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
1. 이것은 참으로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이니 아라한께서 말씀하신 것을 이처럼 저는 들었습니다.
“비구들이여, 한 가지 법을 버려라. 나는 그대들에게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경지를 보증하노라. 무엇이 한 가지 법인가?
비구들이여, 자만이라는 한 가지 법을 버려라. 나는 그대들에게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경지를 보증하노라.”
이러한 뜻을 세존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2. 이 경에서 이것을 이렇게 ‘게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자만으로 자만한 중생들은
불행한 곳[惡處]으로 가나니
통찰력 가진 자들은 이러한 자만을
바른 구경의 지혜로 버리노라.
버리고 나서는 이 세상으로
결코 다시 되돌아오지 않느니라.”
이러한 뜻 또한 세존께서 말씀하셨으니 이처럼 저는 들었습니다.
【해설】
자만[慢]으로 옮긴 māna는 자신을 많이, 높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초기 경에 나타나는 거만(교만, atimāna)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겠다.
『상웃따 니까야』제5권「자만심 경」(S45:162)에서 자만은 ‘내가 뛰어나다(visesi, seyya)’는 자만심, ‘나와 동등하다(sama, sādisa)’라는 자만심, ‘내가 더 못하다(nihīna, hīna)’는 자만심으로 나타난다.
이 세 가지의 자만은『위방가』에서 아홉 가지의 자만으로 확장이 되고 있는데, 여기서는 지면 관계상 세 가지의 자만에 대해서만 설명하고자 한다.
무엇이 ‘내가 더 뛰어나다.’라는 자만이고, ‘나와 동등하다.’라는 자만인가? 여기 어떤 사람은 태생이나 족성이나 가문의 명성이나 아름다운 용모나 재산이나 학문이나 직업 분야나 기술 분야나 지식의 영역이나 배움이나 영감이나 그 이외 이런저런 근거에 의하여 ‘내가 뛰어나다.’라는 자만을 일으키거나, ‘나와 동등하다.’라는 자만을 일으킨다. 이런 형태의 자만, 자만함, 자만하는 상태, 우쭐함, 우월감, 깃발을 날림, 건방짐, 마음의 허영 등을 일러 ‘내가 뛰어나다.’라는 자만, 또는 ‘나와 동등하다.’라는 자만이라 한다.
무엇이 내가 못하다는 자만인가? 여기 어떤 사람은 태생이나 족성이나 가문의 명성이나 아름다운 용모나 재산이나 학문이나 직업 분야나 기술 분야나 지식의 영역이나 배움이나 영감이나 그 이외 이런저런 근거에 의하여 내가 더 못하다는 열등감을 일으킨다. 이런 형태의 열등감, 열등감을 가짐, 열등감을 가진 상태, 비하함, 매우 비하함, 매우 비하하는 상태, 자기 모멸, 자기 경멸, 자기 멸시 등을 일러 내가 더 못하다는 자만이라 한다.
여기서 보듯 열등감도『니까야』와 『아비담마』에서는 자만에 포함된다. 사견邪見이
내가 존재한다는 견해라면, 자만은 ‘나’라는 존재를 어떤 식으로든 남과 비교해서 평가하는 태도라 할 수 있다. 사견은 세속의 오온五蘊을 ‘아트만(자아)’이라 집착하고, 자만은 이 오온만을 ‘나’라고 인식한다. 이처럼 사견과 자만은 집착하여 인식하는 모습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서로가 함께 결합하지 못한다.
『청정도론ⅪV』에서는 자만의 특징은 오만함이라고 말한다. 거들먹거리고 의기양양하여 허파에 바람이 든 사람처럼 치솟아 고개를 치켜드는 게 특징이다. 자만의 역할은 건방짐이고, 그 나타남은 허영심이고, 그 가까운 원인은 사견과 결합되지 않은 탐욕이라고 말한다.
자만에 빠진 사람들은 열 가지의 족쇄 가운데 여덟 번째 자만의 매듭에 걸려 존재에 집착한다. 자만을 철저하게 알지 못하여 그들은 다시 태어남[再有]으로 온다.
세존께서는 자만을 최상의 지혜로 알고 철저하게 알고 여기에 대해서 마음이 탐욕으로부터 빛바래고 오염원을 제거하면 괴로움을 멸진할 수 있다고 천명한다.
이에 더하여, 이 세 가지의 자만심을 최상의 지혜로 알고, 철저하게 알고, 철저하게 멸진하기 위해서는 여덟 가지 구성요소를 가진 성스러운 도를 닦아야 한다고 강조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