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찰 수정사 옛 영광 재건 원력 세운 범진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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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찰 수정사 옛 영광 재건 원력 세운 범진 스님
  • /이병철 기자
  • 승인 2012.07.1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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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찰 수정사지가 울고 있습니다”




폐사지라도 다 같은 폐사지가 아니다. 제주시 외도 수정사지는 고려시대에 창건되어 조선시대까지 존속했고, 130여 명의 노비를 보유했던 비보사찰로서 법화사지와 원당사지와 더불어 사세가 큰 사찰이었다. 하지만 1990년 후반 수정사지 택지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발굴구역을 복토 후 그대로 공사가 진행됐고 안내판만이 과거 수정사지를 말할 뿐이다. 이 같이 방치된 현실을 보고 안타깝게 생각한 범진 스님이 천년고찰 수정사지의 옛 영광 재현에 발 벗고 나선 원력을 지난 12일 수정사에서 들어봤다. <편집자 주>



   
 
  천년고찰 수정사 옛 영광 재건 원력 세운 범진 스님  
 
“제주불교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입니다. 제주불자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수정사지를 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전생에 수정사와 인연이 되어 부처님께서 저에게 수정사지를 복원하시라는 계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범패는 물론 선화(禪畵)의 대가인 범진 스님이 외도 수정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5월 초. 수년 동안 안거 해제 후면 제주도를 마음고향 삼아 들렀던 스님은 우연히 수정사를 들르게 됐다. 천년고찰의 옛 자취인 주춧돌 등을 보면서 세수 70세를 넘긴 스님은 수정사에서 마지막 수행의 꽃을 피워내고 싶었다.

당시 병석에 계신 수정사 주지 홍평호 스님을 찾아뵙는 한편 수정사 소임을 맡고 있는 성도 스님과도 잘 알고 지낸 사이였다. 이에 스님은 수정사의 실질적 소유자였던 홍평호 스님의 큰 아들 홍 모씨와 오는 2016년 12월까지 수정사 위탁관리 약정을 맺게 됐다.

며칠 후 뜬금없이 타 종교인이 공인중개사를 통해 수정사 일부의 땅을 보러 왔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접한다. 부랴부랴 토지대장을 떼어 보니 큰 아들 홍 씨와 어머니 김 모 씨에게 상속된 640평의 수정사 면적 가운데 280평은 매매, 300여 평은 경매에 넘겨진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고 보름 동안 앓아눕기도 했다. 우선 급한 대로 지인을 통해 타 종교인에 매매되는 것만은 막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재환원했고, 11개로 쪼개진 부지에서 경매에 넘겨진 땅을 타인이 매입하지 못하도록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김 모 씨의 땅 일부를 매입했지만 현재 계약금 5백만 원은 지불했으나 중도금 3천만 원을 오는 24일까지, 잔액 1억2천2백만 원은 오는 11월 1일까지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스님도 사기 아닌 사기를 당한 입장이라 이를 마련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수정사, 유산 다툼으로 타 종교인에 팔릴 위기


범진 스님 “수정사지 제주불교의 자존심 문제”


스님은 “수정사 이 땅만큼은 살려 놓아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부지를 매입했다”며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땅을 붙잡아 놓을 테니 조계종 23교구 본사인 관음사나 제주불자들이 힘을 모아 선조들이 통곡하고 있는 이 수정사를 살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스님은 “지난달 14일 입적한 홍평호 스님이 ‘수정사를 문화재로 등록하지 못한 아쉬움과 능력있는 종단이 이 수정사를 매입해 옛 영광을 재현해 주길 바란다’는 유언을 남겼다”며 “하지만 현재 홍 스님 자식 간의 유산분쟁으로 자식들에게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으로 이를 위해서는 원력을 가진 종단이나 사부대중만이 수정사의 실낱같은 희망”이라고 말했다.

수백 년 만에 발굴됐지만 빛도 보지 못하고 다시 묻혀버린 수정사지. 게다가 자식 간 다툼으로 다시금 고통을 받고 있는 수정사지를 위해 범진 스님은 도내 사부대중에게 ‘오체투지’하며 간곡하게 호소하고 있다.

“천년고찰 수정사지가 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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