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를 빛낸 사람들 - 함께 읽는 동사열전➅ - 지증국사전智證國師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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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를 빛낸 사람들 - 함께 읽는 동사열전➅ - 지증국사전智證國師傳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4.03.20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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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증국사가 열반한 문경 봉암사
지증국사가 열반한 문경 봉암사

스님의 이름은 도헌道憲이고 자字는 지선智詵이며, 속성은 김씨이고 경주에서 출생한 사람이다. 아버지는 찬환賛環이고 어머니는 이伊씨이다.
어머니의 꿈에 거인이 나타나 이렇게 말하였다.
“저는 승견불勝見佛입니다. 말법세계에 중이 되었지만 성냄 때문에 오래도록 용龍의 세계에 떨어져서 과보를 받았는데 이제야 그 과보가 끝났습니다. 다시 법손法孫이 되기 위해 좋은 인연에 의탁하고자 하오니, 바라옵건대 자비로운 교화를 베풀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런 일이 있은 연후에 임신이 되어 거의 400일이나 되어서 부처님 관정灌頂하는 날 아침에 태어났다. 태어나서 여러 날 동안 젖을 먹지 않고 젖을 먹이려고 하면 울어 대어 목이 쉬려고 하였다. 그러던 차에 홀연히 어떤 도인이 문 앞을 지나다가 이렇게 말하였다.
“아이가 울지 않게 하려거든 어머니가 오신채五辛菜와 비린 것을 먹지 않아야 합니다.”
어머니가 도인이 일러 준 대로 하자 마침내 아무 탈이 없었다.
아홉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낳아 주신 어머니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의하겠다고 아뢰었으나 그의 어머니는 아직 어리다는 핑계로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부석사浮石寺로 가서 공부를 하다가 17세에 구족계具足戒를 받았다. 당唐 목종穆宗 장경長慶 갑진년(824)에 태어나 희종熙宗 중화中和 임인년(882)에 열반에 드니, 세속 나이는 59세이고 법랍은 43년이었다.
의상儀狀이 크고 높았으며 언어는 웅장하면서도 맑으니, 진실로 이른바 ‘위엄이 있으면서도 사납지 않은 사람’이라는 말이 맞을 듯하다. 잉태해서부터 열반에 들 때까지 기이한 자취와 신비한 이야기가 사람들의 귀를 쫑긋 세우게 한 것이 여섯 가지가 있었고,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놀라게 한 것이 여섯 가지가 있었다.
국사는 범체梵體 스님에게서 가르침을 받았고 경의瓊儀 스님에게서 구족계를 받았으며, 혜은惠隱 스님에게 경전의 깊은 이치를 탐구하였고 법제자인 양부楊孚에게 법을 전하였다. 심충沈忠의 청을 받고 희양산曦陽山 봉암사鳳巖寺에 거주하다가 겨울 12월 보름이 지난 3일 뒤에 가부좌를 한 채 대중들에게 가르침의 말을 남기고 조용히 무상無常을 보였다.
조정에서는 그에게 ‘지증智證’이라는 시호를 내리고 ‘적조寂照’라는 탑호를 내렸으며, 비석에 스님의 행적을 새겨 후세에 전하도록 했다. 최고운崔孤雲이 비명을 지어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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