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여래의 실상은‘영화된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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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여래의 실상은‘영화된 물’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05.12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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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사학의 대가 강우방 선생의“불교미술 - 영기화생론의 세계”를 새롭게 연재합니다. 강우방 선생은, 인류가 진리의 이르는 길을 위한 사유체계가‘문자언어’에 의한 것과‘조형언어’에 의한 것으로 이어져 내려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궁극의 진리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 인류는 수 만 년을 조형언어를 통해 인류의 상징체계를 확립해 왔다고 강조하면서, 평생의 미술사학 연구를 통해 홀연히 깨달은 영기화생론의 체득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에 진리에 이르는 핵심 진리로서의‘조형언어’의 세계를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 편집자
강우방 세계조형사상연구원장1941년 만주 안동(단동)에서 태어나 서울대 독문과, 고고인류학과를 수학하고 교토와 도쿄 국립박물관에서 동양미술사 연수 및 미국 하버드대학교 미술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그 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 국립경주박물관장 및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교직에서 물러난 후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을 설립해 세계조형예술의 비밀을 풀어가고 있으며, ‘영기화생론’을 정립해 조형언어를 통한 진리의 경지에 이른 후 그 연구 성과를 후학들에게 전하고 있다. 주요 저술로 ‘민화’, ‘한국미술의 탄생’, ‘수월관음의 탄생’, ‘원융과 조화-한국고대조각사의 원리1’, ‘법공과 장엄-한국고대조각사의 원리2’, ‘한국불교조각의 흐름’, ‘감로탱(공저)’, ‘미의 순례(에세이집)’, ‘미술과 역사 사이에서’, ‘한국미술, 그 분출하는 생명력’, ‘어느 미술사가의 편지’ 등이 있다.
강우방 세계조형사상연구원장1941년 만주 안동(단동)에서 태어나 서울대 독문과, 고고인류학과를 수학하고 교토와 도쿄 국립박물관에서 동양미술사 연수 및 미국 하버드대학교 미술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그 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 국립경주박물관장 및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교직에서 물러난 후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을 설립해 세계조형예술의 비밀을 풀어가고 있으며, ‘영기화생론’을 정립해 조형언어를 통한 진리의 경지에 이른 후 그 연구 성과를 후학들에게 전하고 있다. 주요 저술로 ‘민화’, ‘한국미술의 탄생’, ‘수월관음의 탄생’, ‘원융과 조화-한국고대조각사의 원리1’, ‘법공과 장엄-한국고대조각사의 원리2’, ‘한국불교조각의 흐름’, ‘감로탱(공저)’, ‘미의 순례(에세이집)’, ‘미술과 역사 사이에서’, ‘한국미술, 그 분출하는 생명력’, ‘어느 미술사가의 편지’ 등이 있다.

간다라 지역은 그리스계, 북방계, 이란계 등 여러 정복 국가가 멸망하였지만, 인더스 강과 갠지스강 유역은 하라파와 모헨죠다로 고대 인도 문명의 발상지였으며, 최초의 통일국가인 마우리아 왕조가 지배했던 지역이요, 따라서 그 지역은 인도의 땅이며, 인도 문화권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스가 간다라 지방을 직접적인 식민지로 삼은 적은 없고, 인도-빅토리아와 스키다이(샤카족)가 침입하는 등, 극히 혼란된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다가 쿠샨 왕조가 통일하게 되지만 인도 남쪽 사타바하나왕조는 정벌하지 못했다. 
간다라 여래상을 아폴로 신상으로 원류로 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인도의 땅이므로 불상을 만들었을 때는 불교에 대한 깊은 이해가 따라야 했으며, 따라서 처음에 어떻게 불상을 만들지에 대한 고뇌가 많았을 것이다. 그리고 지배자들도 이미 인도의 예술과 사상에 상당히 적응했을 것이다. 불상을 만든다는 것은 싯다르타 태자는 상상도 할 수 없었으며, 그의 유언에서 말한 ‘나에게 의지하지 말라’는 것도 불상 제작과는 관계가 없다. 불상제작 금기(禁忌)도 문제다. 불상이 나타나기 전의 불교 조각에는 여래가 있을 자리에 보리수, 발자국, 꽃들, 기둥, 챠크라[챠크라는 잘못된 용어다. 고대부터 그렇게 말해 왔지만, 차륜이 아니고 ‘무량보주’임을 앞으로 증명할 것이다.]등은 상징이라고 지나치지만, 실은 여래의 본질을 집약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이들 상징을 올바로 파악하지 않으면 불상의 해석도 올바로 못한다. 
금기한 것이 아니라 불교 정신에 맞는 예배 대상을 우상 숭배가 아닌 상으로 만들려는 무한한 고심과 배려를 찾아 볼 수 있었다. 그러므로 그리스-로마 조각상과 거의 비슷한 작품들은 이웃의 셀레우코스 그리스 식민지의 그리스 장인이나 그 후예들을 초청하여 만든 것이고, 불상 조각은 그들이 만든 것이 절대로 아니다. 이점을 우리는 지나쳤던 것이다. 
셀레우코스 제국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영토 가운데

간다라 붓다 입상. 쿠샨왕조 시기, Loriyan Tangai 출토. 1~3세기. Indian Museum.
간다라 붓다 입상. 쿠샨왕조 시기, Loriyan Tangai 출토. 1~3세기. Indian Museum.

헬레니즘의 계승국이다. 제국의 최대 영토는 아나톨리아 중부와 레반트, 메소포타미아, 페르시아, 투르크메니스탄, 파미르, 인더스 계곡을 포함한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계승국 중에서 가장 영토가 넓었다. 셀레우코스 왕조에는 기원전 323년부터 기원전 60년까지 30명의 왕이 있었다. 이 통치기 동안 지배계층은 헬레니즘 문화와 풍습을 잘 계승하여 셀레우코스 제국을 헬레니즘 문화의 중심지로 꽃피웠다. 그러나 간다라 지방은 그리스 식민지 변방이어서 간다라 독특한 조형 예술이 정립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여래의 실상>이다. 역사 상 처음 만든 석가여래 조각상은 현실에서 태어나 정각을 이룬 역사적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실적 경향을 지닌 인간들은 석가모니여래가 역사적 인간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은 불교의 본질에 어둡다. 불교 사상은 깊고 넓다. 석가여래의 존재는 시대에 따라 그 개념이 변하기 때문이다. 나라마다 민족마다 시대마다 달라지며 풍부해지는데 팔만대장경이 그 진실을 웅변하고 있다. 석가여래의 실상이 영화된 물[영수靈水]임을 파악하고 놀란 적이 있다. 물은 만물 생성의 근원이므로 모든 조형 예술의 조형뿐만 아니라 조형 예술 장르 모두도 물에서 화생한다는 진실을 인류가 이룩해온 건축, 조각, 회화, 공예, 복식을 깊이 연구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그러므로 물과 조형 예술은 뗄 수 없는 한 몸일 뿐 아니라 일체의 조형은 물에서 생긴 것임을 알게 되었다. 길고 긴 인식의 단계를 거쳐 이른 결론이다. 
그래서 물이 가득 찬 보주로 여래로 표현하고 여래로부터 뻗쳐 나오는 기운은 영수(靈水)다. 그것을 큰 보주라는 여래의 얼굴에서부터 무량한 보주가 생기는 것으로 표현해 왔다. 그리고 여래 조각상은 그런 근원자의 모습이므로, 그 이전 인류가 수 천 년 동안 만들어온 신상의 본질을 파악해야 여래 조각상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메소포타미아 그리고 마우리아 시대와 슝가시대의 신상들, 여신이건 남신이건 모든 신상의 표현양식은 같다. 예수가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했듯이, 모든 신이나 위대한 인간은 같은 속성을 취하여 왕들도 같은 양식으로 표현되어 왔음을 알았다. 그러므로 성당이나 법당이나 모스크의 건축 안팎에는 ‘길=진리=생명’의 조형적 표현으로 가득 차 있으므로 조형예술을 통하여 각 시대의 사상도 파악할 수 있다. 그저 물이 아닌 영화된 물[영수(靈水)]은 신성하므로 구석기시대 이래의 인류의 모든 신은 같은 속성을 띠고 있어서 흥미로운 조형이 많다. 이런 논의는 따로 논문으로 쓰기로 하고 바로 불상으로 들어가 살펴보고자 한다. 
석가모니여래를 처음 만들 때, 간다라 지방과 마투라 지방의 사람들은 그 여래의 조형 정신을 올바로 알고 있었으므로 석가여래의 유지를 그대로 받들어 인간의 형상으로 보이지만 불상을 창조했으므로 그러한 조형 정신은 필자가 파악하여 이 논문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 조형 정신에 관한 키워드들을 열 개 정도 찾아내어 불상을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해석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서술은 너무 방대하므로 이 글에서는 가장 중요한 육계만을 다루려 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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