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시] 제주불교신문 창간 34주년에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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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시] 제주불교신문 창간 34주년에 즈음하여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3.09.07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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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행 길
 

시인 김용길

부처님
산 위 구름들이 흘러갑니다
삿갓 눌러 쓴 선인들이 있어
천상 오를 듯
빈 하늘 너머 훌훌 떠나갑니다

부처님
구름들처럼 바람 따라
오늘의 세월도 흘러갑니다
사방팔방 인연구분 없이
모였다 흩어지고
저 공천空天
빈 하늘 덮듯이 흘러갑니다

부처님
무상한 것은 구름같은
세월만은 아닐터
지날수록 변모의 자리에
마음의 흔적이 깊게 패이고
새로운 동행길에
발자취를 남기는 일입니다

부처님
물 건너오는 섬 여기 제주도
저 옛적 <탐몰라주 耽沒羅洲>를 찾아온
부처님의 제자 <발타라> 존자님
동행길 따라 오백라한 거느리고
아흔아홉골 팔만사천의 숲그늘
삼백예순 오름들마다
불법 봉오리 하나씩 맺혀놓듯이

부처님 발굽 아래
우리 모여 앉았습니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불법 정론 기치를 내걸자“고
부처님 법을 받들어
정토의 섬 여기 제주도부터
불교문화의 뿌리를 내리자고
필봉의 뜻을 시작한 지 서른네해!

부처님
때로는 동행길이 어둠에 붇혀도
파탄의 골목길을 피해
멸시와 편견 질타의 건널목에서도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정신으로 
걸어왔습니다

부처님
이제 또 새로운 각오로
서른네 해를 맞아 옷깃을 여미고
신발을 털며 걸어갈 것입니다
다시 한번 마음을 다지고
제주불교의 중흥을 위하여
정도正道의 동행길을
힘차게 내딛을 것입니다

부처님의 크고 넓으신 자비와 지혜의 원력으로
우리 지역 불교의 포교지로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지켜주시옵소서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불기 2567년 9월

 

지은이 김용길 시인은 서귀포 출신으로
대학교 재학때(1966년) 「시문학」추천,
「문학춘추」문학상 당선으로 등단
시집으로 『빛과 바람의 올레』외 다수
제주도문화상, 한국시학상 등을 수상
서귀포불교 정토거사림 회장 등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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