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호 시인이 들려주는 내 마음을 젖게 하는 시 "보리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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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호 시인이 들려주는 내 마음을 젖게 하는 시 "보리고개"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04.0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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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고개
이 영 도 (1916~1976)

사흘 안 끓여도
솥이 하마 녹슬었나

보리 누름 철은
해도 어이 이리 긴고

감꽃만
줍던 아이가
몰래 솥을 열어 보네

이영도 시조시인은 경북 청도 출신이다. 시조시인 이호우의 여동생이다. 1946년「죽순」에 ‘제야’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해방 후 통영여중에서 청마 유치환 시인을 만나 사망할 때 까지 연인으로 지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 때 주고받은 엽서 5,000부의 일부가「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내라」 는 서간집을 발간하여 세간의 눈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고향 청도 비파강변에 오누이 시비가 서 있다. 지금도 청도군의 후원으로 이호우 · 이영도 오누이 시조문학상을 제정 수여하고 있다. 
이 시조는 춥고 배고팠던 시대의 아픔을 형상화하여 노래하고 있다. 보리 익기 전 춘궁기인 5~6월은 밥을 해 먹을 쌀(보리, 좁쌀 등)이 없었다. 심지어 초근목피로 배고픔을 달래기도 했다. 이런 보릿고개도 1960년대가 지나면서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근래 가수 진성이 보릿고개란 노래를 불러 나이 든 어른들의 어릴 적 눈물 나게 배고팠던 시절을 돌아보게 하고 있다. 사흘이나 쌀이 없어 밥을 못한 솥이 녹슬지 않았지만, 하루의 해가 길다고 한탄하고 있다. 배고파 감꽃을 주워 먹던 아이가 밥을 먹고 싶어 솥을 열어보는 아이의 모습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보리 익기 전 덜 익은 보리쌀로 밥을 해주던 부모님 생각에 울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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