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에세이 - 욕심 없는 마음을 욕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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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에세이 - 욕심 없는 마음을 욕심낸다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04.2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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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
유현

시공간이 스마트 기기 안에 한 점으로 표시되는 시대이다. 과학기술은 이제 나와 남 사이의 연결에서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며 우리네 삶의 근본 조건을 변화시키고 있다.
과학기술 자체가 크게는 감각적 욕망의 산물이다. 좀 더 편리하려는, 또는 쾌락을 쉽게 얻으려는 인간들의 욕망 때문에 여러 발명들이 이루어졌고, 그만큼 인간들의 삶을 더욱 눈코 뜰 새 없도록 만들고 있다. 
삶의 모습과 욕망 역시 새로운 기술에 맞추어 재편되고 있음이라. 현대인의 의식은 길거리에서든 대중교통 안에서든 다른 어느 곳의 누군가와 항상 연결되어 있다.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 통화, 메신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동 중에도 스마트 기기로 송출되는 화면을 통해서, 또는 인터넷 무료 전화로 가족과 친구와 지인들과 사이에 서로의 안부를 얼마든지 묻고 들을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이모티콘의 등장과 다양화는 단순히 메시지 전달을 넘어서 화자話者의 감정 상태를 꽤 유사한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 
길가의 카페나 대중교통 안에서 스마트 기기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는 젊은이의 모습은 그리 놀라운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관계를 통해 주고받는 모든 것들이 풍요로워졌는지 묻는다면, 나는 쉽게 동의하고 싶지 않다.
눈으로 형상을 봄에 있어, 귀로 소리를 들음에 있어 좋아하고 마음에 들어 하고 사랑스러워 하고 달콤해하고 매혹적인 것에는 욕심을 부리고, 낯설고 싫어하는 것에는 분노하는 것이 그들의 즉물적卽物的 심리이기 때문이다. 
현대인의 의식은 지금 · 여기(here and now)가 아닌 다른 어떤 곳을 향해 있고, 모든 조건은 구비돼 있다. 아날로그(analogue)로 이루어진 세상이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의 도래와 함께 디지털(digital)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파스칼이 말한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가 아니라 물질문명의 노예 상태로 빠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들의 세상은 욕계欲界이다. 눈과 귀와 코와 혀와 몸의 다섯 감관을 통해 바깥 물질세계를 인식하고, 또 마음으로 내 안의 물심物心현상을 인식한다.
여섯 감관이 대상과 부딪치면 여섯 가지 느낌이 일어남과 동시에 마음에 드는 형상, 소리, 냄새, 맛 등에 대해서는 탐욕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성냄을, 관심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어리석음을 드러낸다. 
부처님은 “인간에게 눈眼은 바다요, 그것의 흐름은 형색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천명하셨다. 지당한 말씀이다. 즐겁고 달콤한 느낌이 찾아오면 순식간에 빠져들면서 거기에 중독증을 일으켜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을 수 없다.  
  노자老子는 지나치게 색깔을 즐기다보면 결국 시각 장애를, 음률의 즐거움을 추구하다보면 청각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무욕無慾의 삶을 강조했다. 
싫은 대상을 혐오하여 끊임없이 회피하고, 좋은 대상에 끊임없이 매달린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고 상실에 대한 두려움과 허탈감으로 괴로움을 재생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께서 법정 스님이 쓴 <무소유>의 책을 읽고 “이 책이 아무리 무소유를 말해도 이 책만큼은 소유하고 싶다.”고 말한 것처럼 욕심 없음을 욕심내면서[欲不慾] 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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