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하스님의 법구경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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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하스님의 법구경 (151)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05.0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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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화려한 왕의 수레도 닳아 없어지고
이 몸도 그와 같이 늙어버리지만
선한 이의 가르침은 시들지 않는다.
선한 사람들끼리 진리를 말하므로.
- 말리까 왕비 이야기 -

부처님께서 사위성의 기원정사에 머물고 계실 때 코살라국의 파사익왕의 부인인 말리까와 관련된 게송을 들려주시다.

어느 때, 말리까는 욕실에 들어가 얼굴을 씻고, 다리를 씻었다. 그런데 애완견이 들어와 그녀가 몸을 구부리고 서 있는 것을 보고 부정을 행했는데 그녀는 그 접촉을 허용했다. 왕은 자신의 방 창을 통해 그 모든 해괴한 일들을 보았다. 
왕비가 방으로 들어오자 왕은 성내며 “이 천한 여인이여, 욕실에서 개와 무슨 짓을 한 것이요? 거짓말 하지 마시오. 내가 다 보았소.” 
말리까는 단지 얼굴·손·발만을 씻었을 뿐 그 어떤 부정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는 “그런데 목욕탕이 참 이상합니다. 그 누구라도 욕실에 들어가면 창문을 통해 그곳을 보면 영상이 이중으로 보입니다. 만약 믿지 못하겠으면 왕께서 직접 들어가 보십시오. 제가 이 창을 통해 보겠습니다.”
그러자 왕은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그가 나오자 말리까는 왜 암염소와 이상한 짓을 했느냐고 물었다. 왕은 그런 사실을 부정했지만 왕비는 자신의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고 우겨댔다. 왕은 이상했지만 어리석은 마음으로 왕비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때부터 왕비는 왕에게 암염소와 부정한 짓을 했다고 누명을 씌우고 거짓말 한 것에 큰 가책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지내다 죽음을 앞두고 말리까는 자신이 왕과 행한 많은 선행은 잊고 자신이 지은 잘못만을 기억했기에 죽자마자 바로 미라야(아비지옥)에 떨어졌다. 
장례식이 끝나고 왕은 부처님께 말리까가 어디에 태어났는지 여쭈어보고 싶어했다. 
부처님께서는 그의 슬픔과 그리움의 마음을 존중하고 또 그의 신심을 잃지 않게 해주려고 했다. 해서 신통력으로 그가 다른 생각을 하게 하셨다. 그렇게 왕은 부처님께 왕비에 대해 여쭙는 것을 잊고 돌아갔다. 
한편 말리까 왕비는 지옥에서 7일을 보낸 뒤 도솔천에 태어났다. 
그날, 부처님께서는 궁전으로 탁발을 나가시어 왕에게 왕궁의 수레를 보관하는 창고 그늘에서 잠시 쉬겠노라고 하셨다. 부처님의 공양이 끝나고 왕은 왕비가 어디에 태어났는지를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말리까는 도솔천에 태어났다.”고 하시자 왕은 몹시 기뻐하며 “부처님 그녀가 다른 어느 곳에 태어나겠습니까. 그녀는 언제나 선행만을 생각하고 부처님께 다음날 어떤 공양을 올릴지 만을 궁리했습니다. 부처님 이제 그녀는 떠났습니다. 저는 부처님의 변변찮은 제자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라고 했다. 
부처님께서는 왕에게 “당신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타던 이 수레를 보시오. 세월이 지나며 모두 낡고 쓸 수 없게 되었소. 당신의 몸도 마찬가지로 늙고 죽어가오. 오직 진리만이 늙지도, 죽지도 않는 것이요.”라고 하시며 게송을 들려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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