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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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선물》
  • /김은희 기자
  • 승인 2012.06.14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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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언제쯤일까

우리의 삶이

이토록 정갈히 다듬어질

그날은



이 시는 ‘서원보다 더 아름다운’이란 제목을 단 표제시다.

우리가 꿈꾸는 삶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사진 속 작은 풀잎처럼 춤을 추듯 가벼이, 재갈거리듯 즐거이 그렇게 살 수는 없을까. 풀잎처럼 서로 무리지어 아름다운 초록을 이루며 그렇게 살 수는 없을까.

초록 풀잎들을 찍은 한 장의 사진에 다시 진한 감동의 터치를 짧은 표제시가 장식했다.

월간 해인지에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사진과 함께 늘 실리는 한 편의 표제시.

사진 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는 듯이 이 시는 마음을 울린다.

그 시를 쓰신 분은 어떤 아름다운 정신을 소유한 분일까. 중문 대포동 약천사 성원 스님이다름아닌 그 표제시의 시인이라니 놀랍다.

시인 성원 스님이 쓴 지난 7년간 쓴 표제시가 모여져 “시간의 선물”이란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왕성한 활동으로 제주불교를 이끌고 있는 성원 스님은 다분히 산문적이고 논리적인 수행인의 모습을 연상케 했는데 이번에 만난 시인의 모습 그간의 편견을 깨는 반전이 아닐 수 없다.

스님은 붉게 단풍을 보며 ‘조주의 할, 덕산의 몽둥이도 모두 녹여버린 산하의 불꽃’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탑을 에워싼 초파일 연등을 ‘서원으로 손잡고 에워싼 인드라망’이라 표현한다.

큰스님 다비장에 남은 불씨를 보면서, 절집의 범종과 봄에 핀 매화, 사시예불과 발우공양 등 스님의 표제시는 해인사의 사계와 수행과 기도가 담긴 사진과 함께한다.

“숨 딱 멎고 앉아…말 할 수 없는 이 맘 둘 아닌 너 나”

좌선이란 제목을 단 이 표제시 역시 수행과 기도의 시간들이 농축되어 나온 것으로 절집에서의 삶을 오롯이 살아내지 않았다면 쓸 수 없는 표현들이다.

이 책에는 아름다운 표제시뿐만 아니라 스님의 진솔한 내면이 엿보이는 산문도 여럿 함께 실렸다.

처음 초파일에 등을 단 기억, 불교와 인연을 맺어 출가하게 된 이야기, 행자 시절 군불을 때는 화대 소임을 맡아 부지깽이로 불을 지피며 젖어들었던 상념, 선방에서 용맹정진하며 온몸으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애쓰던 모습 등 부처님의 제자로서 참답게 살고자 서원하는 스님의 깊은 수행의지가 빛난다.

특히 이번에 책을 펴내면서 성원 스님은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삶의 시간을 늦추며 살 수 있다면 좋겠다”며 “그리고 아름답고 풍요로운 시간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시를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성원 스님은 혜인 스님을 은사로 출가, 현재 중문 대포동 약천사 주지를 맡고 있으며 해인사승가대학에서 수다라 편집장을 역임했고 송광사 율원을 나왔으며 제방선원에서 참선수행을 했다.

《시간의 선물》/ 성원 지음 / 담앤북스 刊 / 1만4천원

/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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