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천 김대규 화백의 제주불교 화첩기행 [19] - 계곡 물소리 청아한 정방동 정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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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천 김대규 화백의 제주불교 화첩기행 [19] - 계곡 물소리 청아한 정방동 정방사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03.3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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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동부로12번길19에 있는 정방사는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기 전에 서귀포시 상효동 선돌 인근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디지털서귀포문화대전에 따르면 고대 사찰 두타사가 있던 상효리 선돌 인근에 1930년 전남 장성 백양사 포교당 쌍계사가 창건되었는데, 교통사정이 열악해 신도들이 신행 생활에 많은 불편을 겪음에 따라 1938년 현재의 동홍천 하류로 이전하고 사찰명도 정방사로 변경하여 창건하였다고 한다. 정모시로 연결되는 하천의 맑은 물을 바라보기만 해도 방문객들의 마음까지 깨끗하게 해 준다.
임제(林悌)의『남명소승(南溟小乘)』(1578년)에 “정상에 도달하였다. 구덩이같이 함몰되어 못[백록담]이 되었고, 돌사닥다리로 둘러싸여 있었다. 상봉(上峯)을 따라 두타사(頭陀寺)로 내려왔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1702년 이전까지 두타사가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정방사는 과거칠불 가운데 제3불인 비사부불(毗舍浮佛)을 소장하고 있다. 문화재로 지정된 공식 명칭은 정방사 소장 석조여래좌상 및 복장유물 일괄[正房寺 所藏 石造如來坐像 및 腹臟遺物 一括] 이다. 석재는 경주옥돌(경주불석=경주 지역에서 채석되는 연질의 석재로 조각승들이 쉽게 다룰 수 있는 석재)이라고 하며 금색이 입혀져 있다. 높이는 61.5㎝, 전체 너비 44.5㎝, 어깨 너비 28㎝, 무릎 너비 42㎝이다. 불상 내부에서는 장방형 한지에 행서로 쓰인 발원문 1매, 황색 비단에 싸인 청동제 후령통(候鈴筒) 1조, 목판을 이용해 붉은 색으로 찍어 낸 다라니 51매 등의 복장유물이 나왔다. 종이의 상태는 엊그제 만든 것처럼 깨끗하다. 심지어 전문위원들의 심사과정에서도 종이가 너무 깨끗하여 옛날 것인지 아닌지 의심하였다고 한다. 후령통(중요한 내용이 담긴 통으로 인식하고 있음)은 아래쪽에 南자가 써 있고 종이로 붙인 곳에는 封이라고 써져 완전히 봉합된 채로 들어있어 아직까지도 개봉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발원문을 통해 이 불상은 조선 숙종28년(1702) 5월 20일에 전라남도 순천 동리산 대흥사라는 사찰에서 조성하였음을 알 수 있다. 옮겨진 시기는 미상이나, 정방사는 1932년 이전에 창건된 선돌의 쌍계사 혹은 두타사가 그 전신이었는데 통행에 어려움이 있어 지장샘 부근으로 옮겼다가 1935년 현재의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정방사라고 개명하였다고 하므로 쌍계사가 창건된 시기에 옮겨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七中三’이라고 명기돼 있고 존명 앞에도 ‘第三’이라고 강조한 것을 보면 과거7불중 하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인도나 티벳, 중국 등지에서는 과거칠불이 한 장소에 모셔진 예는 있으나 국내에서는 불화(佛畵)로만 조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고 불상으로 조각해 봉안한 예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불상으로도 조성되었다는 사실은 새롭게 알려진 것이다.
곽동석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에 따르면 불상의 얼굴은 사각형이고 둔탁해 보이나, 길고 날카로운 눈과 꽉 다문 작고 얇은 입의 형태에서 조선후기 불상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으며, 입가에 인자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게 특징이라고 한다. 불상의 목에서 등으로 이어지는 선이 약간 곡선을 이루고 있는 것과 무릎이 좁게 표현된 것도 조선후기 불상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17세기 불상 조각 양식을 계승한 18세기 초의 불상으로 절제미와 세련미, 유연함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한다.
불상의 법의는 양 어깨를 감싼 통견이며 옷 주름이 양 어깨에서 배까지 똑 같이 내려와 U자 모양을 이루고 있는데 이것도 조선후기의 유행이다. 수인은 양 손을 무릎 위에 올린 모습이며, 다리는 오른발이 위로 올라간 길상좌이다. 불상의 시선은 약간 아래를 응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혜일스님은 조선시대 억불정책에 대한 스님들의 의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불상은 2005년 10월 5일 제주특별자치도 유형 문화재 제23호로 지정되었다. 혜일스님은 조계종 백양사 소유로 되어 있는 정방사 부지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1997년 주지로 부임하면서 처음 이 불상을 뵈었을 때 ‘걱정하지 말아라’하고 말해주는 듯한 교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 후 여러 시주자들의 도움을 받아 백양사로부터 부지를 매입하여 지금은 태고종 소유가 되었다.
정방사에서는 불교문화대학을 신설하여 다도·요가·사찰 음식 등의 강좌를 통해 사찰이 불자만 가는 곳이라는 관념을 깨고 우리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 전환의 계기를 심어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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