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호 시인이 들려주는 내 마음을 젖게 하는 시 "사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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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호 시인이 들려주는 내 마음을 젖게 하는 시 "사랑은"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04.2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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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 김남주 (1946~1994)
겨울을 이기고 사랑은
봄을 기다릴 줄 안다
기다려 다시 사랑은
불모의 땅을 파헤쳐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리고
천년을 두고 오늘
봄의 언덕에
한그루 나무를 심을 줄 안다

사랑은
가을을 끝낸 들녘에 서서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 가질 줄 안다
너와 나와 우리가
한 별을 우러러 보며

시인 김남주는 전남 해남 출신으로 1974년『창작과 비평』으로 등단했다. 1979년 남민전 사건(1979년 대한민국 유신 말기 최대 공안 사건으로 논란은 있지만 민주화운동으로 기록됨)으로 복역 중 1988년 가석방으로 출옥하였다. 1980년대 민족문학의 기수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시를 읽으면 사랑의 남다른 느낌을 준다. 남녀 간의 절실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아니라 더 큰 사랑 즉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엿보인다. 즉 너와 나 우리가 함께할 사랑으로 다가온다. 그 사랑은 봄의 언덕에 한 그루 나무를 심고, 그 나무가 자라서 훗날 열린 사과를 나눠 가질 줄 아는 대아적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그것은 시적 화자가 갈구한 자유와 민주가 이 땅에 이루어질 것을 기원하는 뜻일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자유와 민주가 많이 성숙해졌다. 다만 그 자유와 민주의 단맛을 얼마나 즐기고 있는 지는 사람마다 다르리라 본다. 아무튼 자유와 민주를 위해 싸우다 간 분들의 미래를 위한 씨앗을 심은 일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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