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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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 /제주불교
  • 승인 2012.06.2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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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제의 중요성 강조하며

속제의 논리에 따라

공덕 쌓는 것에 방점"



   
 
   
 
용수의 불교사상을 일별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용수보살 권계왕게의 부제를 단『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는 용수가 부처님 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실천하고 있었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한다.

붓다 사후 5백년 후의 인물로 제2의 붓다로 불릴 만큼 인도사상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용수가 친구인 인도의 왕 가우따미뿌뜨라에게 보낸 편지로 이뤄진 이 책에는 특히 계(戒)의 중요성, 올바른 식사법, 그리고 음욕을 다스리는 대치법 등을 거리낌 없이 들려주고 있어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삶을 반추할 수 있는 내용들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을 번역한 신상환 씨는 여기서 가우따미뿌뜨라가 당대의 패자(覇者)였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남인도의 고만고만한 소왕국의 왕의 법사가 아니라 전인도를 호령하던 대군주의 친구로서 용수를 떠올릴 수 있다”며 “용수의 중관사상이 남인도에서 흥기한 반야부의 공사상을 논리적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했을 때 그의 치열한 논쟁적 자세가 당시 북인도에 둥지를 틀고 붓다의 가르침을 현상학적 형이상학적으로 해석하였던 설일체유부와 경량부에 대한 대립항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가설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 용수의 중관적 사유가 간간히 드러남은 어쩌면 당연한 얘기일 것이다.



‘색(色)은 아(我)가 아니다’라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아(我)는 색(色)을 가지고 있지 않고 색(色)에는 아(我)가 머물러 있지 않고 아(我)에는 색(色)이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그와 같이 다른 네 가지 온(蘊)도 공(空)이라는 것을 이해하십시오.



오온은 임의로 발생한 것이 아니며, 시간에 따라 발생한 것이 아니며 자성으로부터 발생한 것이 아니며, 실체 자체로부터 발생한 것이 아니며 자재천으로부터 발생한 것이 아니며, 무인인 것이 아닌 무지로부터 그리고 탐애로부터 발생한 것임을 깨달으십시오.



진제를 관하기 위해 사태들에 대해서 합리적인 방법에 따라 마음을 움직이는 그것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그와 같이 행하면 공덕을 갖춘 다른 어떤 현상들마저도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여기서 용수는 진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비록 공덕을 갖춘 것이라 할지라도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 철저한 부정주의적 자세야말로 용수의 중관사상의 핵심이라 해도 지나친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기본적으로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답게 속제의 논리에 따라 세속에서 공덕을 쌓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으며 삼계육도를 오가는 중생들의 그침 없는 과보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당대의 패자에게 선업을 쌓지 않으면 다음 생은 지옥행이라고 대놓고 겁을 주며 엄격한 계율을 따를 것과 선행을 쌓고 지혜를 갖추라고 일갈하는 용수에게서 출가자로서의 엄격함과 당당함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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