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날 특집 - 문명의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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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날 특집 - 문명의 고독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4.1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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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데니스 정 _ 미국교민, LA거주

 

LA한인들은 매우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고립되고, 마트에서는 음식과 화장지를 사재기하고 있다. 아직도 이것은 별로 큰 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의료진과 방역 당국은 최전선에서 코로나19의 확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인종 차별주의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고, 특히 아시아인들에 대한 조롱이 곳곳에서 번지고 있다. 심지어 이원론적 사고로 다른 문화를 비난하고 있으며, 유색인종은 앞으로 몇 달 동안 최악의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다. 모든 하늘 길이 막히고 나라와 나라간 이동이 금지되는 등 전에 본적 없는 폐쇄사회를 목격하고 있다.
실직과 경제적 위기는 이미 1930년대 대공황을 넘어서고 있다. 식료품점의 선반은 일주일 안에 다시 식품이 들어올지 알 수 없고,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 지출할 예비비가 없는 저소득층이 40%를 넘는다고 한다. 
이 불안함이 가져온 미국인들의 다양한 반응은 성경의 종말론까지 들먹이면서 말 그대로 정신적 경제적 패닉상태를 보이고 있다. 걱정과 두려움이 가득차면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진다. 문제는 이 코로나19의 끝을 알 수 없다는데 있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분주한 의학계의 노력이 보고되기는 하지만, 우리는 최악의 결과를 상상하고 재앙을 겁내며, 각종 음모설과 유언비어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잔잔히 생각해보면 두려움의 근거는 일종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가 코로나19의 실체를 모르고, 대항할 무기가 없다는 것에서 두려움이 확산된다. 
숲에서 길을 잃었을 때는 별빛과 나이테에 의지하게 된다. 현대사회가 정체불명의 새로운 적에 공격을 당한다면, 두려움에 떨기 보다는 멈추고 돌이켜 보는 고요한 분석이 필요하다.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일수록 인종차별과 극단적 분노만 표출하게 된다. 
숲에서 길을 잃었을 때 두려움과 불안에 떨면 생존확률이 떨어진다고 한다. 반대로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갖고 침착한 사람은 생존 확률이 높다고 한다. 우리가 코로나19로 인종차별이나 사회적 분노를 양산한다면 현대문명이라는 숲에서 길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인류의 집단지성은 그 품격을 유지할수록 빛을 발한다. 한국의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성숙한 대응을 지켜보면서, 사재기가 없고, 당국과 의료계의 발 빠른 대처와 전국민적 협조체계를 보면서, 오늘날 미국의 병폐에 대해 적지 않은 반성의 모습도 보인다. 세계 자본주의의 중심 미국에서 물질적 가치에 매진해온 우리가 인간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새겨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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