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에서 영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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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에서 영원으로》
  • /김은희 기자
  • 승인 2012.11.1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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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 스님의 서릿발 같은

주장자가

스스로 공부하라는

자비의 현현으로





성철 스님이라는 큰 산을 의지해 평생 수행에 정진하고 있는 불필 스님의 회고록 《영원에서 영원으로》가 나왔다.

부모 자식 간의 인연을 뛰어넘어 부처님법으로 굳게 맺어진 사제의 연은 참으로 수승하다. 불필 스님이 수행자로서 한평생 한눈팔지 않고 오롯이 정진에 힘을 쏟을 수 있었던 것은 성철 스님의 큰 가르침이 토대가 되어 정신적 지주로서 굳건하게 자리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보다 더 아름다운 인연이 또 어디에 있을까.

이 책에서 불필 스님은 아버지와의 첫 만남에서 오히려 “가라. 가!”라고 소리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에 대한 집착과 미련들을 떨쳐버릴 수 있었지만, 다시 또 아버지를 만났을 때는 “영원한 행복의 길이 무엇이냐”고 묻는 큰스님의 물음에 당신의 가는 길을 좇고자 출가를 결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스님은 그래서 팔공산 파계사 성전암에서 10년간의 동구불출 기간 동안 내내 박대를 받고 쫓겨나면서도 성철 스님 찾아뵙기를 그만두지 않았던 것은 큰스님의 서릿발 같은 주장자가 신명을 바쳐 스스로 공부하라는 자비의 현현이었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큰스님의 존재를 광범위하게 대중들에게 알리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백일법문의 토대가 되기도 한 김용사 법문, 부처님 당시의 영산회상을 방불케 했던 운달산 법회 등 성철 스님의 법문 자리마다 좇아다녔던 불필 스님은 그것으로 수행자로서의 공부 토대를 마련하는 계기로 삼았다.

그 뒤 성철 스님이 해인총림 방장에 취임하면서 동안거를 맞아 100일에 걸쳐 진행된《백일법문》은 세세생생 수행을 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되어주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법상에 올라 한 사람에게라도 큰마음을 심어주려 노력하시던 성철 스님의 모습은 너무나 자비로워 보였다고 불필 스님은 당시를 회상한다.

그 후 불필 스님은 석남사 신검당에서 3년 결사를 시작으로 한평생 수행의 길을 저버리지 않고 한길을 걷게 된다.

발원하오니.

철석같은 바른 신심으로 무루선(無漏禪, 성자가 일으키는 번뇌의 더러움이 없는 선)을 닦아, 크나큰 지혜와 덕, 커다란 용맹심으로 일체중생을 남김없이 제도하고

법의 바다 영원히 청정하며 편안하여지이다.

노스님이 된 지금도 젊은 시절을 함께했던 도반 스님들을 떠올리며 불필 스님은 이렇게 발원하며 수행자로서 길을 걷고 있다.



《영원에서 영원으로》/ 김영사 / 1만4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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