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주불교가 만난 사람 - 문영택 사)질토래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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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주불교가 만난 사람 - 문영택 사)질토래비 이사장
  • 김익수 주필·대기자
  • 승인 2023.07.26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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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곳곳을 답사하며 역사문화자원 발굴- ‘제주역사문화의 길을 열다’

▲ 안녕하십니까. 지난달에는 큰 행사를 가지셨죠? 
△ 예. 사)질토래비 창립5주년 기념식과 질토래비 총서 창간호 출판기념회를 국립제주박물관 대강당에서 가졌습니다. 5년 전 ‘돌하르방에게 길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세미나를 열고, 또한 ‘동성·돌하르방 길’을 개장하면서 도민들에게 첫 인사를 드렸는데, 벌써 5주년이랍니다. 그동안 사)질토래비에서는 지역 모 일간지에 ‘질토래비 제주역사문화의 길을 열다.’라는 제목으로 180회 이상을 연재해오고 있답니다. 연재한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5주년 기념식에서 ‘질토래비 총서 창간호’ 발간식도 가졌답니다. 총서는 집대성한 책의 대명사인 만큼 앞으로도 매년 1권씩 발간하여 5권 정도의 총서를 발간할 계획입니다. 

▲ 질토래비 하면 조금은 생소하게 다가오는 느낌인데요? 의미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지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
△ 질토래비 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제주 도처에서 쓰이던 말입니다. 지상과 지하, 이승과 저승에서 길 트는 사람 즉 길 안내자의 의미로 쓰이던 말입니다. 무당인 심방들은 이승에서 돌아가신 사람을 염라대왕에게 안내하는 저승차사를 질토래비라 하여 오래전부터 굿에서 사용해온 말입니다. 이에 반해 지상인 이승에서는 아마 사삼을 분기점으로 하여 사라진 단어가 되어 버렸습니다. 언어 역시 사람과 마찬가지로 생로병사를 하는 데 대표적인 언어가 바로 질토래비 일 것입니다. 다시 부활하고 있는 질토래비는 길 안내자와 함께 길 개척자의 뜻도 내포하고 있다 여겨집니다. 제주의 역사문화를 널리 알리고 공유하여 제주의 가치를 도민과 같이 나누려는 사단법인을 5년 전 창립하면서 법인의 이름으로 고른 것이 바로 질토래비입니다. 변화의 시대인 만치 이제 다시 태어난 지상의 질토래비는 제주의 역사문화를 도민과 제주를 찾는 이들에게 안내하는 안내자와 더불어 숨겨진 보물을 찾듯 제주 도처의 역사문화 깃든 길을 내는 개척의 의미로도 사용되어 질 것입니다. 

▲ 아, 그런 의미를 담고 있었군요. 사)질토래비는 활동을 하기 시작하게 된 배경과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되었는지, 회원 구성은 ?
△ 저는 교직생활중인 1997년 수필가로 등단하여 글 읽기와 글쓰기를 일상화하고 있는 편입니다. 그리고 40여 년의 교직생활을 마감하며 저가 일구어낸 것 중 하나가 ‘탐라로 떠나는 역사문화 기행’이라는 책입니다. 제주의 역사문화를 다룬 수필집(P:475)인 이 책이, 2017년 세종도서로 선정된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행운이 제게 찾아왔는데, 이 책을 읽고 저게 찾아온 젊은이들과 함께 만든 단체명이 바로 사단법인 질토래비입니다. 그동안 사)질토래비에서는 1910년 일제의 ‘읍성철폐령’ 이후 방황하는 돌하르방의 제자리 찾기 운동, 천년 도읍지 제주시 원도심의 동성·돌하르방 길과 탐라·고을·병담 길 등 역사문화 깃든 길 개장 및 관련 안내서 발간, 특히 모 지방지에 제주역사문화 관련하여 매주 수요일 연재한 것이 180회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등록된 책 발간은 이 번이 처음으로, 5주년인 2023년 올해를 기점으로 하여 해마다 회원 및 독자 제현들의 성원에 힘입어 제주역사문화 관련 도서발간 사업도 새롭게 추진하려 이번에 질토래비 총서 창간호(510쪽)를 발간하게 된 것입니다. 저희들 회원은 탈퇴가 아주 자유롭습니다. 전국적인 일반회원이 350여명이고, 고문님이 6명, 이사진들이 40여 명에 이릅니다. 

▲ 기관으로부터 지원도 받지 않으면서 활동을 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운영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 예. 정부의 보조금 지원 없이 사단법인을 운영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그러나 도민의 격려와 후원 그리고 봉사하려는 마음이 어우러지면 더 큰 일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한 의지와 믿음으로 고문·이사·회원 여러분들의 후원금으로 경비에 관해 큰 걱정 없이 운영해나가고 있습니다. 

▲ 교육에 평생을 받쳐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재직 시에 특별한 기억, 어려움과 보람이라면?
△ 2022년 겪은 이태원 참사는 8년 전의 세월호 비극을 회상케 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해상사고 중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1970년의 남영호 참사 또한 기억해야 합니다. 이러한 국가적 참사가 왜 반복되어야 하는지 생각하면 참담하지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저는 재직학교(한림공고) 전체 학생들과 함께 노란 리본을 달고, 제주역사문화가 깃든 새별오름에서 학교까지 아픔을 새기며 아름다운 그곳 경치를 바라보며 걷고 또 걸었답니다. 한림읍의 옛 지명이름이 붙은 ‘한수풀 역사 순례길’은 그 후 학교의 연례행사가 되었답니다. 오늘 내가 걷는 이 길이 내일 우리 후손들이 걸을 길로 이어질 것이기에 그 길은 소중한 길이 되어야 하겠지요. 그 길이 바로 제주의 역사문화가 깃든 길이기에, 그 길을 닦으려 더불어 개척하고 단장하려 한답니다.

▲ 이사장님은 교육계에서 정년퇴임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퇴직 후 제2의 인생계획이라면? 
△ 바람이 있다면 교육계의 원로, 사회의 원로로 몸가짐을 바로 하려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도 제주도 도처를 발로 걸으면서 비경과 비사를 찾아보려 합니다. 그러려면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걸어야 하겠지요. 

▲ 한 생애를 살아가면서 간직하고 있는 좌우명이라 할까. 어떤 말씀을 주시겠습니까?
△ 지금의 저의 좌우명은 ‘하영 읽고 쓰고 걷는 거’입니다. 읽지 않으면 자기만의 생각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또한 쓰기를 통해 자신과의 만남, 성찰의 시간도 갖게 될 겁니다. 그리고 걸어야 보입디다. 가까운 거리는 물론이고 먼 거리도 걷다보면 깨치며 이르게 됩디다. 걷는 게 최고의 보약이라는 생각으로 걷고 또 걸으렵니다. 

▲ 불심과 인연이 있으시다면?
△ 저는 제주의 역사문화에서 종교를 구하려 하고 있습니다. 저는 집안에 자그마한 할망당을 마련하여 할머니에게 인사하듯 그렇게 대하고 있습니다. 저의 처와 양가 어머님과 형제자매들은 불교에 귀의하고 있습니다. 

▲ 앞으로 사)질토래비가 나아갈 방향과 목표는?
△ 사면의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는 다양한 역사적인 배경을 지니고 있는 역사문화의 보고입니다. 아픔의 역사를 승화시켜 상생과 평화 그리고 인권이 살아 숨 쉬는 제주를 사)질토래비 역시 가꾸어가려 합니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한 지역을 살아가는 삶의 모습은 세대가 바뀌고, 환경이 변함에 따라 그 모습 역시 달라지겠지요. 이러한 흐름을 선도하기 위해 본회는 제주의 고유문화와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유의미한 연구개발과 홍보와 관련된 사업들을 찾아 나설 것입니다. 아울러 제주 문화유산인 돌하르방과 관련된 학술 및 문화콘텐츠 개발을 통한 제주 문화의 보전과 활성화를 꾀하고자 합니다. 특히 본회는 제주 구석구석의 걷는 길과 지역문화 그리고 인문자원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그에 걸맞은 가치를 찾아내 발전시키고 보전하는 활동을 통해 지역공동체를 포함한 국가 및 인류 사회 발전에 기여해 나가고자 합니다. 

▲ 오늘 바쁘신 가운데도 대담에 이렇게 시간을 할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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