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미술에 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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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미술에 홀리다》
  • /김은희 기자
  • 승인 2012.10.25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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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진희 교수 소장 작품 사진과 깊이 있는 해설로 엮은

삶과 신에 대한 헌신 담은 인도 미술 이야기



   
 
   
 
본지에서 인도불화 이야기로 독자들과 만나고 있는 하진희 교수가 인도인들이 미의식과 그들이 창조해 내는 예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인도 미술에 홀리다》를 펴냈다.

인도 미술에 대한 관심과 공부로 시작해 본격적인 미술품 수집과 인도 예술이론 등을 정립해 온 하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인도인들에게 내재된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예술적 감각이 어떻게 미술작품으로 형상화 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인도인들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수공예품과 세밀화, 조각품들이 그들의 삶을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올 수 있었던 역사적 배경과 숨겨진 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내 인도를 알고자 하는 불자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쉽게 인도 미술에 접근할 수 있게 도와준다.

하 교수는 “종교적인 삶을 중요하게 여기는 인도인들은 일상의 오락이나 여흥을 즐기기보다는 그들의 섬기는 신을 위해 신단을 꾸미고 신사을 제작하고, 흙집의 벽에 벽화를 그리고, 혼수를 가져갈 물건에 수를 놓고, 토기를 굽고, 농작물을 키우며, 춤을 추고 노래하며 살아간다”며 “그 안에는 문명에 길들여지지 않은 순수함,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얻은 삶의 지혜, 자연을 거슬리지 않으며 살아가는 인내, 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내는 헌신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 소개된 인도인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미술품 가운데 그들의 가정생활과 종교 의식에서 사용되고 있는 금속 용기들은 각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형태를 지니고 있으며 신상을 목욕시키거나 기도의식과 관련된 작품들은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형태와 크기로 만들어진다.

또한 여인들의 고달픈 삶에 위안이 되어주는 동시에 그 사회의 종교적 신념까지도 담아내고 있는 자수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펀자즈 주에서는 사내아이가 태어나면 친할머니는 손자의 결혼식 때 신부를 감싸서 데려올 ‘바리 다 바그’를 만들기 위해 수를 놓기 시작한다. 할머니는 손자며느리를 위해 수를 놓으면서 손자의 건강과 교육, 직업 등 모든 것이 순조롭기를 기도한다. 이때 바탕천은 오랜 시간 실크 실로 짠 ‘카타’실크를 사용하며 이 천에 아주 가는 실크 실로 수를 놓는 것이다. 천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기하학적인 문양으로 뒤덮여서 마침내 표면이 두툼하고 윤기가 흐르는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무더운 날씨와 제한적인 색채를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문양을 그려 화려하게 채색한 목공예품은 인도 전역에서 제작되는데 특히 가벼운 나무로 만들어진 동물이나 새들, 인체 형태의 목공예 장난감들은 섬세하면서 독창적인 인도의 예술품이다.

종이죽으로 만들어진 파피에 마셰는 인도의 다양한 지역에서 제작되는데 그 가운데 카시미르 지방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은 정말 정교하게 만들어져서 종이죽으로 만든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기술과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다. 인도의 비하르 주에서 만들어지는 힌두 신상, 인형, 장난감, 장신구, 생활용품 등은 특별한 기술없이 누구나 집에서 쉽게 만든다.

한편 이 책에서는 작은 머리카락 하나도 섬세하게 표현한 인도의 세밀화가 어떻게 생겨나 발전해 왔는지를 자세하고 알려주고 있으며, 인도인들이 신들에 올리는 푸자 의식과 그들이 섬기는 신들의 계보와 특성 그리고 아름답고 흥미로운 신화를 소개해 다양한 신들의 조형물에 대한 이해의 폭을 깊게 만들었다.

또 지난 20여 년간 하 교수가 수집하고 소장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한 많은 사진 자료와 그 작품들을 만나기 위해 인도 전역을 누볐던 작은 에피소드도 함께 실려 있다.



《인도 미술에 홀리다》/ 하진희 지음 / 인문산책 刊 / 1만8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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