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편지 - 미얀마에 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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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편지 - 미얀마에 빛을
  • 김정란(통역가, 재가불자)
  • 승인 2021.03.31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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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소식이 들려 올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 앉습니다. 총 앞에서 비폭력으로 맞서는 이들은 얼마나 두려울까요. 무차별 발포로 어린이, 소녀 할 것 없이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집안에 있던지, 도망가던지 닥치는대로 살상을 하는 군경은 이미 자신이 지켜야 할 국민을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무참한 살상 끝에는 정말 자유와 평등, 정의와 평화의 햇살이 비추게 될까요? 광주민주화운동, 제주4.3의 지난한 과정을 겪은 우리는 물론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할 것입니다. 
미얀마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운동 당시 불교계가 앞장을 섰습니다. 1906년 우 옥뜨마 스님의 지도로 청년불교도연맹이 결성되어 식민지 해방을 위한 민족의 구심점을 삼고, 1930년에는 사야 산 스님이 주도한 농민 총궐기로 3년 동안 1만여 명이 죽고, 8000여명이 체포되었습니다. 스님 또한 1937년 순교를 했습니다. 
1988년 민주화운동 당시 선봉에 섰던 전버마청년승려연합과 가장 큰 종파인 뚜담마파의 개혁지향적인 스님들로 조직된 청년승려연합이었습니다. 1990년 만달레이에서는 물론 샤프란 혁명으로 부르는 2007년 민주화 운동 당시 스님들은 시민들과 길거리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전통이 있는데, 왜 이리 오늘의 미얀마를 보면서 불안해 지는 것일까요? 
군대가 백성들의 민주화운동에 승복하지 않으면 이윽고 내전이 발발하고 어쩌면 스님들도 무장투쟁에 나설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어쩌면 가슴 아픈 일들은 이제부터 시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눈앞에서 죄 없는 시민들이 살해되는 것을 보면서 저항의 분노가 가라앉을 사람이 있을까요?  
광주민중항쟁 때, 우리도 정의롭고 힘 있는 국가들이 도와주기를 학수고대했습니다. 그러나 어떤 나라도 자국의 이익만 저울질하면서 아무도 돕지 않았습니다. 결국 스스로 쟁취하는 길밖에 없다는 것이 역사의 산 증거입니다. 
탐욕과 폭력으로 존재의의를 유지하는 군부로부터 미얀마의 피가 더 이상 뿌려지지 않도록 이제 세계도 진정 변할 수는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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