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으로의 초대<3>인간의 죽음에 대한 경 [쌍윳따니까야 56:106-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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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경전으로의 초대<3>인간의 죽음에 대한 경 [쌍윳따니까야 56:106-111]
  • 승인 2009.07.22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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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한 때 세존께서는 손톱 끝으로 흙먼지를 집어 들어 “비구들이여,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큰 대지와 내가 손톱 끝에 집어든 이 흙먼지와 어느 쪽이 더 큰가?”라고 물으셨다.

비구들은 “세존이시여, 이 큰 대지가 훨씬 크고 세존께서 손톱 끝에 집어 든 흙먼지는 아주 작습니다. 세존께서 손톱 끝에 집어 든 흙먼지를 큰 대지와 비교한다면 수량에도 미치지 못하고 비교에도 미치지 못하고 부분에도 미치지 못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세존께서 이르시길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인간에서 죽어서 신들 가운데, 또는 인간 가운데 다시 태어나는 뭇 삶들은 매우 적고, 인간에서 죽어서 지옥·축생·아귀 가운데 다시 태어나는 뭇 삶들은 매우 많다. 그것은 무슨 까닭인가?”

비구들이여,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네 가지란 무엇인가? 괴로움의 거룩한 진리가 그 첫 번째이고, 괴로움의 발생의 거룩한 진리가 그 두 번째이고, 괴로움의 소멸의 거룩한 진리가 그 세 번째이고, 괴로움의 소멸로 이끄는 길의 진리가 그 네 번째이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네 가지 거룩한 진리가 있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이것은 괴로움이다’라고 명상해야 하고, ‘이것은 괴로움의 발생이다’라고 명상해야 하고, ‘이것은 괴로움의 소멸이다’라고 명상해야 하고, ‘이것은 괴로움의 소멸로 이끄는 길이다’라고 명상해야 한다.

【해설】

우리는 생명이 있는 한 자신을 그 무엇과 동일시하면서 쉼 없이 ‘자아’를 확인하며 살아가고 있다.

예컨대 이름·성별·능력·직업 따위의 신원을 자아와 같게 본다.

또는 자기가 맺고 있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자아인 것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우리는 ‘나’를 현재의 ‘나’로 만들어주는 재산·명예·가족 및 직장관계를 잃을까봐 늘 두려움에 떨고 있다.

여기에 평화로운 삶이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다시 말하면 존재하려는 갈애, 즉 자아의식이 있는 한 소유와 집착으로 발전하여 생사윤회의 고(苦)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애착 가운데 최고의 애착은 우리 자신을 구성하는 육체[색(色)]와 정신[수상행식(受·想·行·識)], 오온(五蘊)에 대한 집착이다. 죽으면 오온이 흩어지고, 생명이 있는 존재로 태어나면 오온이 뭉쳐진다. 이것을 오취온(五取蘊)이라 부른다.

중생, 즉 존재란 오온이 뭉쳐진 생명체라는 뜻인데 그 자체가 괴로움이고 늙음도 괴로움이며, 병도 괴로움이고, 죽음도 괴로움이다. 슬픔·비탄·통증·비애·절망도 괴로움이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도 괴로움이며, 싫어하는 대상과 만나는 것도 괴로움이며, 좋아하는 대상과 헤어지는 것도 괴로움이다.

요약하면 존재로서의 사람을 구성하고 있는 다섯 가지 무더기에 대한 집착[五取l蘊]이 괴로움이다.

오온(五蘊)은 연기에 의해 생멸하고 있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태라서 거기에는 견고하고 지속하는 실재다운 성질을 띤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는 것, 즉 제법무아(諸法無我)의 지견(知見)을 증득하기 위해 명상하라는 것이 세존의 가르침이다.

오취온의 자양분, 즉 괴로움의 발생은 쾌락과 탐욕을 갖추고 여기저기에서 환희하며 미래의 존재를 일으키는 갈애에 있으므로 이를 소멸시키기 위해서 중도, 즉 팔정도를 수행하라는 것이 불교명상의 핵심이다.

우리가 법회 때마다 빠짐없이 독송하는 《반야심경》에는 관자재보살께서 연기법에 의해 오온이 비어있음[空]을 통찰 명상하고 일체의 고(苦)에서 해탈했다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오온은 현상이며, 한시도 쉬지 않고 전개되고 변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함에도 범부 중생들은 이 오온을 붙잡고 ‘이것은 나다’, 또는 ‘이렇게 느끼고, 생각하고, 원하고 있는 것이 나다’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에 무상(無相)해탈, 무원(無願)해탈, 공(空)해탈의 세 가지 문 가운데 어느 하나의 문도 통과하지 못한 채 육범(六凡)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소치 김승석 엮음(duta8@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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