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 내면의 평화를 찾아가는 ‘걷기’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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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 내면의 평화를 찾아가는 ‘걷기’ 명상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4.03.07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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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윤희(시인)   

미디어가 발달한 현대 사회는 지나치게 많은 우울한 소식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걱정에 찌들고 조급해하고 내일에 대한 걱정에 오늘을 담보 삼아 불만스러운 삶을 영위하고 있다. 
걷기는 이런 삶에 내리는 처방이다. 약을 짓는 것과 같은 기대감과 목적을 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피로감이 쌓일수록 약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봄날 즐거운 마음으로 언덕 너머로 산책하기. 추운 겨울 날씨에 밖으로 나가보기.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마치 불이 이는 것 같고, 순수하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걸을수록 힘과 기쁨이 넘쳐나는 듯하고, 길가나 들판, 숲속 풍경들이 세상의 그 어떤 예술품이나 그림보다 내 마음을 더 즐겁게 해주는 그런 새로운 공간으로 가보기, 이런 희열감이나 탁 트인 길을 걸을 때 느끼는 즐거움에 대해 현대인들은 잘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된다.  
일전에 우리나라에 틱낫한 스님이 방문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 서울시청앞 광장에서는 수만명이 운집해 말없이 스님을 따라 걷기명상을 하는 집단 퍼포먼스가 전개됐다. 그때 그 명상법은 간단했다. 사회자는 스님의 요청에 따라 다음과 같이 멘트를 보냈다. 

먼저 발을 들어 올려 숨을 들이쉬십시오. 
그리고 발을 앞으로 내어 놓습니다. 
먼저 발꿈치가 땅에 닿고 그 다음에 
발가락을 닿습니다. 숨을 내쉽니다. 
발을 단단히 땅에 닿았음을 느껴봅니다. 
나는 이미 도착했습니다.

이러한 걷기 명상은 지나치게 걱정이 많은 현대인들에게 미래의 불안에 집착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지금 여기, 현재에 집중하는 것을 도와준다. 걸음마다 ‘지금 여기’에 도착하는 것은 마치 나의 주의를 숨으로, 걸음으로 되돌려 마치 잠에서 깨어난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 그렇게 하면 미래에 집중하느라 오늘을 제대로 살지 못하는 스스로의 모습에 반성과 평온이 찾아오게 되는 것이다. 인도의 시인 타고르는 걷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예찬했다. 

걷는 행위 안에서는 내가 속해 있는 
모든 곳에서 요구하는 것을 다 내려 놓는다. 
더이상 긴장상태로 돌아가는 기계도 아니다. 
하루하루가 온전히 다 내 것이고, 
시공간의 모든 족쇄에서 벗어나 
유쾌한 기분에 이런저런 사색에 잠겨 
들판을 거닌다. 고개 숙인 채 걷다 보면, 
땅과 하늘과 강이 서서히 저녁 기운으로 
물들고 나 역시 이들을 따라 걷는다.

이러한 잔잔한 관조로 한 걸음 한 걸음마다 그렇게 나의 내면에 평화를 창조하면 다른 사람에게도 기쁨을 줄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들판은 나의 서재이고, 자연은 깨달음의 책이다. 어느덧 도시는 돈 냄새의 천박함에 물들었다고 느낀다면 답답하고 부산스러운 그곳을 빠져나와 들판의 꽃을 세어 보고 순수하고 게으르게 나만의 속도로 천천히 걸어갈 일이다. 그리하면 저절로 발길 따라 머리와 가슴도 함께 따라갈 것이니, 집착하는 마음도 가라앉을 것이다. 
이제 걷기에 더없이 좋은 봄이다. 불자라면 행주좌와 중에 그 무엇도 좋겠지만, 분주한 생활 속에서 잃어버린 온화함과 자비로움이 있다면 길을 나서 찾아볼 일이다.  / 공윤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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