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호 시인이 들려주는 내 마음을 젖게 하는 시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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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호 시인이 들려주는 내 마음을 젖게 하는 시 "비"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04.1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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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1902 ~ 1950)
돌에
그늘이 차고,
따로 몰리는
소소리 바람.
앞섰거니 하야
꼬리 치날리어 세우고,
종종 다리 까칠한
산(山)새 걸음걸이.
여울 지어
수척한 흰 물살,
갈갈이
손가락 펴고.
멎은 듯
새삼 돋는 빗낱
붉은 잎 잎
소란히 밟고 간다.

정지용은 충북 옥천 출생으로 고교 시절부터 시를 썼다. 1930년대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시문학』동인으로 김영랑과 함께 순수 서정시의 개척에 많은 노력을 했다. 주로 모더니즘 풍의 시를 써서 문단의 주목을 받았으며, 이 무렵에 발표한 작품으로 ‘향수’가 있다. 한국전쟁 후 월북, 그 곳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시는 비가 내리는 자연 현상을 섬세하고 감각적인 묘사로 형상화하고 있다. 즉 비 오기 직전부터 물줄기를 이루어 흐를 때까지의 과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하고 있다. 시적 화자의 감정이 배제된 체 오로지 자연 현상만을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최동호 교수는 ‘비’는 풍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사실 그 자체에 얽매이지 않고 시인 자신의 마음 세계도 새겨 넣은 시라는 색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기도 하다. 내리는 빗방울이 모여 여울이 되고 대해로 흘러가는 자연의 이치를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시다.

(오영호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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