, 일원상서원문을 늘 봉독하며, 부처님 법을 믿은 공덕으로 부처가 된 사람이라는 일화를 남기고 싶습니다. 성불하십시오.

현역시절 못지않게 지금도 김순택 회장은 봉사단체에 나가는 곳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언제나 ‘바쁜 보살’님으로 통하고 있다. 봉사는 할머니의 말씀대로 버릇처럼 따라 다니고 있다. 그 끈을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놓을 수가 없다고 한다. 세상이 맑고 밝고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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