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리산방의 엽서(25) - 출리심(出離心) 공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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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리산방의 엽서(25) - 출리심(出離心) 공덕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3.09.14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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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인 항산 김승석

인간은 욕계 세상(kāma-loka)의 존재입니다. 「담마상가니 주석서」에 따르면 감각적 쾌락이 여기서 자주 일어난다고 해서 욕계欲界라고 합니다.
초기불전의 여러 곳에서 ‘다섯 가닥의 감각적 쾌락’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눈으로 인식되는 형색들, 귀로 인식되는 소리들, 코로 인식되는 냄새들, 혀로 인식되는 맛들, 몸으로 인식되는 감촉들이 있으니 원하고 좋아하고 마음에 들고 사랑스럽고 매혹적인 것들이다.”라고.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중생 교화에 나선 지 2,600여 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욕계 세상은 탐욕과 성냄으로 불타고 있습니다. 그 옛날 세존께서는 가야(Gayā)에서 조석으로 불(aggi)을 섬기던 가섭 삼형제와 그 제자들 1000명의 비구들에게 12처(六根, 六境)가 불타오르고 있다는 설법을 하시고 그들을 해탈의 문으로 인도하셨습니다. 
부처님의 성도 후 세 번째 설법인 「불타오름 경」(S35:28)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일체(12처)가 불타오르고 있다. 눈은 불타오르고 있다. 형색은 불타오르고 있다. 눈의 알음알이는 불타오르고 있다. 눈의 감각접촉(근-경-식)을 조건으로 하여 일어나는 느낌도 불타오르고 있다. … 그러면 무엇에 의해서 불타오르고 있는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불타오르고 있다. 생로병사와 우비고뇌로 불타오르고 있다.” 
『법화경』 <3.비유품>에서 다섯 가닥의 쾌락을 탐내고 애착하면 불에 타는 것과 같으니, 이 화택火宅에서 뛰쳐나오라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감각적 쾌락을 추구하여 얻는 기쁨과 즐거움보다는 오히려 재난이 더 크므로 불자들은 세상과 남에 대해서 항상 바른 생각[正思惟]을 지니고 실행해야 금생의 행복을 넘어 궁극적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설법입니다. 
정사유는 여덟 가지의 구성요소를 가진 성스러운 도[八支聖道 : 팔정도]의 두 번째 도입니다. 바른 사유는 욕망에서 벗어난다는 뜻을 가진 출리에 대한 사유(nekkhamma-saňkappa), 사무량심四無量心을 뜻하는 악의 없음 및 해코지 않음에 대한 사유로 정의되고 있습니다. 쉽게 표현하면 탐욕과 성냄을 내려놓는 도 닦음을 하라는 말입니다. 

저 역시 불타는 집에서 탈출해야겠다는 출리심을 일으키고 2006년 가을 나 홀로 수행 공간(토굴)을 만들고 ‘출리산방’으로 작명하였습니다. 주로 호흡명상을 통해 지관止觀 수행의 기초를 다지는 과정에서 때로는 탐욕과 성냄이 제 마음을 사로잡아 버려서 매우 당황하거나 수행의 진보가 더디어서 한계에 봉착한 경우가 더러 있었습니다. 
망팔望八을 앞두고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서 두려움과 절박감에 사로잡혔습니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雨後地實)."는 속담처럼 생사유전의 인과법, 즉 집성제와 고성제를 설명한 12연기를 주의 깊게 통찰하면서 출리심을 더욱 더 다지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은 축생들과 달리 지혜를 가진 존재입니다. 그 지혜로 인해 자기선택과 자기결정이 가능하게 됩니다. 그런데 어리석은 이들은 그 지혜의 빛을 찾지 않고 감각적 쾌락에 몰입하고 있습니다. 현대의 상업 방송매체들은 연예와 오락과 ‘먹방’ 프로그램을 과도하게 편성하여 쾌락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인간 스스로 팔정도 수행에 의해 10가지 족쇄(번뇌)를 끊을 수 있고, 금생에 최소한 세 가지 족쇄를 끊으면 일곱 생 만에 해탈, 열반을 실현할 수 있다.”고 설하였음에도 즐김에 빠져 출리심을 내지 않습니다. 

인간은 다른 어떤 중생들보다도 유익함[善]과 해로움[不善]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지혜를 갖고 있으므로 부처님의 경지까지 도달할 수 있으며 부모를 살해하는 극악한 짓도 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지금·여기에 고통과 즐거움이 섞여 현존함을 보고 알지만 이런 법들이 조건 지어지고 형성된 것이기에 무상하고, 무상하기 때문에 괴로움이요, 그러므로 어느 것도 자아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空性]는 앎과 봄[法眼]을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출리심은 세속적 욕망에서 벗어나려는 마음이요, 도를 닦겠다는 마음이요, 돈과 명예와 감각적인 즐거움을 향한 마음을 돌이켜 출세간의 길을 가겠다는 마음입니다. 출리심이 있으면 수행자가 됩니다.
『청정도론』의 저자인 붓다고사 스님은 『대념처경』(D22)을 설명하면서 “도를 닦는 자는 누구나 비구라고 이름 한다. … 도를 닦는 자는 신이든 인간이든 모두 비구라는 명칭을 가지게 된다.”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티베트 불교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 세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보리심, 출리심, 공성입니다. 보리심은 모든 존재들에 대한 자비의 마음으로 보리심이 있어야 출리심이 있고, 출리심이 있는 자는 깨달음의 마음, 즉 공성을 본다는 말입니다. 보리심이 없는데 욕망에서 벗어나려는 출리심이 일어날 리가 없고,  출리심이 없는데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을 할 리가 없다는 점에서 이 셋은 함께 하는 수행의 세 가지 뼈대입니다.
재가 불자들도 진정 부처님의 제자라고 여긴다면 이 세 가지 요소를 갖추어야 합니다. 출리심이 부족하면, 세속적인 관심에 자꾸만 사로잡혀 해탈을 성취할 수 있는 길과는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내 자신이 쌓은 선업의 크기에 상관 없이 세간의 욕망과 집착이 함께한다면 윤회의 사슬을 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출리심은 어떻게 계발해야 할까요? 사리불(사리뿟따)의 법문에 그 해답이 있습니다. 아나타삔디까(급고독) 장자가 중병에 걸려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자 사리불을 청하였고 사리불은 문병을 가서 그에게 가르침을 베풉니다. 
“나는 육내처(육근)를 취착하지 않으리라. 그러면 나의 알음알이는 육내처에 의지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공부 지을 것을 먼저 가르치셨습니다. 사리불의 설법을 들은 장자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무너져 죽은 후에 도솔천에 몸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가 「아나타삔디까를 교계한 경」(M143)에 나옵니다. 앞에서 본 「불타오름 경」에서 가섭 삼형제와 1000명의 비구가 12처의 설법을 듣고 6내외처의 무상·고·무아를 통찰하여 염오, 이욕의 마음을 일으켰듯이 급고독 장자도 같은 길을 걸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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